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양훈 Feb 17. 2024

산정호수의 立春

사진 한 장의 추억 by 야메사진작가

열두 해 전인 2012년 2월 4일 立春, 서울에서 북동쪽 72㎞ 거리 산정호수, 이날 찾아간 그곳은 북쪽 지방이며 높은 곳이라 겨우내 내린 눈이 하얀 설원(雪原)을 이루고 있었다. 


그곳은 산세가 아름다운 명성산, 감투봉, 사향산, 관음산, 그리고 불무산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다. 산세가 험하고 암벽이 많아 등반 코스로도 널리 알려진 명성산은 궁예가 싸움에 지고 돌아와 크게 울었다고 해서 ‘울음산’이라고도 한다. 


산정호수는 한탄강의 지류가 계곡을 타고 흘러들어 호수를 만드는데, 일제 강점기인 1925년 만들어진 농사용 인공호수다. 천연 암벽을 이용해 축조한 3㎞ 제방 둘레길을 도는 산책로는 정취가 있기로 이름이 났다. 


이 산정호수는 옛적에 아이스하키나 스케이트 연습장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는데, 이날은 스케이트를 타고 썰매와 네 바퀴 바이크를 즐기는 청춘남녀들이 많았다. 


신기하게도 호수 한편엔 화원(花園)도 있었다. 열두 해 전 그제나 이제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한결같아서 김명수의 詩 <우리나라 꽃들엔>을 올렸다.   

  


우리나라 꽃들에겐

설운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건드리면 끊어질 듯

바람 불면 쓰러질 듯

아,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

우리는 그날을

새봄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나무들엔

아픈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쥐똥나무 똘배나무 지렁쿠나무

모진 산비탈

바위틈에 뿌리 내려

아, 그러나 그것들 새싹 돋아 잎 피우면

얼어붙은 강물 풀려

서러운 봄이 온다

All photos ⓒKim Yang-Hoo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전등사 죽림다원(竹林茶園)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