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실려 어디론가 흘러가다 라디오에서 들려온 노래 한 소절에 사로잡힌 적이 있는지. 한 시절 기억이 통째로 불려 나오는 것을, 실핏줄 하나하나가 그 기억들에 반응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어느 저녁 문득 오래전의 노래가 혀끝에 매달려 흥얼거린 적이 있는지. 가슴이 먹먹해지거나, 베일 듯 아파오거나, 따스하게 덥혀져본 적이 있는지. 바로 그 노래의 힘으로, 오래 잊었던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지.
<노래의 날개 위에>라는 가곡도 있지만, 정말 노래에는 날개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한없이 아래로 무겁게 강하하든, 멀리 있는 당신을 향해 끈질기게, 부드럽게 유영하든… 노래는 날개를 달고 우리 삶 위로 미끄러져 간다. 노래가 없어서 그 날개에 실려 삶 위로 미끄러져가는 순간도 없다면, 우리 고통은 얼마나 더 무거울까.
오래 전 직장에서 만났던 상사가 생각난다. 화가 나면 이성을 잃고 부하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이상하게도 십여 년이 지난 뒤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콧노래다. 그는 무슨 노래인가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가 많았다. 특히 힘든 일을 할 때, 옆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도 짜증이 날 것 같은 업무에 매달려야 할 때면 마치 그것이 주문인 듯 낮게 노래했다. 대개는 70년대에 윤형주나 송창식이 부르던 노래였다.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 없는 웃음이
그 순간 그는 어떤 날개를 타고, 얼마만큼의 부력으로 그의 삶 위를 날고 있었을까. 지금도 어딘가에서 그렇게 날아가고 있을까.
그렇게 흘러간다. 나지막이 흥얼거리며, 때로는 큰소리로 부르며, 귓가에 머무는 선율을, 혀끝에 맴도는 가사를 타고 간다. 가다가 머물고, 머물다가 간다. 형체도 맛도, 냄새도 없는, 우리에게 귀가 없었다면 결코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 수 없었음을…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그 이상한 파장들에 몸을 맡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