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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새벽

잠언-일기집 <너와 세상 사이의 싸움에서>

by 김양훈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으로 정수리를 치는 것처럼 우리를 일깨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인가. (......) 우리를 너무나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과도 같이,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좋아한 사람의 죽음과도 같이, 우리를 자살로 몰아가는 그런 책들 말이야. 책은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하네. -1904년 1월 27일, 스물한 살 젊은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라크에게 쓴 편지 中.


침대 모서리에 초라한 전등불을 켜고, 그의 잠언-일기집 <너와 세상 사이의 싸움에서>를 읽는다. 새벽에 읽기엔 벅찬 글들이다.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니. 나는 그런 책을 읽었던가.


새벽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들. 귀뚜라미는 여섯 마디로 두 번, 이어서 네 마디로 두 번을 끊어서 운다. 이게 꼭 정확한 것은 아니겠지만, 내 귀가 몇 번을 세어 본 결과다. 가끔 귀신 우는 소리를 내는 새가 있다. 그 '귀신새'가 솔숲을 지나며 내는 그 소리를 방금 들었다. 오늘 새벽은 싸늘하고 조용해서 좋다. 긴 연휴 때문일 것이다. 쉬어야 한다. 창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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