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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안내자 옥돌 Mar 01. 2024

우리.. 재회할 수 있을까?

ep 3.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만났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달콤쌉싸름한 가을바람을 몰고 온 시월의 한낮.


그러니까 우리가 만난 지

어언 두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산 동안, 두 달 전 처음으로 발 디딘 예산에서 ‘살아보기’를 시작했다. 예산 청년마을 대표님의 로컬 매거진을 같이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덜컥(이라 쓰고 ‘에라 모르겠다!’라고 읽는다.) 서울에서 예산으로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서울이 본가냐고? 놉.

서울 집을 정리하고 예산에서 내려갔냐고?

한 치 앞도 모르는 P의 인생, 그럴 리가.


다달이 50씩 빠져나가는 서울 집을 빼지 않고, 남의 집에 얹혀살며 서울과 예산을 오가는 호사를 향유하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예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날이었다. 전국 청년마을이 한데 모이는 페스티벌에 참여한다고 팀원들과 함께 서울에 온 것이다.


반포 한강공원의 중간 지점에서 예산 청년마을 부스를 꾸리고,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한강에 놀러 온 아이들과 부모님, 친구들끼리 놀다가 우연히 들린 대학생. 남녀노소 발길이 이어졌고, 예산 풍경에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그립톡을 만들어갔다.


언젠가 예산에 방문했던, 지역살이 참여자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양손 무겁게 간식 꾸러미를 들고서. 청년마을 사람들과 다시 만나서 연신 반갑다며, 예산의 추억을 머금은 웃음꽃을 피운다.


내가 참여했던 기수 사람들은 별로 오지 않아서 나에게는 대부분이 낯선 얼굴이었다. 애써 어색함을 감추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려고 해도 굳어버린 입꼬리가 말썽이다. 아-. 언제까지 불편한 군중을 견뎌야 하는 것인가!


그러던 참,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예취님..?”

“옥돌님?!???”


“예취님이 여기 올 거라곤...”

“옥돌님?! 언제 예산으로 내려가신 거예요..?”


어쩌다 예산에 내려갔냐고 하면 “어쩌다 보니..”가 최선의 답변이었다. 나조차도 납득할 새 없이 얼렁뚱땅 결정된 예산행을 타인에게 납득시키기란 불가능할 수밖에.


잠깐 나눈 대화 속에서 그녀가 글 쓰는 작자임을 알게 됐다. 전시를 소개하는 SNS 계정을 운영하면서, 서대문구의 공간과 이야기를 소개하는 에디터 활동을 하고 있단다. 역시 첫 만남부터 반갑더라니, 쓰는 사람이셨구먼. 그녀를 향한 내적 친밀감은 남몰래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 참. 예산에 내려간 이유를 잊고 있었다.


나 홀로 매거진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생생한 로컬 이야기를 함께 담아낼 에디터가 필요(절실)했다.


그런데..

사람 냄새 물씬한 동네와 공간, 이야기를 사랑하는 예취 당신, 딱이잖아?


어떻게든 그녀를 꼬셔야 했다.


“예취님, 같이 글 쓸 사람이 너무 필요한데. 꼭 함께해 줬으면 좋겠어요. ”


“아.. 그럴까요?”


마지못해 얻어낸 대답에 사활의 기대를 걸며, 그녀와 함께 매거진을 만들고 있을 모습을 상상했다. 그때는 아마 예산에 있겠지? 왠지 그녀를 또 만나게 될 것 같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서울 한강에서 바라본 핑크빛 노을이 이리도 예뻤던가!


우연히 재회한 인연 덕에 아름다워진 건가?



평범한 이름으로

비범한 방황을 쓰는

고유한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written by. 옥돌

옥돌의 세상으로 초대합니다

@yerusan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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