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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디자인 : 공산품미학 전시

by 피터정

전통적으로 미술관에서의 전시대상은 창작품, 오리지널 작품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마르셀 뒤샹의 변기나, 앤디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팝아트선구자들의 출현으로 이런 상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서울의 DDP에서 전시 중인 '공산품미학(2024.10.15~2025.3.3)'이라는 전시를 보고 '12년 전 핀율가구전'의 기억을 소환했다

2012년에 대림미술관에서 '핀율탄생 100주년 전 북유럽가구 이야기'전을 보러 갔었다. 핀율은 덴마크 가구디자인의 거장으로 그가 디자인한 실용가구들이 전시되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 당시 나는 두 가지의 의문이 들었다. 한 가지는 "실용가구를 가지고도 전시회가 가능하구나?"였다. 다른 하나는 전시된 가구들의 주인이 일본의 교수였는데, 자신의 월급으로 하나씩 수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오리지널 가구들이 구매시점에는 실용가구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빈티지로 또 하나의 가치를 만들게 된 것이다.


'공산품미학 전시'는 핀율전시와 내용은 다르지만 맥락이 유사하다.


하나는 한국인 교수의 수집품을 전시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전시대상이 '실용제품'이라는 점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던, 또는 사용 중인 실용제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있음을 느꼈다. 일회용 라이터나 볼펜부터, 컴퓨터, 가구 및 조명제품까지 500여 개의 공산품을 보며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당시의 유명디자이너나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것이다.


일상의 디자인을 소재로 미술관이나 전시회의 문턱을 낮추는 전시이기도 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의 주변에 있거나, 있었을 것 같은 선별된 디자인을 리마인드 하는 느낌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 전시대상이 유럽기반의 서양제품들이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글로벌한 관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전시를 보기 전에는 전시주제가 '공산품미학'이라는 것에 잠시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공산품에 미학을 붙였네?"라는 놀라움과 신선함도 느꼈다. 그러나 막상 전시를 보니 '일상의 명품디자인' 그리고 '슈퍼노멀(Super Normal)'함을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의미 있는 공산품들과 자신의 그림들로 전시를 마련해 주신 서울시립대학교 김성곤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내 경험으로는, 한국 내에서 이런 형식으로는 이 전시가 최초인 것 같다. 그래서 더 큰 의미를 느낀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일상의 디자인'을 소재로 한 전시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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