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에서 기획한 한국-오스트리아 현대장신구 교류전 '장식 너머 발언' 전시에 갔다. 이 전시는 지난 1892년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수교를 맺은 이래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예술 장신구 교류전으로 양국의 작가 총 111 작가(팀)의 대표작품 675점을 소개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규모에 좀 놀랐다.
이번 교류전의 제목이 '장식 너머 발언'이라서 좀 의문이 있었는데 전시를 보니 적절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전통적으로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전통 장신구'의 개념을 넘어 재료와 형식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새로운 ‘조형언어’로 현대장신구를 제안하겠다는 취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술적 표현의 수단을 넘어 자기표현 등 실험적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현대장신구의 가능성을 발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현대장신구(Contemporary Jewellery)는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작가들의 활동이 본격화되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명품 장신구와 다르게 작품의 개념이 강하다. 이렇게 장신구가 독립적인 예술품으로 인식되면서부터 장신구에 과감한 재료와 형식을 더한 공예적 실험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도 작가들은 장신구를 예술적 표현뿐만 아니라, 철학적, 또는 환경문제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 표현 매체로 삼고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이 보였다.
특히 3D프린터를 활용한 작품들이 많이 보였지만,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수공예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첨단 기계화 시대의 차가운이미지를 넘어다양한 형태 혹은 의외의 재료와 실험적 형식의 도입을 통해 ‘장식을 위한 착용도구’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실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관람자가 직접 참여하는 코너도 있었다. 자신의 신체와 현재의상을 AI가 촬영하고 분석하여 가장 어울리는 장신구를 소개하면 전시장 내에서 그 장신구를 찾아서 QR을 통하여 정보를 얻는 체험이다. 나도 체험을 해보았는데 의외의 장신구를 매칭해 주어서 나의 장신구 취향을 이번기회에 참고하게 되었다. 재미와 함께 의미를 주는 체험프로그램이었다
전시를 보고 시대가 변하니 장신구도 변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장신구를 몸에 착용하지 않더라도 '오브제'기능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들었다.
이번전시가 한국과 오스트리아 작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했으나 나는 작품들에서 국적을 느끼지 못했다.
전시를 보기 전에는 작품에서 동양과 서양의 구분이 뚜렷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를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 세계인이 삼성이나 애플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은 국경이 없는 글로벌시대라는 것을 이번전시를 보고 새삼 느꼈다. 그러나 전시에서 동서양의 특징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