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만 비로소 알게 되는 것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장르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혼자여행, 당일여행, 국내여행과 해외여행 또는 한 달부터 그 이상까지 다양하게 경험 중이다.
국내의 알려진 여행지는 대부분 가봤다. 해외도 20여 개국, 그 이상의 도시들을 여러 가지 목적으로 가봤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오면, 역시 집이 제일 좋다는 느낌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왜 여행을 떠나지?"라는 의문이 든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뚜렷한 답이 생각나지 않다가, 최근 미국에서 머물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그 답을 찾은 것 같다.
그 답은 "현실에 만족하는 연습을 하려고 떠난다."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생각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개인적으로 값진 경험이었고 만족스러웠다.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평범한 일상이 여행처럼 느껴졌다. 만족스러운 미국생활이었지만 한국의 집에 돌아오니 역시 "한국과 우리 집이 최고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여행뿐만 아니라, 나의 일에서의 경험도 관계가 있다. 조직에서 일을 하다가 창업을 경험하고, 다시 조직에 적을 두고 일하게 되었다. 마치 여행의 여정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이라는 먼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지금도 가끔 "다시 사업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지금을 좀 더 즐겨야지?"라는 생각이 나를 자제하게 만든다.
나는 첫 직장에서 15년 이상 근무하고 자발적 퇴사를 선택했다. 15년 이상을 한 직장에서 신입부터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느낌을 알 것이다. 신입부터 고생해서 올라가 이제 정상을 앞두고 있는데, 스스로 내려가기에는 좀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이미 결심을 한 상태라 직장이나 조직생활에 크게 미련이 없었다. 이후 계획대로 창업을 했고 어느 정도 내가 목표한 지점까지 도달하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스스로 사업을 정리했다. 그리고 기회가 되어 내가 원했던 다른 조직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마치 '사업'이라는 긴 여행을 마치고 '조직'이라는 편안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월급을 받다가, 월급을 주는 입장에서 다시 월급을 받는 형식만 바뀌었을 뿐, 내가 하는 역할은 큰 차이가 없다.
나는 현재의 일과 현실에 만족하지만 결코 안주하지는 않으려 한다. 조직의 일원이지만, 개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브런치스토리에 꾸준하게 글을 올리는 것도 그런 생각에 대한 실천 중 한 가지다. 창업을 경험했기 때문인 것 같다. 가끔 다시 사업을 꿈꾸는 것은 새로운 여행을 구상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을 시작하면 고생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불확실성과 더 큰 성취감을 경험했기에 가슴이 뛰는 것이다.
나의 이런 경험 때문인지, 가끔 일과 여행의 맥락이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은 집을 떠나 새로운 장소로 가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공통의 관심사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보수도 준다. 여행은 과정은 비슷하나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여행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일도 여행처럼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현실에 만족하는 연습을 하려고' 여행을 계획을 세우며 미소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