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월미도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있다. 인천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장소로, 한국이민의 역사를 한눈에 보기에 충분한 장소다. 1903년 102명의 한인들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을 향하던 인천에 박물관이 생긴 것도 의미가 있다. 이들이 훗날 '인하'대학교 설립에 기여하여 인천과 하와이의 앞글자를 따서 대학이름이 만들어졌다. 박물관에는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에 전시되어 있다. 이주민 품목에 가마솥이 있다는 것을 보고 좀 놀랐지만 당시로는 당연했을 것 같다. 한민족은 어디서든 솥에 밥을 지어서 먹어야 했을 테니까.
신분사회였던 당시는 조선말기로 혼란기였다. 다양한 신분의 이민자들이 새로운 삶의 터로 향했다. 이들은 미국 상선 겔릭(Gaelic)호를 타고 약 21일간 항해하여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이를 계기로 공식적인 미국이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더 다양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민 가는 행렬이 이어졌다. 나는 김영하 '검은 꽃'이라는 작품에서 당시의 상황과 여정을 생생하게 느끼며 당시로 시간여행을 했던 적이 있다. 소설작품으로 선행학습을 해서인지 박물관의 전시가 더 리얼하게 느껴졌다.
현재 한국인 이민자가 가장 많은 곳은 미국이다. 100년이 넘는 이민역사의 결과로 현재는 다양한 세대가 미국의 각지에서 살고 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지역에 한인타운들이 생겼고 은퇴등을 계기로 선호하는 지역도 형성되었다.
은퇴자들이 고려하는 것은 경제적 조건인 집값과 생활비다. 그리고 재산세와 소득세 등이 포함된다. 그다음이 건강과 관련한 의료인프라와 날씨 등이다.
미국의 한인타운 중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 텍사스의 달라스와 플래이노는 집값이 LA대비 거의 절반이다. 반면 재산세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래서 은퇴 무렵 한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조지아주의 애틀랜타도 집값과 날씨가 좋다.
가장 많은 한인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는 한인은퇴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 같은 주 오렌지카운티의 어바인이나 부에나파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지역은 집값 평균이 120만 달러로 비싸고 세금도 높다. 그러나 기후도 온화하고 한국의 대학병원이 있을 정도로 의료인프라와 한인커뮤니티가 좋다.
미국은 한국보다 넓고 합리적인 사고를 해서인지 은퇴 후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한국보다 많은 것 같다. 반면 한국은 가능한 살던 곳에서 계속살기를 원하는 것 같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은퇴 후 타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수도권이 겨울에 날씨가 추워도 따뜻한 남쪽으로 이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국도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벗어나면 집값이 싸고 좋은 아파트등이 많아도 오히려 인구가 줄고 있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 같다. 한국이 다른 선진국대비 자가비중이 높은 것도 한몫할 것 같다. 그리고 복잡한 부동산 관련 정책으로 전원주택이나 주말주택을 사면 다주택자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좀 답답함을 느낀다. 한국에서도 은퇴 후 원하는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이 좀 더 일반화되면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다. 한국인의 입장은 120년전과 많이 다르다. 해외든 국내든, 이민이든 잠시 살기위해 떠나든 이주의 선택이 넓어졌다. 그리고 한국에서 기회를 얻거나 살기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글을 정리하며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120여년전 인천에서 하와이로 떠났던 102명이 지금 다시 한국에 태어난다면 같은선택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