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1부-새) 152~156쪽
「아마」를 위한 주인공 경하의 장례(葬禮)는
주검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자들에 대한 고발
제주4·3항쟁이 지속하는 동안 죄 없는 양민에 대해 그들은 무자비한 학살과 모진 고문을 자행했다. 계엄령 아래에서, 빨갱이 절멸을 외치며 그들이 벌인 중산간 마을 초토화 작전은 무참(無慘)하기 이를 데 없었다. 죽음 이후에도 그들은 모욕을 가하는 행위를 일삼았다. 사람 취급을 않겠다는 듯이, 생명이 끊긴 주검에 대해서조차 그들은 일말의 예의가 없었다.¹⁾ 특히 영락교회에 속한 청년들이 주축이던 서청은 이런 만행을 저지른 핵심이었다. 사랑한 적도 없는 새, 필사적으로 구하려다 실패한 ‘아마’라 불리는 카나리아를 예를 갖추어 정성껏 묻어주는 경하. 폭설이 내리는 캄캄한 밤에 홀로 고투하는 장례의 장면들. 나에게는 주검까지 학대한 학살자들에 대한 고발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