한국과 미국의 정년과 은퇴 비교

by 피터정

미국에서 거주하며 자주 가던 동네마트에서 젊은 매니저에게 일을 지시받아서 일하는 나이 든 사람들을 보았다. 처음에는 광경이 좀 낯설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이런 상황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이 캠퍼스타운이라 주변에 대학이 많은데, 캠퍼스에서 정년을 훌쩍 넘겼을 것 같은 교수들을 보게 된다. 미국은 정년이 없어서 80세를 넘긴 현직교수가 많다.

대학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도 상황은 같다. 한국처럼 60세나 65세 등 직업에 정년이 없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정규직이라도 해고(Fire)가 가능하다. 한국기업은 임원의 경우만 재계약이 종료되는 형식으로 직을 그만두게 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미국도 처음부터 정년이 없던 것은 아니다. 1986년부터 시행되었다. 영국도 2011년부터 법정 정년을 폐지했다. 이는 연령에 따른 차별을 방지하고 고령 근로자의 노동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의 기업은 더 이상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에 따라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퇴직시킬 수 없게 되었다. 다만 경찰 등 업무 특성상 신체적 스트레스가 인정되는 특정 직업군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년이 허용된다.

법적 제도적 정년이 없고 해고가 자유로운 환경이라면, 능력이 모든 기준이 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르겠다.

한국도 현재까지는 정년을 점차 늘리는 분위기다. 그런데, 그 이유가 연금개시연령을 늦추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영국과 다르다. 이런 발상은 일본이 선행모델이 된 것 같다. 최근 프랑스는 정년과 연금개시를 늦춘다는 법안에 대하여 근로자들이 반대시위를 했다.

정해진 은퇴와 연금생활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EU국가들은 프랑스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특히 복지가 잘된 북유럽 국가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시스템'이 적용된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주어진일만 주어진 시간에 하고, 은퇴 후의 여유를 즐기기를 원한다. 일하는 동안 많은 세금을 내고 이를 충분한 연금으로 돌려받는 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현재 한국의 고용과 은퇴시스템은 미국보다 EU에 가깝다. 그리고 실제로 일에서 완전히 떠나는 나이는 75세다. 법정정년을 맞아서 은퇴를 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 일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가 고령화시기를 맞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은퇴 후에도 계속일을 하는 것은 사람마다 이유가 다양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여 값진 은퇴 이후를 설계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몫이다.

'은퇴'를 결정하는 것이 어차피 개인의 몫이라면, '정년'이라는 말은 현재 한국의 고령화시기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정년은 그저 한국의 현재 법에서 정한 것일 뿐,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니 '은퇴시기'는 개인이 정해야 한다. 정년퇴직이 없는 미국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한국과 달리 미국은 정년과 은퇴가 연결된 개념이다. 정년은 국가의 법에서 정하지만 은퇴는 개인이 정할 수 있다.


은퇴의 영어표현은 '리타이어(Retire)'다. 직역하면 '타이어를 다시 끼운다'로 '재정비 후 새롭게 시작'이라는 의미지만, 의역하면 '퇴직하다', '물러나다'라는 뜻으로, 일이나 직책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나 게임에서는 '경기 중 포기', '탈락', '하차'등을 의미하며, '재기 불능' 상태로 퇴장하는 경우에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어로 '은퇴(隱退)'는 '숨을 은(隱)'과 '물러날 퇴(退)'로 이루어진 한자어로, 현직에서 물러나 조용히 지낸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한국도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정년퇴직을 해도 이후의 삶이 많이 남았다.


정년과 은퇴를 잘 구분해서 생각해 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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