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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디자인 : 콘텐츠를 만드는 직업 디자이너

자신만의 콘텐츠는 축복이다

by 피터정

현재의 직업 중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직업은 많지 않다.


1500년경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으로 당시 하루 4쪽의 필사본을 만들던 수도사 1만여 명이 해고되었다. 이후 인쇄업자 부와 권력을 누리다가 출판업자에게 권력을 빼앗겼다. 출판업자는 인쇄업자가 가지지 못한 콘텐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출판업도 힘들다.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서 출판하지 않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전달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시대마다 권력은 이동한다. 앞으로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권력을 쥐게 될 확률이 높다. 이미 그렇기도 하다.


콘텐츠라는 단어는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며 IT, 미디어, 문화예술, 창작 등 새로운 산업, 창작의 산물들을 통칭하여 사용된다.


그래서 음악, 미술, 문학 등 전통적인 창작물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브런치스토리 등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것도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한다.


디자이너도 콘텐츠를 만드는 직업 중 하나다.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들은 누가 시켜서 보다는 스스로의 경험과 판단으로 한다.


그러려면 자신만의 내용물들을 스스로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마치 자동차에 연료를 채우는 것과 같다.

인풋(In Put)이 있어야 아웃풋(Out Put)이 있다는 간단한 원리이다. 좋은 인풋이 많을수록 좋다.


실제로 창작을 요구하는 작업을 하다 보면 필요한 인풋을 적재적소로 적용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작업의 진도가 나가기 어렵고 좋은 결과물도 기대하기 어렵다.


마치 요리사가 충분한 재료와 환경을 준비하고 요리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슈베르트 같은 뛰어난 음악가가 작곡을 위한 영감(Insprations)을 얻기 위해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한다. 이런 과정이 인풋을 얻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특히 음악은 시각적인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창작자의 의도를 연주자나 청취자가 100%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좋은 음악은 이해를 뛰어넘어 공감을 이끌어낸다.


많은 공감을 받는 창작물을 만드는 당사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방법을 익히게 된다. 그래서 다른 창작물을 또 생산해도 역시 좋은 창작물을 만들 확률이 높다. 이런 것을 암묵지라고 한다.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는 '학습과 체험을 통해 개인에게 습득돼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의 지식'이다. 이를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형식으로 전환한 것을

형식지(形式知, Explicit Knowledge)라고 한다.


필요시, 암묵지인 자신만의 비결을 공개하지만 진짜 비결은 잘 공개하지 않는다. 서울의 한 원조떡볶이 식당의 메뉴개발자가 "비결은 며느리도 몰라"라고 한 것도 암묵지의 사례라고 할 수 도있겠다. 아마도 손맛이나 정성 같은 추상적인 부분에서 타인에게 완벽하게 전수가 어렵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디자이너도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꾸준히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평소에 꾸준하게 리서치하고 키워드 등을 정리해서 인풋을 쌓는 훈련이 생활화돼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자신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분야의 관계자라면 이미 이렇게 할 것이다.


콘텐츠 관련 일을 지망하거나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라면 일상에서 좋은 인풋을 많이 쌓기 바란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을 느낄 것이고 콘텐츠 작업이 즐거울 것이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잘되지?"라고 혼자서 말하며 웃음 짓기를 바란다.


인풋을 쌓고, 정리하는 방법은 각자의 스타일로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AI와 인간이 경쟁 또는 공생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AI는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정보를 습득하고 정리하는 것은 인간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인간은 타고난 DNA와 살면서 쌓은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


이렇게 AI와 인간이 각각 유리한 점이 있으니 AI를 잘 활용한다면 개인도 엄청난 파급력을 갖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확실한 콘텐츠만 있다면 자신의 세계관을 펼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무한확장이 가능한 메타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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