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새벽, 어떻게 살아야 하나?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이 뭔가를 귀동냥으로 얻어 듣고,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액팅 메소드]로 변주되었다는 걸 겉핧기 독학으로 배웠다. 이 연기수법을 연극무대와 스크린에서 체현(體現)한 배우가 말론 브란도였다!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이어받고 숀 펜까지 내려간다. 어젯밤 그녀와 숀 펜 감독의 영화 <Into the Wild>를 다시 감상했다. 여윽시 아는 만큼, 배운 만큼 더 보인다?
숀 펜의 연출 방식은 체호프적이다. 알래스카의 풍경은 낭만적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을 반영하는 장치인 롱숏과 롱테이크의 미쟝센으로 기능하며, 긴 정적과 여백은 관객이 스스로 그 의미를 사유하도록 만든다. 이는 체호프의 희곡에서 등장인물들의 사소한 대화와 침묵이 인간의 심리적 불안을 드러내는 방식과 닮았다. 숀 펜 감독은 편지, 내레이션, 일기, 독백을 스크린에 교차시키면서도 삶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백을 남김으로써 영화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체호프적인 열린 질문을 관객에게 남긴다.
그런 점에서 영화 <Into the Wild>는 단순한 방랑의 기록이 아니라, [아메리칸 액팅 메소드]의 연기와 체호프적 사유가 함께 교차하는 현대적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의 죽음은 자유와 고독, 자연과 문명,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모순을 드러내며, 이는 체호프가 그토록 집요하게 천착했던 인간의 비극과 겹쳐진다. 숀 펜은 메소드 연기의 계보를 영화 연출의 차원으로 확장하며, 체호프의 세계관을 스크린 위에 소환한다. 그래서 영화 <Into the Wild>는 한 청춘의 고뇌를 녹여낸 질문,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성찰하게 한다. 2025.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