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9일 자전거 탄 풍경 by 야메 사진작가
14년 전 나는 이런 일이 불가능할 줄 알았다.
나는 죽어가고 있거나 최소한 미쳐가고 있었다.
아직껏 살아서 여기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가끔은 10분 뒤에 존재할지조차 의심스러웠다. 하물며 이런 글을 쓸 정도로 건강해지고 자신감을 갖게 될 줄이야.
우울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희망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래도 그릴 수 없다. 터널의 끝에 빛이 있기는커녕, 양 끝이 막힌 터널 속에 갇힌 것처럼 느낀다. 적어도 미래가, 그것도 내가 이제껏 경험한 것보다 훨씬 더 밝은 미래가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막힌 터널의 한쪽 끝을 허물고 빛을 마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울이 거짓말을 한다는 증거이다. 우울은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울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다. 물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울은 내가 경험한 가장 실재적인 것이다.
하지만 남의 눈에는 별일 아닌 것 같다. 나는 머리에 불이 붙은 채 돌아다니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명확하지 않아서 낙인이 남기 쉽다. 이는 우울증 환자에게 특히 잔인한 일이다. 낙인은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우울은 생각의 병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당사자가 겪고 있는 것을 똑같이 겪을 수 없기에, 우울은 외로움을 동반한다. 미친 사람으로 비칠까 두려운 나머지 속으로 꾹꾹 누르고,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할까 두려워 입을 더 굳게 다물어버린다. 말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입을 다물어버리니 안타까운 일이다. 말이든 글이든 언어는 우리를 세상과 소통하게 하므로, 우울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하고 글을 쓰면 타인은 물론 진정한 자신과 소통할 수 있다.
나도 안다. 우리는 인간이다. 인간은 비밀스러운 종족이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옷을 입고 닫힌 문 뒤에서 번식을 하고, 일이 잘 안 풀리면 창피해하는 그런 종족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우울을 극복할 것이며, 그 방법은 우울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어쩌면 관련된 책을 읽거나 글을 써도 좋을 것이다.
나는 그럴 거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어둠 속에서 내가 발견한 일종의 구원도 독서와 글쓰기였기 때문이다. 우울이 미래에 대해 거짓말한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나는 우울과 불안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내 경험에 대해 책을 스고 싶어졌다. 따라서 이 책은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낙인을 흐리게 만드는 것, 그리고 더 비현실적인 포부일 수도 있겠지만, 계곡의 바닥에서는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가장 오래되고 상투적인 말들이 가장 참된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 보이지 않더라도, 터널의 끝에는 빛이 있다. 구름과 그 뒤에 비치는 햇빛은 언제나 함께 온다. 아주 가끔은, 언어가 우리를 해방시킨다.
-冊 매트 헤이그의 『살아야 할 이유』中 <프롤로그-불가능했던 책>
All PhotosⓒKim Yang-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