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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콜카의 허위 자백

6월 독서과제 <죄와 벌>, ChatGPT와 함께 생각해 봤습니다.

by 김양훈
“… 그런데 미콜카 말이지요.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 작품 소재인지 아십니까. 물론 내가 이해하는 바에 따르면 그렇다는 거지만, 무엇보다 그는 아직 미성년인 어린앱니다. 겁쟁이라는 게 아니라, 말하자면 일종의 예술가 같은 녀석이지요. 정말입니다. 그를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고 해서 웃지 마십시오. 녀석은 순진하고 무엇에 대해서나 감수성이 예민합니다. 진정을 지녔고, 몽상가입니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잘 추고, 이야기 솜씨도 좋아서, 이야기를 하면 다른 곳에서 일부러 들으러 모여들 정도라는군요. 학교도 다니고, 아주 조그만 일에도 쓰러질 정도로 웃고, 술에 취해 정신을 잃기도 하지만, 방탕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따금 사람들이 술을 먹이면 그대로 어린애같이 받아 마셔서 그런 거죠. 그때만 해도 녀석은 사실 도둑질을 한 거지만, 자기는 그걸 알지도 못해요. ‘바닥에 떨어진 걸 주웠는데 무슨 도둑질이야?’라는 거죠. 그런데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녀석은 분리파 교도입니다. 아니 꼭 분리파 교도라기보다는, 그냥 무슨 분파의 교도입니다. 집안에 베군파 신도들이 있어서, 자신도 얼마 전에는 꼬박 이년이나 시골의 어떤 장로 밑에서 종교적인 가르침을 받았어요. 이건 모두 내가 미콜카와 그의 동향인 자라이스크 사람들에게서 알아낸 겁니다. 그뿐인 줄 아십니까! 정말로 황야로 가겠다고까지 했답니다! 여간 열심히 믿는 게 아니어서 밤마다 하느님에게 기도를 드리고 오랜 ‘진리의’ 책을 몇 번씩이나 읽으면서, 탐독했다는 것입니다. p311~312 김희숙 번역 <을유문화사>
Q: <죄와 벌>에서 살인에 대한 미콜카의 허위 자백과 베군파와의 상관 관계는?
A: ChatGPT의 답: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미콜카의 허위 자백은 러시아 종교 운동인 베군파(бегуны, Beguny, 도망자들 또는 도피자들이라는 의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미콜카를 통해 러시아 정교의 극단주의적 경향, 특히 고통, 자기희생, 순교를 통한 구원 사상을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베군파란 무엇인가?

베군파는 17세기 러시아 정교 분열(раскол, Raskol) 이후 나타난 구교도(Old Believers) 분파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세속 권력(국가, 교회, 경찰 등)을 적그리스도(Antichrist)로 간주하고, 공식 교회와 정부로부터 도피하는 삶을 택한다. 이들은 한편 고통, 박해, 심지어 자발적 순교를 통해 영적 구원을 추구하고 인간적 정의보다 신의 심판을 우선한다고 본다.


이들은 세상 질서의 부정과 극단적 금욕주의, 자기희생의 미덕을 숭상하는 종교적 열광주의자로 볼 수 있습니다.

미콜카와 베군파의 상관관계

1. 허위 자백 = 자기희생적 순교

미콜카는 자신이 살인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죽였다"고 반복하며 자수합니다. 이 자백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적 정화를 위한 자기희생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는 베군파가 세속의 정의나 진실보다 신의 뜻에 따르는 고통과 희생을 중시했던 태도와 유사합니다.


� 도스토옙스키는 미콜카를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광신적 구원관’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2. 고통을 통한 정화와 베군파의 금욕주의

미콜카는 수사관들의 학대나 고문을 마치 자신의 정화를 위한 ‘영적 훈련’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는 고통을 감수하고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일종의 신비로운 정화를 경험하려 합니다. 이는 베군파가 자발적으로 고통받고, 심지어 죽음도 마다하지 않으며 구원을 추구했던 모습과 직접 연결됩니다.


3. 현실 도피와 무정부주의적 기질

베군파는 기존의 체제인 교회와 국가와 세속 질서를 모두 거부하며 은둔과 도피의 삶을 택합니다. 미콜카도 이와 유사하게 현실에서의 진실, 합리적 판단, 법적 정의를 거부하고, 초월적 관점(신의 판단, 내면의 구원)에 의존합니다. 라스콜니코프가 합리적 이성을 통해 살인을 정당화하려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도스토옙스키의 비판적 시선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정교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베군파처럼 극단적 신앙과 고행 중심의 종교적 열광주의에는 비판적이었습니다. 미콜카의 자백을 통해 도스토옙스키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드러냅니다: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신비적 체험’인가?

-자기희생은 언제 정당하고, 언제 광기인가?

-구원에 대한 왜곡된 집착은 죄보다 더 위험한가?

결론

미콜카의 허위 자백은 단순한 플롯 장치가 아니라, 도스토옙스키가 극단적 종교 사상(특히 베군파적 순교 사상)에 대해 제기한 철학적 질문입니다. 그는 미콜카를 통해 "인간의 구원은 자기희생인가, 진실인가?"라는 핵심적인 도덕적·종교적 문제를 제기합니다. 라스콜니코프가 이성의 극단에 서 있다면, 미콜카는 신앙의 광신의 극단에 서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두 인물의 대비를 통해 참된 구원은 고통의 체험과 내면의 진실을 통한 자기 인식에 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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