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는 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나?
『지하로부터의 수기』(1864)
도스토옙스의 4대 걸작 관문의 문지기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이라 불리는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들어가는 관문 입구에 문지기처럼 세워졌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또 한편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에서 체르니솁스키의 이론과 그의 작품에 대해 비난과 풍자, 그리고 적개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체르니솁스키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합리적 이기주의’라는 개념을 주장한다. 개인 각자의 이기적인 행동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온다는 주장을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런 유토피아적 공상은 복잡한 인간에 대한 단순화이자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위와 같은 체르니솁스키의 주장에 대한 반발로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발표했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주장이다.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1828년~1889)는 러시아의 비평가·소설가·철학자·경제학자이다. 니콜라이 도브롤류보프와 함께 혁명적 민주주의의 대표자이다.
사라토프의 사제 집안에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졸업 후(1850) 잡지 <현대인>의 집필자가 되었으며(1854), 1856~1862년에 걸쳐 동 잡지를 배경으로 높아진 혁명 운동의 지도자로 활약했다. <현대인>의 발행 정지 처분과 함께(1862)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에 투옥된 후 ‘청년에게 끼친 해로운 영향’을 이유로 시베리라로 추방되었다. 추방이 해제된 것은 1883년이었고 이로부터 6년 후 출생지 사라토프에서 사망했다.
체르니솁스키는 <현실에 대한 예술의 미학적 관계>(1853-55), <러시아 문학에서의 고골 시대 개관>(1856) 등의 논문으로 관념적 미학을 배척하고 현실이 예술보다 우월함을 주장하면서 사회에 대한 사실주의 문학의 비판 및 판결의 역할을 강조했다. 옥중에서 쓴 장편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1863)에서는 외관의 아름다움보다 평등과 경제적 독립을 지향하는 신여성이나 엄격한 윤리관을 가진 혁명가를 러시아 문학에 처음으로 등장시켜, 사회주의적 생활의 실천과 전망을 묘사함으로써 급진주의적 신세대의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다. <위키백과>
『무엇을 할 것인가?』(Что Делать?)는 하나의 혁명적 선전으로 당대의 급진적인 젊은 독자들과 후대의 혁명가들에게 지침이 되었던 작품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베라 파블로브나라는 젊고 똑똑한 중산층 계급의 여자가 잡계급(разночинцы) 지식인 출신의 로푸호프와 그의 친구 키르사노프를 만나 지적, 사회적, 혁명적으로 성숙해 가는 성장소설로, 꿈같은 이상향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사이좋게 이익을 분배해서 모두가 잘살게 되는 사회. 모두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영원한 봄과 여름, 그리고 영원한 기쁨을 누리는 사회. 이런 꿈같은 이상향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는 작품이다. 레닌이 러시아 혁명을 결심하게 만든 혁명가의 필독서였다.
인간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논의는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나 루소가, 동양에서는 공자나 맹자가 인간의 본성은 지극히 선하며, 그 선은 타고나는 것이라 주장했다. 한마디로 인간은 생득적인 착한 성품을 지니고 태어나며, 인간이 악해지는 이유는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똑같은 사고를 체르니솁스키의 작품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체르니솁스키는 인간 본성이 원래 선하며, 인간이 사악한 행위를 하는 것은 사회가 그에게 자신의 욕구와 능력을 만족하게 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사회가 개혁되어 배부르고 따스한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모두가 자신의 선한 본성으로 돌아가리라고 믿었다. 그는 낮은 차원에 머무는 일반적인 민중이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그래서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안내서를 아주 자세하게 예를 들며 소개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베라 파블로브나라는 젊고 똑똑한 중산층 계급의 여자가 잡계급 지식인 출신의 로푸호프와 그의 친구 키르사노프를 만나 지적, 사회적, 혁명적으로 성숙해 가는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1860년대의 세대들에게 다가올 미래에 있을 유토피아적인 청사진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미래를 지상에 실현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와 또 그 ‘무엇’이란 단기 목표를 어떻게 하면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를 등장인물인 ‘새로운 사람들’의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각각의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의 커다란 목표에 대한 해답뿐만 아니라, 식생활, 의생활, 결혼 생활, 삼각관계, 이익 분배 등 개인적·사회적 차원의 제반 문제에 관한 해답이 상세히 제시되어 있다.
러시아 혁명의 시작부터 소비에트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체르니솁스키는 혁명과 소비에트 정권의 상징이자 우상이었고, 1860년대 과격한 잡계급 출신의 인텔리겐치아들뿐만 아니라, 그 후의 모든 혁명가와 소비에트 러시아의 엘리트들에게 찬양과 감탄의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는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혁명적 선전이었고,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지침서였다. 그것이 작가 체르니솁스키의 의도였으며, 당대 급진적인 젊은 독자들과 후대의 혁명가들도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자신의 모범으로 삼아 그들의 행동 방식과 사고방식을 모방하고자 노력했다.
'잉여인간'에 대한 반박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다시 이에 대한 비판으로
『지하로부터의 수기』 를 쓰다.
18세기 이후 러시아 문학계를 주도한 귀족 작가들이 보여주었던 ‘잉여 인간’의 전통을 확립한 카람진의 『카람진 단편집』, 이러한 ‘잉여 인간’에 반박하여 ‘새로운 사람’들의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한 체르니솁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이 『무엇을 할 것인가?』의 이상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을 함께 비교해서 읽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