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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훈 Nov 11. 2024

카펠라(Capella) 별 이야기

내야리에서 그날 밤, 우리가 레빈과 함께 바라보던 별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별,
카펠라(Capella) 이야기   


지난 11월 2일 밤 자정을 넘기던 시각, 홍천군 내촌면 내야리 옥경씨 댁 마당. 별지기 스노바님이 겨울 별자리 아래에서 레이저 빔을 쏘아가며 대여섯 번이나 열심히 우리에게 반복 설명해 주던 마차부(馬車夫)자리! 그 별자리 중 가장 밝게 빛나던 카펠라(Capella)를 레빈도 그 시각에 그 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레빈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왜냐고요? 그는 청혼했다가 보기 좋게 딱지를 맞았던 키티로부터 뜻밖의 ‘사랑 고백’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청혼거절 딱지는 아시다시피 브론스키와 안나의 눈맞음 때문에 벌어졌던 헤프닝이었죠? 여러 곡절 끝에 기대하지 않았던 키티의 사랑 고백을 받은 레빈은 그날 밤 정신이 반쯤 나가버렸습니다. 이 밤이 새면 그의 사랑 키티의 부모를 만나 결혼 허락받을 생각에 레빈의 마음은 한없이 들떠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흥분된 마음으로 꼬박 날밤을 새우는 중이었죠. 그가 쳐다보는 겨울 밤하늘의 별 카펠라는 그가 사모하는 키티를 상징하는 것일까요? 그럼 『안나 카레니나』(2권) 351쪽으로 들어가 레빈의 안절부절한 모습을 지켜볼까요?


레빈은 지난밤을 뜬눈으로 새웠지만 자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방 안 공기가 선선한데도 그는 더워서 숨이 막혔다. 그는 통풍구를 두 개 다 활짝 열고 그 앞에 놓인 테이블 가에 앉았다. 눈에 덮인 지붕 너머로 사슬이 달린 무늬 있는 십자가가 보이고, 그 위로 마차부자리 별자리의 세모꼴과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펠라 별이 보였다. 그는 십자가를 보다가 다시 별을 올려다보고는 방 안으로 일정하게 들어오는 얼어붙을 듯한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그리고 마치 꿈속인 양 상상 속에 떠오르는 형상과 기억을 좇았다.      


3시가 지났을 즈음 레빈은 복도에서 나는 발소리를 듣고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레빈도 익히 아는 도박꾼 먀스킨이 클럽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기침을 하면서 침울하게 걷고 있었다.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 같으니!’ 이런 생각이 들자, 레빈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레빈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자기가 루바슈카만 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다시 통풍창 앞에 앉아 차가운 공기에 몸을 맡기고서, 말은 없지만 의미로 충만한―그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저 이름다운 모양의 십자가와 점점 높이 떠오르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별을 바라보았다. 6시가 지나자 마루 닦는 일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어떤 서비스를 알리는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빈은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통풍구를 닫은 후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서 거리로 나섰다.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서 Kitty

별자리에 대해서 문외한에 가까운 나는 이번 홍천MT에서 별자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즐겨 찾는 위키백과를 검색했습니다. 난해한 설명은 빼고 내 수준에 맞는 카펠라 별 이야기를 아래 짧게 옮겼습니다.   

카펠라(Capella)는 마차부자리(Auriga)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밤하늘에서 여섯 번째로 밝고 북반구 밤하늘에서는 아크투루스와 베가 다음으로 세 번째로 밝다. 마차부자리는 겨울의 저녁 하늘에 주로 보이는, 천구의 북반구에 있는 별자리이다. 이 별자리는 밝은 별들로 이루어진 약간 긴 오각형 또는 육각형 형태를 이룬다. 은하수가 그 중심을 지난다.      

별의 이름 카펠라(Capella)는 '새끼 염소'라는 뜻으로, 라틴어로 염소를 뜻하는 capra의 지소사(至小辭)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소사’는 송아지나 망아지처럼 어린 새끼를 나타내는 낱말을 말한다. 별자리 내에서 가장 밝기 때문에 바이어 명명법으로 마차부자리 알파(α Aurigae, α Aur)로 표기한다. 맨눈으로는 홑별처럼 보이나 사실은 밝은 별 두 개와 어두운 별 두 개가 각각 쌍성을 구성하고, 이 두 계(系)가 다시 서로에 대해 공전하는 복잡한 구조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릭(lick) 천문대 소속이었던 윌리엄 캠벨은 분광사진기를 이용하여 카펠라를 관측하여 1899년 이 별이 쌍성계임을 공표했다. 그는 1896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찍은 사진 건판을 대조하던 중, 9월과 10월 사이 도플러 이동이 푸른색으로 나타났다가 11월부터 2월까지는 붉은색으로 나타남을 발견했다. 여기에서 그는 지구에서 볼 때 카펠라 계 구성원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고 서로를 돌고 있음을 알아냈다. 캠벨과 거의 같은 시기인 1899년 7월 영국 천문학자 휴 뉴얼은 캠브리지 소재 25인치 망원경에 장착된 4프리즘 분광기로 찍은 스펙트럼을 조합하여 관찰했고, 여기에서 카펠라가 쌍성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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