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업고 서방질
-양경인|4·3문학회 문집|창작 詩|
아기 업고 서방질
양경인
어멍¹, 분시 어신² 우리 어멍
남자 이름만 붙은 사람이
오라면 따라가고
가라면 돌아오고
울타리 해 줄 남자 찾아
신촌에서 성산까지
허천나게³ 다니며
아들 낳고도 못살아
다시 돌아온 설운 어멍
1948년 무자년 12월,
와삭와삭⁴ 조여 오는 죽음의 그림자
아기 포대기에 마른 조침떡⁵ 찔러주며
할머니의 지엄한 분부
-우리 늙은이들은 앉은자리 죽어도 그만,
너는 살아 씨앗 보존허라
오라비는 그때 네 살
포릇포릇⁶한 막내는 한 살 물애기⁷
경찰도 군인도 산사람⁸도 다 무서워
한라산 눈벌판 쫓겨다니다
손에 잡은 오라비 푹 쓰러지는데
한데⁹ 벌판에 버려두고
포수 총 피하는 노루 새끼로 헤매다
-얘야, 아기 좀 봐라, 울지도 않고, 자는가
-어멍, 애기 눈이 이상허우다
죽은 아기 업고 종일 다닌
미련한 우리 어멍
춥고 배고파 기어들어간 밤
나는 하마하마¹⁰ 잠들고
어머님, 어머니~임
우리 어멍 정지문 가만가만 흔들 때
-씨종자 할 손자들 다 죽이고 씹년들만 들어왔느냐
올레¹¹ 밖으로 쫓겨난 우리 어멍
식은 밥 한 양푼에도 치마 올리고
오라는 사람 있으면 졸졸 쫓아가
아기 낳고 살다 못 살면 돌아오고
나 시집간다는 기별에
인편에 부쳐 온 명주 한 필
얼굴도 가물가물 우리 어멍
아기 업고 서방질 다닌
허황¹² 들린 우리 어멍
양경인|4·3문학회 문집|창작 詩
*양경인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20대에 4·3과 인연을 맺은 후 제주4·3연구소의 창립멤버로 일했다. 재경 제주4·3희생자와 유족 증언조사 책임연구원, 제주4·3 70주년 신문 편집위원장을 맡는 등 제주4·3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였고 현재 4·3 평화 인권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사 말햄수다1』(공저), 『4·3과 여성』1~5권(공저) 등을 출간했으며, 『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로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4·3문학회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다.
[註]
1)어멍 : 어머니의 제주어
2)분시 어신 : 철없는, 분별없는
3)허천나게 : 매우 많이(전라도와 충청도 방언) 예) “요리 와바라잉. 여그 허천나게 많어야.”
4)와삭와삭 : 마른 가랑잎이나 얇고 빳빳한 물건이 자꾸 서로 스치거나 바스러지는 소리
5)조침떡 : 좁쌀로 만든 설기떡
6)포릇포릇 : 파릇파릇의 제주어 -갓 태어난 새싹의 어린 모양을 나타냄.
7)물애기 : 갓난아기·젖먹이의 제주어
8)산사람 : 제주4·3 당시의 한라산과 오름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무장대원을 이름.
9)한데 : ②사방, 상하를 덮거나 가리지 아니한 곳. 곧 집채의 바깥을 이른다.
10)하마하마 : ①어떤 기회가 자꾸 닥쳐오거나 기다리는 모양. ②‘하마터면’의 제주어
11)올레 : 집 입구부터 바깥 큰길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동의어 올래, 올리, 올렛질]
12)허황 : 헛것이 몸에 들어와 혼이 나간
4·3문학회는, 문학을 통해 제주4·3의 진실을 찾아가는 서울 지역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2017년 4월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회원들이 주축이 된 『화산도』 읽기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2021년부터는 4·3관련 자료와 작품 전반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확장하고. 이름을 ‘4·3문학회’로 바꿨다. 월 1회 정기모임을 8년째 이어 가고 있다. 현재 회원은 30여 명이고 회장은 양경인, 좌장은 김정주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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