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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훈 Dec 06. 2024

피 흐르는 눈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피 흐르는 눈 

                       한강     


나는 피 흐르는 눈을 가졌어.     


그밖에 뭘 가져보았는지는

이제 잊었어.     


달콤한 것은 없어.

씁쓸한 것도 없어.

부드러운 것,

맥박치는 것,

가만히 심장을 문지르는 것    

 

무심코 잊었어, 어쩌다

더 갈 길이 없어.    


모든 것이 붉게 보이진 않아, 다만

모든 잠잠한 것을 믿지 않아, 신음은

생략하기로 해     


난막¹처럼 얇은 눈꺼풀로

눈을 덮고 쉴 때

그때 내 뺨을 사랑하지 않아.

입술을, 얼룩진 인중²을 사랑하지 않아.     


나는 피 흐르는 눈을 가졌어.    


[註]

1) 난막(卵膜)-알의 표면을 둘러싸서 배(胚·발생 초기의 어린 생물)를 보호하는 비세포성의 피막이다. 난세포에 부착하여 알의 원형질막 바깥쪽에 있어 경계가 뚜렷한 층을 모두 난막이라고 한다.

     

2) 인중(人中)은 윗입술과 콧구멍 사이에 오목하게 골이 진 부분이다. 윗입술 중간 부분에 수직으로 패인 자국으로, 수열 포유동물에게 흔히 발생하며 인간의 경우 비중격에서 윗입술 결절까지 뻗어 있다. 선 모양의 비강 및 갈라진 틈 같은 콧구멍과 함께 이것은 적어도 수열 포유류의 원시적 상태를 구성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by 고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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