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차별화 전략
얼마 전 서울역에서 기차를 내려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한 무리의 대기줄을 발견했다. 이 코스를 가끔 이용하는데, 이렇게 긴 줄은 처음이라 궁금해졌다. 식당의 간판을 보니 미국의 햄버거체인 '파이브가이즈'였다. 나와 일행도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엄두가 나질 않았다. 포기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얼마 후 다시 서울역을 지나가다가 마침 점심시간이 어서 파이브가이즈 떠올리고 가봤다. 다행히 대기줄이 짧아서 한번 먹어보려고 줄에 합류하며 미국 파이브가이즈의 기억을 떠올렸다. 미국에 머물 때는 다양한 햄버거를 경험했는데, 내 취향은 '인 앤 아웃 버거'가 가장 잘 맞았고 두 번째가 '파이브가이즈'였다. 이곳은 1986년에 미국의 부부가 개업한 햄버거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이다. 공식 명칭은 '파이브 가이즈 버거즈 앤 프라이즈' (Five Guys Burgers and Fries)이다. 줄여서 파이브 가이즈로 불리며 회사이름인 동시에 브랜드가 되었다.
음식 조리에 땅콩기름을 사용한다는 특징인데, 창업자가 땅콩기름에 튀긴 감자튀김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땅콩기름으로 튀긴 감자튀김은 브랜드의 핵심이자 타브랜드와 차별화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한국매장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사실 땅콩이었다. 이 브랜드는 땅콩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특징도 있는데, 처음 미국에서 접했을 때 그 맛이 좀 독특했었다. 매장입구에 큰 땅콩포대를 쌓아두고 땅콩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작은 종이봉투에 한가득 담아서 주문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기다리는 동안 주전부리로 먹기 좋다. 땅콩을 먹으며 생각해 봤다. "왜 땅콩을 주는 걸까?" 아마도 "음식을 땅콩기름으로 조리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는 좋지만, 사실 나는 음식에서 땅콩기름의 풍미를 전혀 느끼지는 못했다. 그보다 '땅콩 그 자체'가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땅콩기름을 상기시켜 주기 위해 땅콩을 무제한 주는 발상을 했을 것 같다면 성공적인 전력이다. 이 전략이 통해서 이 브랜드의 오늘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진심이라도 혼자만 알거나 말로만 표현하기보다 가시적, 경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땅콩을 좋아해서 집에서도 매일 조금씩 먹는데, 이곳의 땅콩은 겉껍질을 까서 먹는 재미도 있다. 맛이 살짝 독특해서 약간의 중독성이 있지만 짠 편이라 많이는 못 먹는다. 땅콩을 많이 먹으면 메인메뉴인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맛있게 먹지 못하니 적당히 맛만 보는 것이 좋다.
땅콩을 비롯한 모든 메뉴가 미국에서와 같은 맛이다. 매장시스템과 인테리어 등이 마치 미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서울역 매장에는 외국인들도 많아서 마치 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미국여행을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할 때 '파이브가이즈'를 찾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자주는 말고 가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