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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과 이혼 이야기

#013 나를 잊고, 나를 찾고

by 몽글몽글솜사탕

어제는 면접교섭일이었다. 평소보다 아이 아빠가 아기를 사랑하는 듯한 모습이 자주 보였다. 아이와 나란히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눈물이 났다.

그게 무슨 감정이었을까. 후회였을까? 미련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사라져 버린 꿈에 대한 아쉬움이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요즘은 사실 지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이 힘들다. 아이를 출산하고 남편과 오순도순 잘 지내는 부부의 모습이 나를 무너뜨리는 기분이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모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 그들이 행복할수록, 그들이 나누는 작은 일상이 평범할수록, 나의 현실과 더 대비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인지 요즘은 독서 모임과 운동 모임을 찾게 된다. 애 엄마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곳. 나를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그저 나로 봐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좋다. 다시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기분이다. 그리고 아직 가정을 이루지도, 자녀를 가지지도 않은 또래의 그들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이가 뭐라고 그렇게 섣불리 결혼했을까.’

그때는 결혼이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나를 위한 선택이라고 믿었던 결정이, 나를 가장 갇히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아이가 아팠다. 나도 몸살이 났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이런 날의 육아는 한없이 버겁다. 하루짜리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십, 수백 번도 더 했다. 하지만 내 새끼는 너무 귀엽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비가 그치면, 오늘의 피로도 조금은 씻겨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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