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배달로봇이 바쁘게 목적지를 향해서 이동하는 것을 볼 때면 한 사람 몫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로봇으로 인해서 일자리가 하나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말과 마부가 도로에서 사라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인은 이런 변화를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만 하는 숙명을 타고났다고 봐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현재하고 있는 일이나 직장에서 변화를 고민하는 시점이 있다. 나는 첫 직장에서 15년쯤 될 무렵 변화를 시도했다. 그 계기는 '시그모이드곡선'의 원리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농경시대를 지나 산업시대의 사람들은 정년이라는 사회적 규범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농경시대에는 정년의 개념이 없었다. 자연에 순응하며 계절의 변화에 맞게 농사를 짓다 보면, 나이가 들어도 은퇴 없이 평생 일을 하며 살았다.
정년의 개념은 100여 년 전 포드 자동차에서 숙련된 기술자들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규정화한 것이다.
당시 평균수명이 60 정도였으니 운이 좋은 사람은 은퇴 후 1년에서 5년쯤 여생을 즐겼다. 반대로 일터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도 많았다.
당시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정년나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금 평균수명으로 하면 80세 정도 정년이 되어야 당시기준을 충족한다.
한국도 60세 정년을 맞은 베이비부머들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많겠지만, 스스로 생각할 때 그 나이가 여생을 보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라는 점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직장생활 15년 차였던 나는 가능한 현역시절을 오래 유지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내가 살고 싶은 방식에 대하여 고민했다. 그러다가 시그모이드곡선의 개념을 나의 삶에 응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개념은 다음과 같다. 내 삶이 곡선의 상단에 있을 때 곡선이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다른 곡선을 만들고 갈아타서 다른 상단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두 번 정도 반복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시그모이드(Sigmoid) 곡선은 'S자' 형태의 비선형 함수 그래프다. 초기에는 느리게 성장하다가 급격히 증가한 뒤 다시 완만해지는 형태다.
이원리를 직업에 응용해 보니, 나의 직장생활도 느리게 성장하다가 급격히 증가한 뒤 완만해지고 이후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완만해진 시기에 갈아타야 하는데, 사실 실천하기란 어려웠다. 그 이유는 완만해진 시기에는 위기의식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렵게 산정상에 올랐는데 능선을 따라 좀 더 즐기다가 천천히 내려가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이원리를 내 삶에 두 번 적용했다.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감이 더 컸다.
지금생각해 보면 그 시점이 절묘했던 것 같고, 무엇보다 운이 따랐던 것 같다. 그러나 운도 어느 정도 그 길에 접근한 경우에만 작용하는 것 같다.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지만 운이 그때처럼 따라준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다.
노벨상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년 이상 한 분야에서 몰입해서 하며 죽을 만큼 일하지만 그것 때문에 죽지 않는다.
한마디로 즐긴다. 그게 프로페셔널이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직업이 수입을 만들고 마치 놀이 인것
처럼 직업을 즐긴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자발적으로 두 번의 시그모이드 곡선을 결행한 것은 쉽지 않았다.
조마조마했지만, 그때마다 가슴이 뛰는 경험을 했으니 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