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중 著 <인간 만세!> 중 발췌
러시아 문학 독서회
8월 과제독서 복습
모든 삶은 일종의 거울처럼 서로를 되비치면서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 곧 인간에 수렴한다.
연결의 원칙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소설가로서의 역량과 관련하여 스트라호프¹⁾에게 보낸 편지(1871년)에서 “내 소재들을 도무지 통제할 수가 없어요. 정말로 불가능해요. 여러 소설과 이야기들이 그냥 막 한 소설 속으로 구겨 쳐넣어 지는 바람에 균형(mera)도 조화(garmoniia)도 없답니다”라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이건 물론 엄살이다. 실제로 소설에서 그가 통제하지 못한 부분은 하나도 없다. 주요 소설의 심층에 깔린 균형과 조화는 다른 작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카라마조프가의 형제』는 그 구성에 있어서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짜임새를 과시한다. 어느 등장인물의 라이프 스토리를 읽어도, 어느 챕터에서부터 읽어도, 그리고 어느 스토리를 읽어도 그것들은 반드시 다른 인물, 다른 챕터, 다른 스토리와 ‘유사와 대립’의 원칙에 따라 마주치게 된다. 달리 말하자면 소설 속에는 그 어떤 인물도, 소재도, 그 어떤 이야기도 기능적으로 고립된 채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조시마 장로는 인생을 가리켜 “삶은 대양과 같아 모든 것이 흘러들어 서로 만나게 된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본질적으로 소설의 구성에도 적용되는 진술이다. 소설 속의 모든 것, 모든 인물, 모든 스토리는 만나서 겹쳐지거나 아니면 충돌한 후 다시 다른 인물, 다른 스토리와 만나 겹쳐진다.
결국, 우리가 마지막에 만나는 것은 분할될 수 없는 거대한 하나의 대양이다. 혹은 좀 더 시각적으로 이 구성을 표현하자면 소설은 일종의 무수한 다각형의 면을 갖는 다면체와도 같다. 수없이 많은 면들은 모두 개개의 독자적인 존재를 유지하지만 다른 면과 모서리와 꼭짓점을 공유한다. 그러나 그 어떤 면도 다른 면보다 더 크거나 더 두드러지지 않는다. 모든 인물과 모든 스토리들, 그리고 모든 삶은 일종의 거울처럼 서로를 되비치면서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 곧 인간에 수렴한다.
주제와 변주(Theme and Variations)
앞에서 언급한 ‘연결의 원칙’은 테마론의 차원에서 주제와 변두리는 독특한 상황으로 구체화된다. 소설은 무수히 많은 이념과 주제를 포함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제는 ‘주제와 변주’의 원칙에 따라 서로를 반사한다.
제1권에 나온 주제는 제2권에서 약간 각도를 달리해서 나오고, 제3권에서는 다른 인물을 중심으로 나오고, 제5권에서는 인물이 말하는 스토리 속에서 나오는 식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테마는 카라마조프가의 아들들을 통해서 개진된다. 그것은 또한 동네 초등학생들을 통해서, 차남 이반의 스토리를 통해서, 그리고 장남의 꿈을 통해서 조금씩 다르게 개진된다. 그러나 이 모든 아이 스토리는 결국 ‘고통받는 아이들’, 더 나아가 인간의 보편적인 ‘고통’이라고 하는 커다란 테마의 변주임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이 책은 1권부터 4권까지를 다루는 부분이 가장 길고 자세할 수밖에 없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대부분이 주제들은 이 부분에서 제시될 것이다. (2024년 6월 7일 페북 그룹 방 '러시아 문학 읽기'에 올린 글)
[옮긴이 註]
1) 니콜라이 니콜라예비치 스트라호프(Nikolai Nikolaevich Strakhov, 1828~1896)는 러시아의 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이다.
Nikolai Nikolaevich Strahov(Никола́й Никола́евич Стра́хов) was a Russian philosopher, publicist, journalist and literary critic. He shared the ideals of Pochvennichestvo and was a longtime friend and correspondent of Leo Tolstoy. (*포흐벤니체슈트보(Pochvennichestvo)는 농노의 완전한 해방을 지지했고, 러시아 역사의 이상화된 과거로 돌아가려는 강한 열망을 강조했으며, 그리고 유럽화에 반대했다. 그들은 또한 당시의 허무주의적, 고전적 자유주의적, 마르크스주의적 운동에 대한 완전한 거부를 선택했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지식인의 급진적인 실행보다는 러시아 정교회를 통한 자기의 겸허함과 사회 개혁으로 러시아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Strakhov was born in Belgorod, Kursk Governorate in a priest family. After leaving St Petersburg University(unable to afford the fees), in 1851 Strakhov graduated from Saint Petersburg's Main Pedagogical Institute, after which he taught for one year in Odessa, followed by nine years' teaching at a gymnasium in Saint Petersburg. In 1861, Strakhov became a prominent publicist and literary critic. Strakhov worked on the literary journals Time and Epoch together with Fyodor Dostoyevsky and Apollon Grigoryev. He became one of the very few close friends of Leo Tolstoy.
In the 1870s Nikolay Strakhov wrote his most famous philosophical work World as a Whole and was among the first(if not the first) to recognize Tolstoy's War and Peace as one of the world's greatest novels. Nikolay Strakhov was also one of the most prominent opponents of Liberalism, Rationalism and Utilitarianism in Russia, who contributed greatly to the development of traditionalist Slavophile ideology and its more conservative and nationalist variant known as Pochvennichestvo. In 1883 Nikolay Strakhov wrote The Struggle Against the West in Russian Literature and supported ideas of Nikolay Danilevsky and claimed that Western European rationalism lacks scientific grounds.
Nikolai Strakhov supported and encouraged the young Vasily Rozanov to become a writer and philosopher. Despite his conservatism and support for official government ideology of Orthodoxy, Autocracy, and Nationality he was at times criticized by pro-government publications such as Mikhail Katkov's Moskovskie Vedomosti. Russian liberals bitterly resented Strakhov and considered him a reactionary philosopher.
Strakhov died in Saint Petersburg in 1896; he never married and had no children.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인간 존재, 도덕, 신앙, 자유의지, 죄와 구원 등 복합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대작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주제와 변주"라는 표현은 음악적 용어에서 차용한 것으로, 하나의 중심 주제를 다양한 인물, 사건, 대화, 사상 속에서 반복·변형해 표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보여준 주요 주제들과 그에 대한 변주(variation):
1. 신과 무신론, 신앙의 문제
주제: 신은 존재하는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허용되는가?
변주:
⓵이반 카라마조프: 무신론자이며 신의 정의에 의문을 품고 "신은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주장함. 고통받는 어린아이의 사례를 들어 신 존재의 도덕적 정당성을 부정.
⓶조시마 장로: 기독교적 사랑과 겸손의 구현. 신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보여주는 인물로, 이반의 냉정한 이성주의와 대비됨.
⓷알료샤: 신앙적 인물로, 조시마 장로의 제자. 형 이반과 드미트리 사이에서 조화를 추구하며 신에 대한 사랑을 실천으로 보이려 함.
2. 죄와 구원
주제: 인간은 죄를 짓고도 구원받을 수 있는가?
변주:
⓵드미트리 카라마조프: 감정적이며 방탕한 삶을 살지만, 진정한 죄책감을 느끼며 구원의 가능성을 보여줌.
⓶스메르자코프: 이반의 사상을 받아들여 실질적으로 살인을 저지르지만, 자기 책임은 부정하고 타인을 조종함.
⓷표도르 카라마조프: 타락과 이기심의 극치, 죄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물. 반면적 존재로서 인간의 죄성을 강조.
3. 자유 의지와 도덕
주제: 인간은 자유로운가? 자유와 책임은 어떤 관계인가?
변주:
⓵대심문관의 이야기 (이반이 들려주는 이야기): 예수가 재림하자 대심문관이 그를 체포하고 비판. 인간은 자유를 감당할 수 없으며, 교회는 인간을 위해 자유를 대신 짊어진다고 주장.
⓶이반: 도덕은 신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는 딜레마를 품고 고뇌함.
⓷알료샤: 신앙 안에서 자유와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음.
4. 부자와 자식, 세대 갈등
주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변주:
⓵표도르 vs. 세 아들: 아버지로서의 부재와 탐욕, 세 아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갈등.
⓶이반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붕괴됨.
⓷드미트리는 아버지를 실제로 죽였다는 누명을 쓰지만, 내면의 변화와 죄의식으로 구원을 모색.
⓸알료샤는 갈등을 중재하려 하지만 결국 신앙으로 도피하기도.
이처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중심 주제들을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사유, 행동을 통해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깊이를 더하는 ‘주제의 변주’ 기법을 활용한다. 하나의 주제가 각기 다른 인물의 관점과 행동 속에서 재해석되며 독자에게 다면적인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