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블로끄
오, 나는 미친 듯 살고 싶다
알렉산드르 블로끄
오, 나는 미친 듯 살고 싶다.
모든 현존을 영원케하고
몰개성적인 것을 인간화하며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구현하고 싶다!
삶의 불안한 꿈으로 가위눌리고
그 꿈속에서 나 숨 막히면 어떠리.
어쩌면, 미래에 쾌활한 젊은이가
나에 관해 이렇게 말할지도.
음울함을 용서합시다. 정말이지 그건
그의 은밀한 원동력 아니겠어요?
그는 온전히 선과 빛의 아이
그는 온전히 자유의 제전! (1914)
이명현 엮고 옮김. 러시아 현대대표 시선
『삶은 시작도 끝도 없다』(창비세계문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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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독서과제 시선집 연재(26)
작품의 배경과 시평
알렉산드르 블로끄가 1914년에 쓴 <오, 나는 미친 듯 살고 싶다>는 그의 창작 이력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앞서 감상했던 1912년의 '죽은 자'의 냉소와 절망을 넘어, 다시금 삶의 근원적인 에너지와 시인의 사명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시의 배경과 시평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작품의 배경:
폭풍 전야의 예감
1914년, 전환점의 러시아
이 시가 쓰인 1914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해입니다. 당시 러시아는 제정 체제의 붕괴 조짐과 혁명의 기운이 뒤섞인 폭풍 전야와 같았습니다. 블로끄는 초기 상징주의의 신비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시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시집 『이암브(Ямбы)』¹⁾ 연작
이 작품은 블로끄의 시집 중 '이암브'라는 연작의 서시(序詩) 격인 작품입니다. '이암브'는 고대 그리스의 풍자적이고 공격적인 운율에서 따온 명칭으로, 이 시기에 블로끄는 이전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의지적인 어조로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했습니다.
2. 심층 시평:
어둠을 뚫고 나오는 '빛의 아이'
첫 번째: 모든 것을 포용하려는 창조적 욕망
“모든 현존을 영원케하고 / 몰개성적인 것을 인간화하며 /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구현하고 싶다!”
시의 첫 연은 강렬한 긍정의 의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기서 '미친 듯 살고 싶다'는 것은 방탕한 삶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파편화된 가치들을 예술로 승화시키겠다는 시적 열망을 의미합니다. 차가운 기계와 같은 '몰개성적' 현실에 인간의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선언은, 당시 비인간화되어 가던 도시 문명에 대한 시인의 저항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고통을 원동력으로 삼는 역설
“삶의 불안한 꿈으로 가위눌리고 / 그 꿈속에서 나 숨 막히면 어떠리.”
블로끄는 삶이 결코 장밋빛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현실을 '불안한 꿈' 혹은 '가위눌림'으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고통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숨 막히는 고통마저도 창작의 밑거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입니다. 이는 비극적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시인의 용기를 보여줍니다.
세 번째: 미래가 내릴 관대한 판결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미래의 '쾌활한 젊은이'의 입을 빌려 자기 자신을 정의합니다.
“그는 온전히 선과 빛의 아이 / 그는 온전히 자유의 제전!”
시인이 스스로를 '음울함'의 소유자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어둠의 뿌리에는 결국 '선과 빛'에 대한 갈망이 있었음을 알아달라고 호소합니다. 블로끄에게 시적 우울함(Melancholy)은 단순히 슬픔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자유의 제전'을 준비하는 비밀스러운 에너지가 됩니다.
3. 총평: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시인의 기도
이 시는 블로끄가 독자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위로이자 약속입니다.
1912년의 그가 '죽은 자'로서 사회의 부패를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면, 1914년의 그는 비록 현실이 숨 막힐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며, 예술로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실존적 결단에 도달한 것입니다.
오늘날 이 시가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역시 저마다의 '불안한 꿈'에 가위눌려 살아가지만, 그 음울함 뒤에 숨겨진 '선과 빛'의 가능성을 믿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블로끄는 이 시를 통해 예술가는 시대의 고통을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자인 동시에, 그 고통을 자유로 바꾸어 놓는 연금술사여야 함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註1] 이암브(Ямбы, Iambs): 고대 그리스의 풍자적 전통을 계승하여 현실에 대한 투쟁과 생명력을 노래한 블로끄의 중기 대표 시편들의 총칭.
1. 사전적 정의
본래 시의 운율 중 하나인 '약강격(iambic)'을 의미한다. 짧거나 약한 음절 뒤에 길거나 강한 음절이 오는 리듬으로, 러시아 시 문학의 대부 푸시킨이 가장 즐겨 사용했던 전통적이고 활기찬 리듬이다.
2. 블로끄의 시집 『이암브』 (1907~1914)
블로끄는 1907년부터 1914년 사이에 쓴 시들을 모아 『이암브』라는 제목의 연작 시편을 발표했다. 이 시기 블로끄는 초기작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상징주의에서 벗어나, 가혹한 사회적 현실과 역사적 운명을 직시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3. 문학적 배경과 상징성
•고대 그리스의 전통: 고대 그리스에서 '이암브' 운율은 주로 풍자, 공격, 비판을 목적으로 하는 시에 사용되었다. 블로끄는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여, 당대 러시아의 부패한 현실과 관료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그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단호한 의지: 부드럽고 모호한 리듬 대신, 규칙적이고 힘 있는 '이암브' 리듬을 선택한 것은 삶의 비극적 가위눌림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미친 듯 살고 싶다"라고 외치는 시인의 단호한 의지와 생명력을 형상화하기 위함이다.
•현실 참여적 성격: 블로끄에게 이암브는 '아름다운 여인'을 꿈꾸던 은둔자적 삶에서 벗어나, 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시민적 시인'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