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전문 매장 겸 카페 방문기
아내의 취미이자 애호중 하나는 '뜨개질'이다.
굳이 취미이자 애호라고 소개한 것은 둘 중 한 가지 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취미는 금전적 목적이 아닌 스스로 기쁨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이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하는 일로써 주로 여가시간에 즐길 수 있다. 영어로는 'Hobby'다.
애호는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의미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하기도 한다.
영어로 번역하면 'Love'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행위가 자신에게 맞을 경우 한번 시작하면 무서운 집중력과 지속성을 갖는다.
실제로 아내가 뜨개질을 할 때면 무서운 집중력을 보인다. 아마도 무심코 보는 사람에게는 평화로운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당사자의 머릿속은 수학공식처럼 복잡한 수식을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을 하거나 다른 집안일 할 때와는 표정과 자세가 다르다는 것을 나는 안다. 좀 예민하다. 그래서 아내가 뜨개질할 때면 나는 가능한 말을 걸지 않는다.
나는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여 이동을 하는데 최근 지하철에서 뜨개질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마침 바로 앞과 옆에서 뜨개질하는 분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뜨개질하는 아내의 표정과 비슷함을 느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어폰을 끼고 뜨개질에 집중하는 비교적 젊은 여성분들이다.
아내에게 이야기를 하니 아내는 요즘 뜨개질이 새롭게 유행한다고 했다. 내가 관심을 보이니 서울 연희동과 경기도 파주의 뜨개질 전문 매장 겸 카페에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속으로 "굳이 거기를 왜?"라고 생각했는데,
가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와 분위기가 기대 이상이었다. "여기가 가끔 아내가 실과 부자재를 사러 가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카페에 혼자 또는 두세 명이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곳에서 나는 이방인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니 나처럼 아내를 따라와서 좀 멋쩍게 앉아있는 남자분들도 보인다. 그곳에서 뜨개질하는 분들의 모습은 여유 있고 행복해 보였다. '취미와 애호' 그 자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글을 구상했다. 나는 뜨개질에 문외한이지만 그곳이 나에게는 새로운 글을 구상하기에 좋은 장소로 느껴졌다. 새로운 경험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계기를 경험했다.
AI로 인하여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에, 그리고 패스트푸드처럼 패스트패션이 지배적인 현재에, 이전에 읽었던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떠올렸다. 뜨개질전문 매장 겸 카페가 마치 내게는 오래된 미래로 느껴졌다.
'패스트패션' 즉, 유행에 맞춰 빠르게 바뀌는 의복 문화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다. 트렌드를 따라 저렴한 제품을 다양하고 빠르게 생산하는 방식이 의류 산업 전반을 지배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의류 폐기물이 생겼다. 합리적 경영이라는 명분으로 싸게 많이 팔기 위해 선택된 합성섬유는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고, 분해된 이후로도 미세플라스틱의 형태로 전 지구를 떠돈다.
뜨개질이란 두 개의 바늘로 실을 결합하여 천조각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 Knitting이다. 인류가 외부환경에 신체보호를 위해 옷 만들기의 기본적인 필요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필수적이기보다는 취미차원의 기술로 인식된다. 그러나 뜨개질이 갖고 있는 몆 가지 특징은 패션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완성품을 실을 다시 풀어서 재활용하거나 일부 디자인을 변경하여 새롭게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아내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이다. 자원의 재활용뿐만 아니라 사람이 손과 머리를 계속 사용함으로 패스트패션과 다른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가치도 앞으로의 긍정적인 사회변화에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뜨개질 관련 매장 겸 카페뿐만 아니라 온라인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패스트패션과 뜨개질은 시대적으로 볼 때 반대의 개념이다. 그러나 뜨개질이 없었다면 패스트패션도 없었을 것이다. 집밥이 없었다면 패스트푸드도 없었을 것과 같은 원리다.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살아도 '오리지널(Original)'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이유들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뜨개질과 관련한 인프라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