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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훈 Nov 25. 2023

여신의 슬리퍼

그녀의 베란다 정원, by 야메 사진작가

파피오페딜럼 Paphiopedilum

2년만에 여신께서 슬리퍼를 신으셨다.


작년 봄에 분갈이와 포기 나누기로

몸살을 앓았는지

한 해를 건너 뛰셨다.


꽃이 피면 희소식도 따라오더이다.

여신이시여, 행운의 여신이시여!

비나이다. 나의 주머니를 채워주소서.


헐렁하던 주머니가

어느날 갑자기 두둑해지면

어쩌다 찾아오는 요행임에도

그것에 만족한 채

우리는 별다른 저항 없이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노니.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굶주린 고양이를 발견하고도

이 험난한 세상에

고양이가 숨어 지낼만한 은신처기 있다는 것,

따스하게 쉴 만한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트 크레인의 詩 '채플린양식' 중에서

일명 Lady's Slippers

All Photos ⓒKim Yang-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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