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4 3문학회

메기의 추억

김정주의 詩|4·3문학회 문집|창작 詩|

by 김양훈

메기의 추억¹

김정주


그 퀭한 눈동자 아래 검은 피멍을 기억해

폐선의 닳은 밧줄에 기대어

마른 날숨을 모두고 있었지


하얗게 굴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어

오랜 너울거림 끝에 닿은

위태로운 평온을 유영하고 있을 따름


발목을 잡아채는 혼곤함²은 다만

여윈 물살의 음습과 함께

낯익은, 푸른 생채기로부터 왔지

그러곤 느닷없이 질척한 해미³

섬섬한⁴ 모랫벌 위로 길게 널브러지고

돌이켜 돌이켜도 결코 빼앗을 수 없는

아, 속수무책 달려드는 황홀한 비릿내를


김정주|4·3문학회 문집|창작 詩| 中 발췌.

*김정주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천대학교, 고려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강의를 하고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 제주대학교 영어교육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살아있는 인형』, 『아서 매켄 단편선』 등을 번역했으며, 「영어권 및 국내 독서치료용 도서 비교 분석-인문학적 독서치료의 불필요성에 관한 제안」 등의 논문을 썼다. 4·3문학회 좌장(座長)을 맡고 있다.

[옮긴이 註]

1) 여기에서 언급한 '메기'는 작가의 고향 바닷가 민물에 살던 상처투성의 메기를 아버지의 미미지에 투영한 것이다.


詩 제목과 같은 미국 민요 「매기의 추억」이 있는데, 시인이 민요 제목을 빌렸는지 알 수는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메기의 추억은, 미국 민요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를 가리킨다. 이 노래는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박사인 조지 W. 존슨(George W. Johnson)이 작사하고 영국에서 이민 온 제임스 오스틴 버터필드(James Austin Butterfield)가 작곡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윤치호 선생이 '옛날의 금잔디'로 번안하고 편곡하였다.

2) 혼곤(昏困) : 정신이 흐릿하고 고달픔.

3) 해미 : ①바다 위에 낀 아주 짙은 안개. 해매(海霾)가 변하여 해미가 되었다는 설이 있음. 흙비·매(霾)

4) 섬섬하다 : 갑자기 소름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하고 끔찍하다. ‘섬찟’은 ‘갑자기 소름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느낌이 드는 모양’, ‘섬뜩’은 ‘갑자기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한 느낌이 드는 모양’으로 언뜻 별 차이가 없어 보이나 ‘섬’의 느낌이 한층 강하다는 것이 국립국어원의 설명이다. ‘섬’이 <2014년 표준어 추가 사정안>에 의해 표준어가 됨에 따라 ‘섬하다’ ‘섬섬’ ‘섬섬하다’ 등도 표준어로 함께 인정됐다.

5) 비린내(→비릿내) : ①날콩이나 물고기, 동물의 피 따위에서 나는 역겹고 매스꺼운 냄새. ②바닷가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바닷물의 미네랄 냄새, 해산물을 말리는 냄새 등이 합쳐져서 나는 것이며 갯벌이 있는 서해에서 더욱 짙게 난다. 생굴이나 생꼬막, 매생이는 바다 냄새가 심한 것으로 유명하다.

4·3문학회는, 문학을 통해 제주4·3의 진실을 찾아가는 서울 지역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2017년 4월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회원들이 주축이 된 『화산도』 읽기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2021년부터는 4·3관련 자료와 작품 전반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확장하고. 이름을 ‘4·3문학회’로 바꿨다. 월 1회 정기모임을 8년째 이어 가고 있다. 현재 회원은 30여 명이고 회장은 양경인, 좌장은 김정주가 맡고 있다.


[덧] 여기에 실린 사진들은 김정주의 詩 『메기의 추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며, 옮긴이가 임의로 올린 것임.

성산면의 온평리, 난산리, 수산리, 고성리 등 4·3 당시 희생된 성산면 관내 주민 대부분이 이곳 터진목에서 희생됐다. 그들은 대부분 인근 지서에 끌려갔다가 성산포에 주둔하던 서청 특별중대에 끌려오거나, 토벌대의 포위 습격에 걸려들어 역시 서청 특별중대에 끌려와서 고문 취조를 당하다 터진목에서 총살됐다. by 조성봉 감독의 진달래 산천 중 ‘터진목 넋풀이’.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 중『우뭇개 학살』
광치기 해변 터진목 영등굿 by 김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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