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내를 다니다 보면, 외국인이 많이 보여서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내가 지하철로 자주 지나다니는 홍대입구역(2호선, 경의선, 공항철도), 시청역(1호선, 2호선) 안국역(3호선)은 외국인이나 관광객이 더 많다.
홍대입구역은 내가 출퇴근 시간에 환승을 하려고 무심코 지나다 보면, 수시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큰 캐리어 가방을 끌고 다니는 것을 목격한다. 공항철도역이 연결되고, 근처에 젊음의 거리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숙박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홍대입구역 환승통로에는 K팝 스타를 비롯하여 한국관광 관련 홍보영상이 벽 전체를 휘감고 'welcome to Korea!'를 속삭이는 것 같다.
시청역은 덕수궁 입구에서 수문장 교대식을 할 때면, 외국인들이 어디선가 많이 나타난다.
북촌한옥마을과 공예박물관, 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있는 안국역 주변에는 거리 곳곳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에 다양성을 수놓고 다닌다. 식당에 가면 젓가락질을 어색하게 하면서도 한국음식을 경험해 보려는 외국인들을 많다. 특히 이 지역은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다. 마치 조선시대의 양반가처럼 온 가족이 한복을 빌려 입고 경복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K드라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한복은 한국인에게만 어울린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종과 피부색을 넘어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복에 운동화를 신고 머리를 늘어트리고 다녀도 그들의 밝은 표정으로 어색함을 상쇄시킨다. 어차피 머리에 비녀로 쪽을 짓고 전통한복을 꽃신과 함께 신는 한국여성은 없기 때문에 비교가 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를 공인매체에서 접하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관광의 목적이 유적지나 특정한 스폿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한국인의 일상적인 삶을 다양하게 경험하기 위함이다. K팝에 이어 K드라마 등으로 한국인의 일상자체가 관광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도 이전의 김치, 불고기, 비빔밥에서 백반이나 삼겹살과 소주, 파전과 막걸리 같은 평범한 음식들로 변하고 있다.
최근 광장시장에 갔다가 맛집으로 SNS등에 노출된 식당이나 노점에 대기하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보니 이런 변화가 더 실감 난다.
이들은 여행자들이지만, 현지인처럼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까지 현지인이 되기는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도 외국에 오래 머물 때면 가끔 현지인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행자로 타지에 사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처럼, 나의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로서의 한국은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한국의 매력이 발굴되고 글로벌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