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겐 내 곳간을 모두 내어 주지 않아.

내 아이가 나의 귀여운 손님이라면, 모든 것을 다 내어주지 않아도 돼

by 미세스유니

최근 쓴 글에 나는 내 아이를 귀여운 손님이라고 표현했다. 손님을 잘 대접해야겠지만, 보통 손님에겐 내 곳간을 모두 내어 주지 않는다.


ADHD인 내 아이에게 나는 다른 집 보다 더 그리고 둘째 아이보다 더 많은 정성과 돈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처음엔 그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쏟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모든 것을 부은 만큼 큰 아이를 향해 쏟아내는 잔소리가 정비례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극단으로 치닫는 순간들이 많아졌고, 겉잡을 수 없는 내 감정이 무엇인가 들여다보는 순간이 왔다.


항아리 쌀독을 싹싹 긁어모아 아이에게 쏟아부었던 모든 노력들에 대한 보상심리가 생겼던 거 같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나 먹을 것도 남겨 두지 않고, 손님밥 짓는데 다 써버려서 나는 굶어 죽게 생겼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 상황이 온 것이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 는데, 곳간을 텅텅 비웠으니, 애꿎은 손님에게 불만이 생긴다. 이게 어찌 손님의 잘못일까?


그렇다면 난 내 곳간을 잘 채우고 있을까? 여전히 완전히 채우고 있지 못하고 있다. 매일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내 불안은 돈과 노력, 정성, 시간을 줄이기가 어렵다. 그러나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이에게 쏟아 내고 있는 집중을 덜어 내려고, 글도 쓰고, 일도 시작하려고 여러 가지를 구상하고 있다. 내 삶과 내 시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곧 내 곳간을 제대로 채우는 일이고, 곳간이 비워지지 않아야 아이의 정서에도 가장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비단 ADHD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만의 고민과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의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의 40대 소비 1위는 학원비였다. 40대는 대부분 학부모라고 간주할 수 있는 연령이다. 나 역시 40대이다. 이렇게 쏟아부어 키우고 있는 우리가 아이에게 제대로 웃어 주며,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내 아이가 나에게 잠깐 왔다갈 귀여운 손님이라면, 잘 대접해 줄 수는 있지만, 내 곳간을 모두 내어 줬다간 귀하고, 귀여운 손님과의 시간이 즐겁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나와 내 아이를 위해 정말 이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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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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