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윤|4·3문학회 문집|창작 詩|
담(潭)과 장(墻)
양태윤
한라산 몸부림치던 날
천지 울부짖고
모자 벗어버리듯
백록담 바다로 날아갔다.
바다에 빠진 백록담
비양도¹가 닮았다.
화산재 뿌려진 땅
생명의 터전 일구었고
사방에 쏟아진 용석² 조각
우리 집 담장이 되었다.
태풍이 몰고 온 세찬 비바람
구멍 숭숭 돌담 깡다구로 버티었다.
수만 년의 상실된 찰나
영겁으로 흘러
전설의 기억으로 남고
그 터전에선
인고의 생명들이
거센 숨결로 살아가고 있다
양태윤|4·3문학회 문집|창작 詩
*양태윤은 제주시 한림읍에서 태어났다. 1950-6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청년기를 직업 군인으로 지내면서 반공 이념에 충실한 보수적 삶을 살아왔다. 퇴역 후 이념과 사상의 편견에 매몰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으며, 제주인으로서 4·3의 아픔을 함께 하며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한다.
[옮긴이 註]
1) 비양도(飛揚島)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섬이다. 면적은 0.52㎢, 인구는 166명(2019년)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이 섬이 화산 활동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는 고려 목종 5년(1002년)에 산이 바다에서 솟아 섬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지질 분석 결과로는 약 2만 7천 년 전 당시 빙하기로 인해 해수면이 내려가 제주도의 해안선이 크게 확장되어 있던 시기에 화산이 폭발하여 형성된 것이다. 그 뒤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지금과 같이 섬이 되었다.
2) 용석(鎔石) : 화산에서 뿜어 나오는 돌. 또는, 땅 속에서 지열로 녹은 돌.
4·3문학회는, 문학을 통해 제주4·3의 진실을 찾아가는 서울 지역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2017년 4월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회원들이 주축이 된 『화산도』 읽기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2021년부터는 4·3관련 자료와 작품 전반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확장하고. 이름을 ‘4·3문학회’로 바꿨다. 월 1회 정기모임을 8년째 이어 가고 있다. 현재 회원은 30여 명이고 회장은 양경인, 좌장은 김정주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