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엇박자 느린 템포! 섭씨 17도 솔바람으로 삽상하게 새벽을 적실 것. 빗방울 소리에 어둠이 흔들린다.
지난 월요일이었다. 누구세요? 그분은 그렇게 물으셨다. 대답 없는 나를 향해 묻고 또 물으셨다. 누구세요? 누구세요? 누구세요! 누구도 아닌 나에게 끝없이 물으셨다.
방금 안톤 체호프의 '사할린 여행기' 두 페이지를 읽었다. 정말 나는 누구일까. 누구세요 당신은?
비가 그쳤다. 사할린에서는 겨울에 공중이가 운다네. 유형수의 나라 거긴 지금쯤 겨울 문턱일까.
맞다!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절대 이해할 수 없지. 나는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걸. 그래서 사랑하는 거야. 이 세상을 껴안고 사랑해 버리는 것이지!
비가 그쳤다. 찌찌찌 게우리가 운다. 게우리는 지렁이, 공중이는 귀뚜라미다. 게우리와 공중이, 나 어릴 적 부르던 그 동무들 진짜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