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사에서 법인회사로 전환을 하면서 회사를 시스템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스템화하면 내가 회사운영의 모든 것을 관여하기보다는 직원들이 각자 업무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 나도 자체개발 사업아이템에 집중할 수 있다. 그게 회사와 나의 비전이라고 생각했다.
큰 조직만 시스템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프로젝트가 쉬지 않고 연결되었다.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앞만 보고 회사를 운영해 왔다.
그렇게계속해도 큰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미래의 비전을 생각하면 아쉬웠다.
"시스템? 변화?"... "그냥 하던 대로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계속 고민해 보니, 어느 정도 새로운 시스템 변화의 가능성이 보였다. 서울 사무실에 집중하고 지사의 비중을 낮췄다. 직원들도 새롭게 배치했다. 그랬더니 더 효율이 생겼고 전보다 시간적 여유도 생겼다.
뭔가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 같았고 점점 목표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제법 큰 장기 프로젝트를 새롭게 수주했다. 그러면서 나도 그 일에 집중하다 보니 다시 이전의 시스템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짬을 내서 자체아이템을 해보려고 해도 생각대로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시도는 해야 했다. 드디어 그동안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던 자체 브랜드와 디자인을 특허청에 등록했다. 이어서 설계, 금형 등 개발에 이어 초품까지 생산했다. 이런 과정을동업관계는 아니지만, 개발과 사업경험이 많은 법인회사와 파트너십으로 함께진행했다
그러나 판매로 이어져 이익을 내기까지는 만만치 않았다. 아쉽지만 결과는 여기까지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하나에만 집중해도 성공하기 어려운데, 두 종류의 사업을 동시에 하려니 능력의 한계를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현재의 일에 집중하자." 자칫 하다가는 현재의 일도 망칠 수 있다. 내 주변의 동종업체에 이런 사례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교훈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씩 자체개발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으로만 구체화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요즘 나는 지금의 현실에 만족한다.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현실에 감사한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사업을 시작하고 자체아이템 개발까지 10여 년이 넘게 걸렸는데, 글로 정리해 보니 단숨에 정리가 되었다.
이제는 벼룩의 삶에 완전히 동화되어, 코끼리 시절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가끔씩 나를 설레게 한다.
멀리 있는 '파랑새를 기다리는 코끼리 삶'은 여기에서 마무리했다. 대신 작은 가능성에도 '열린 마음으로 삶을 대하는 벼룩의 삶'을새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