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비밀이 있다.
story6 l 이사를 온지 5일차. 입주청소는 아직이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사 온 날 입주 청소를 하는 사람과 청소기가 생길 때까진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
나는 전자의 사람이며, 전에 살던 집에 이사한 날, 집 안 모든 곳을 청소했다. 오전 10시에 짐을 옮기고, 친구 H와 함께 다이소에서 청소도구를 왕창 산 다음 함께 청소하고, 쌈밥을 먹으러 갔다.
뿌듯한 기분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던 길, 언덕 위에서 본 동그랗고 밝은 보름달이 잊히지 않는다. 파란색에서 남색으로 넘어가는 하늘빛에 가로등만큼 밝은 보름달에 기대어 청소의 피곤함을 잊었던 기억. (연희동에서 한식파인 친구와 함께 배부른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녹원쌈밥’에 가세요!)
이 날, 함께 청소를 하며 벌어진 에피소드는 여전히 나의 ‘웃음벨’이다. 세탁조 청소캡슐을 넣고 세탁기를 돌리는 동시에, 친구는 부엌, 나는 욕실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아주 다급히 “예취...!!! 예취야…!!!”라고 부르는 것이다.
황급히 나가보니, 세탁기 안에 있던 물이 방을 향해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물을 다 받을 만큼 큰 용기는 없었기에 우리는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세탁기 안에 쌓였던 이물질과 함께 바닥에 호수가 생겼다. 집안에 생긴 호수를 내려다보며 나는 아주 오랜만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웃었다. 그냥 계속 웃음이 나왔다. 어디에서 나오는 웃음일까? 나는 왜 웃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웃었다.
친구는 미안해했지만, 그녀가 세탁기 물 배출구의 마개를 건드린 건 집을 더 깨끗하게 하려는 심산이었음을 안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 이렇게 웃긴 에피소드가 생기다니! 너무 재밌지 않은가.
심지어 지금도 웃으며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