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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너머

서울풍경 : 신당동 여행

by 피터정

친구와 오랜만에 신당동에서 만났다. 여름날씨는 더웠지만, 신당동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은 덥지만은 않았다. 이곳에 각자 또는 함께 할만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이 주변에서 대학시절을 보냈고, 나는 어린 시절 이 주변에서 살았기 때문에 둘의 시간여행 장소로 이만한 곳이 없었다.

친구는 오디오 마니아라서 대학시절부터 오래된 LP를 구하러 이곳에 왔다고 한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LP샵을 둘러본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곳 벼룩시장을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들른다.

이 지역은 조금씩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지금은 과거와 현재가 크게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랫동안 모든 것이 계획대로 갖춰진 1기 신도시에 살고 있어서 이런 풍경은 올 때마다 낯설다.



신당동 주변을 둘러보며 오래전 가끔씩 꺼내봤던 다큐영화가 떠올랐다.

디자이너이자 영화감독인 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이 오래 준비해서 완성한 '어버나이즈드(Urbanized)'로 도시화, 도시 디자인 관련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세계 혁신 도시들을 방문하여 건축가, 도시 설계자, 행정가, 철학자, 사상가들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75%가 도시에서 거주할 것이라는 전망이나 도시들은 현재 성장과 개발, 주택 부족,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해결방법은 과연 있는가? 있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세계의 모든 도시와 관계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소개된 세계각국의 도시들이 인상적이었다. 인도의 뭄바이, 칠레의 산티아고, 미국의 뉴욕, 피닉스, 디트로이트, 중국의 베이징 등이 소개되었다. 신당동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유로 만약 이 영화의 시즌2가 나온다면 이 장소도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래지향의 최신형 고층아파트단지와 과거지향인 벼룩시장등의 조합이 주는 울림이 있을 것 같다. 구도심의 생존전략 풍경에서도 나름의 기대감이 느껴진다.


친구와 오랜만에 시간여행을 마치며 다음에는 문래동에 가보자고 했다. 이곳도 둘만의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신당역에서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가며 모처럼의 추억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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