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저편의 겨울 10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by 김양훈

보름 조금 지난

달이 낯설다.


태어나 한 번도 보지 못한 형상,

위쪽의 반원이

미묘하게 움츠러든,


강을 따라 걷던

우리들 중 하나가 말한다.

그야 여기는 무척 남쪽이니까,

우리들의 도시는 무척 북쪽이었으니까.


비스듬한 행성의 축을 타고

그토록 멀리 미끄러져 내려왔으니

시선의 각도에 맞추어

달의 윗면이 오므라든 거라고

손바닥으로 꾹 눌러본 소금 공, 혹은

얼린 밀반죽처럼

(아주 조금) 납작한 달

다른 행성의

다른 달

아래를 걷듯

우리들은 조용히,

(슬프지 않게)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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