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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안내자 옥돌 Mar 03. 2024

목포에서 생긴 일

ep 4. 낯선 마을에서 진짜 괜찮을까?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거란 섣부른 예상은 귀신 같이 맞아떨어졌다.


다만 딱 한 가지,

‘예산’에서 만날 거란 예상만 빼고.


우리가 재회한 곳은 서울도, 예산도 아닌

전라남도 목포였다.


당시 필자는 충남 예산에서 청년마을 팀원들과 생활하며 운영 업무를 돕고 있었다. 그녀는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서울 자취방에서 지내고 있었고.


어느 날 대표님이 화두를 던졌다.


“다른 지역으로 워크숍 한번 갈까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몰아닥치는 로컬, 여기는 예산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헐값에 계약하기로 한 건물의 조건이 내일 아침이면 없던 일이 되기도 하고(구두계약도 법적인 효력은 있다. 그러나 증거 없이는 무용지물일 터), 갑자기 마을 이장님과 송편을 빚고 에어로빅을 추게 되는 일도 생긴다.  


그러니, 낼모레 당장 워크숍을 가자는 대표님의 제안도 그닥 이상할 게 없었다.

(로컬에서 지내다 보면 난데없는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받아들이는 극강의 적응력을 장착하게 된다.)


국내 어디든 한번 던져보라는 대표님의 제안에 필자는 ‘목포’를 꺼냈다.




마의 사(死)학년, 어련히 진로 방황에 돌입할 즈음.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함께했던 동창에게 ‘갑자기 목포’ 여행을 제안했다.


“야, 목포 갈래?”

“ㅇㅇ 가자.”


필자 못지않게 고질적인 방랑벽을 자랑하는 친구다.


당시 목포에는 청년마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괜찮아마을’이 운영되고 있었다. 잠시 쉬어가며 무엇이든 해봐도 괜찮다니, 마냥 열심히만 달려왔던 서투른 이십 대가 혹하기에 너끈한 이름이었다.


지역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까 했지만 금액이 만만찮았고, 그전에 여행으로 새로운 지역을 한번 경험해볼삼 싶었다. 그렇게 ‘괜찮아마을’의 매니저와 연락이 닿아 커뮤니티 공간 ‘반짝반짝 1번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목포행 기차에 올랐다.


따스히 감도는 오후의 햇살 같이,

노르스름한 목포를 기억한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 혼자 왔는데, 누군가 나를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녀는 목포 ‘괜찮아마을’에서 일하는 매니저 K였다. 그녀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커뮤니티 공간을 구경했다. 대화 라운지, 모임 장소, 업무 공간, 옥상 테라스 등 다채로운 공간과 중간중간 자기 이야기를 섞어 소개하는 K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공간 투어를 즐겼다.

(그때부터 ‘로컬’과 ‘커뮤니티’ 탐구 여정이 시작됐던 걸까.)


K 역시 목포에 전혀 연고가 없는 인물이었으나 로컬의 매력에 빠져 서울서 내려왔다고 했다. ‘괜찮아마을’에는 일상에 지쳐있는 청년들이 찾아오곤 하는데, 대부분 외지 사람들이란다. 신기하다. 나도 그러한 청년 중 한 명이겠구나.


그토록 꿈꾸던 상경을 이뤄냈던 스무 살.


‘서울’이라는 커다란 바다에 던져진 이래로 타지 생활은 퍽 외로웠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에겐 좀처럼 깊은 마음을 내어주기가 어려웠고, 얼렁뚱땅 들어가게 된 전공 역시 흥미가 없었다. 이따금 들려오는 경상도 말씨에 정감 레이더를 곤두세우며 위안을 삼곤 했다.


여러 가지 방법들로 외로움을 견뎌보려 했다. 밤낮으로 바뀌는 데이트 상대, 어쩌다 옆에 있는 친구, 또는 몸 담은 집단과 조직 등등.


도무지 외부로 향할 줄만 알았던 시선으로 헛헛함을 달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내 마음이 왜 공허한지 모른 채 해결 방법만 강구했으니.


정체 모를 공허함이 가시질 않았던 서울 생활이었다.



평범한 이름으로

비범한 방황을 쓰는

고유한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written by. 옥돌

옥돌의 세상으로 초대합니다

@yerusan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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