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직장이나 사업체는 서울에 있어서 거의 서울을 떠나지 않았다. 나와 가족이 휴가를 맞아서 가장 많이 찾은 곳이 속초다. 속초는 맑은 바다와 멋진 산이 함께 있어서 여름 휴양지로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24년, 여름성수기 전에 가족여행으로 갔다가 최근 속초가 변하는 모습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바닷가 모래사장과 소나무 숲에 텐트를 치고 야영했던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었던 속초해변과 주변이 지금은 마천루(skyscraper) 숲으로 변했다.
2024년 현재도 진행 중이니 언제 변화가 멈출지 알 수는 없다. 사실 내가 마천루 숲으로 변했다고 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다. 마천루 숲이란 100층 정도의 건물이 몇 개는 있어야 적합한 표현이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 전의 속초 앞바다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지금의 현상이 마천루 숲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최근 부산의 해운대에 100층 이상의 건물이 실현되었다. 속초 바닷가라고 100층 건물이 세워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매스컴에서는 속초가 최근 교통망이 좋아지고 수도권에서 이동성이 좋아져서 외지인들의 투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높은 건물은 늘어나지만 실제 거주인구는 줄어드는 현상이 가속화된다고 한다. 외지인 투자자와 관광객들이 많아지다 보니 ‘주인은 볼 수 없고 객들만 드나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광도시의 특징일 것이다.
관광도시화 되어도 관광산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활성화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새로 생긴 호텔과 스테이들은 AI기술의 발달로 무인으로 체크인과 체크아웃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어, 새 건물이 들어서도 일자리가 과거만큼 늘어나지 않을 것 같다.
관광안내 브로슈어를 보고 속초시장에 가보니 대표 인기 먹거리인 술빵과 닭강정, 오징어순대 등을 파는 곳에 긴 줄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지역특화 음식이 대중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몇몇 매장에서는 길게 줄이 서있고 바로옆의 같은 업종의 매장은 한가한 곳이 많아 보였다.
사실 이런 현상을 언급하는 것조차 이상할 수 있다. 요즘같이 SNS와 입소문으로 양극화되는 것은 속초시장이라고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여행자인 나는 시장의 점포에서 속초의 특산품 같은 먹거리를 선택했을 때, 강원도 말씨를 쓰는 강원도 분들이 노포를 꾸리고, 대를 이어서 사람들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속초 현지인들로 보이는 분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 지역과,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리는 젊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역의 특성이 점차 사라져서 “앞으로 한세대가 바뀌면 한국의 대부분 지역이 대도시를 닮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지역 간의 특성은 점점 희미해질 테고, 반면 교통은 점점 편리해져서 이동하기는 좋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는 지역에 굳이 여행을 가려고 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우려는 속초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전 지역에 해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