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책을 사면서 앞표지를 보았을 때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아니 밋밋한 풍경이라 별다를 게 없어 보여 그런가 하고 말았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책표지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다. 그리고 한강 작가는 철자 하나뿐만 아니라 이런 책표지 선정에도 매우 섬세하게 관여한다는 말이었다. 책표지를 절반 이상 하얗게 덮고 있는 게 엄마를 상징하는 이미지였다니. 사춘기 시절 엄마가 보기조차 싫어 가출까지 감행했던 인선, 어느 때부터 엄마가 거인처럼 보였음을 경하에게 실토한다. 310~311쪽.
커다란 광목천 가운데를 가윗날로 가르는 것처럼 엄마는 몸으로 바람을 가르면서 나아가고 있었어. 블라우스랑 헐렁한 바지가 부풀 대로 부풀어서, 그때 내 눈엔 엄마 몸이 거인처럼 커다랗게 보였어.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 뒤표지에 쓰인 출판사 편집부의 소개글은 이렇다.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
나는 소설의 끝 무렵에서 이 지극한 사랑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았다. 311쪽이었다.
여기쯤 멈춰 서서 엄마는 저 건너를 봤어. 기슭 바로 아래까지 차오른 물이 폭포 같은 소리를 내면서 흘러갔어. 저렇게 가만히 있는 게 물 구경인가, 생각하며 엄마를 따라잡았던 기억이 나. 엄마가 쪼그려 않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