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양훈 Nov 23. 2023

변이(變異)의 힘

[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 속에 숨은 한마디

무엇보다 이견(異見)의 핵심은 「종의 기원」에 있었다. 어째선지 데이비드와 프랜시스 골턴은 둘 다 그 결정적인 사실을 흘려버렸다. 한 종(種)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종이 미래까지 지속하게 해주며, 혼돈이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기온 급변, 경쟁자, 약탈자, 해충의 침략 등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말이다.     


동질성은 사형선고와 같다. 한 종에서 돌연변이와 특이한 존재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그 종이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노출되도록 만들어 위험을 초래한다. 다윈은 「종의 기원」의 거의 모든 장에서 “변이”의 힘을 칭송한다. 그는 다양성이 있는 유전자 풀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력한지, 서로 다른 유형 개체 간의 이종교배가 그 자손에게 얼마나 큰 “활력과 번식력”을 만들어 주는지, 심지어 완벽하게 자기 복제할 수 있는 벌레들과 식물들까지도 새로운 변이형을 만들어낼 수 있게끔 유성생식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사실들은 정말로 이상하구나!” 하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따금이라도 서로 다른 개체와 교배하는 것이 유리하거나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사실은 아주 간단히 설명된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당신의 유전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라”가 될 것이다. 상황이 바뀌면 그 상황에 어떤 특징이 더 유용하게 적용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다윈은 간섭하지 말라고 특별히 강력하게 경고한다. 그가 보기에 위험한 것은 인간의 눈에서 비롯된 오류 가능성,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다. “적합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서는 불쾌하게 보일 수 있는 특징들이 사실 종 전체나 생태계에는 이로울 수도 있고, 혹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조세균(cyanobacteria)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바다에 사는 이 작은 초록 점 같은 생물은 인간의 눈에 너무나 하찮게 보여 수세기 동안 유리에게는 그것을 지칭하는 이름조차 없었다. 1980년대 어느 날,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상당량을 이 남조세균들이 생산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우연히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이 작은 초록 점들인 프로클로로코쿠스 마리누스(Prochlorococcus marinus)를 공경하고,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것이 바로 다윈이 예언했던 그런 상황이다. 그가 지구의 수많은 생명들의 순위를 정하지 말라고 그토록 뚜렷이 경고한 이유는 “어느 무리가 승리하게 될지 인간은 결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이러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함, 공경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히 오래된 것이다. 이는 때로 “민들레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철학적 개념이다.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생학자들은 이런 단순한 상대성의 원칙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유전자 풀에서 “필수불가결한” 다양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그들은 사실상 지배자 인종을 구축할 최선의 기회를 망쳐버리고 있었던 셈이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10장. 진정한 공포의 공간> 中에서 발췌. p187-189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책 속에 숨은 한마디-나의 쇄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