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

데이터 권력의 그늘-감시 자본주의의 그림자

by 김양훈

21세기의 권력은 총이나 군대가 아니라 데이터를 통제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새로운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의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다. 이름부터가 의미심장하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팔란티어’는 멀리 떨어진 세계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마법의 수정구다. 현실 속 팔란티어 역시 정부와 군, 기업의 데이터를 통합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보는 눈’이 언제나 정의의 편에만 서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팔란티어는 2003년 페이팔 창립자 피터 틸이 주도해 설립했다. CIA의 벤처 투자 조직인 In-Q-Tel이 초기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회사가 단순한 IT 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정보기관의 기술 파트너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팔란티어의 핵심 플랫폼인 ‘고담(Gotham)’은 미군의 전쟁 데이터 분석, FBI의 범죄 추적,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체류자 색출에 사용되었다. 그 과정에서 팔란티어는 수많은 개인의 행동 패턴과 신원 정보를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통합했고,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감시국가’의 토대를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기술적 감시 체계는 미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팔란티어는 이미 유럽, 일본, 한국 등지로 시장을 확장했다. 특히 2023년, 팔란티어는 한국 국방부 및 주요 공공기관과 협력 관계를 모색하면서 ‘한국형 전장정보 통합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 정부 또한 인공지능(AI) 기반 안보, 국방, 치안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언뜻 보면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위험한 질문이 숨어 있다. “데이터 주권은 누구의 손에 있는가?”

한국은 이미 행정 효율과 치안을 이유로 대규모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주민등록번호, CCTV, 신용정보, 의료 데이터, 교육정보가 정부와 민간의 클라우드로 통합되고 있다. 여기에 팔란티어와 같은 글로벌 데이터 기업이 진입한다면, 한국 사회는 ‘정보의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부와 기업이 외국 소프트웨어에 의존할수록, 한국의 안보와 시민 정보는 보이지 않는 외부 알고리즘에 종속된다. “정보 식민지화”라는 표현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팔란티어의 기술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 도구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뇌를 대체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용 플랫폼 ‘Foundry’는 공급망 최적화와 금융 리스크 분석에 쓰이고, 새로 등장한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는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결합해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고 때로는 대체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결정의 주체’가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어느 병원이 어떤 환자를 먼저 치료할지, 어느 부대가 어떤 지역을 감시할지, 그 판단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책임 있는 결정’을 잃게 된다.

한국 사회 역시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공공 데이터의 민간 개방, 인공지능 행정 서비스의 확대, 경찰의 빅데이터 치안 시스템 도입 등은 효율을 앞세우지만, 그 내부 알고리즘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검증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이 시스템이 시민의 동의 없이 개인의 위치, 소비, 의료, 통신 정보를 분석한다는 점이다. 효율과 통제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다. 팔란티어의 기술은 이러한 흐름을 세계적 규모로 가속화하고 있다.

피터 틸은 스스로를 “자유주의에 맞서는 기술적 엘리트”라고 자처한다. 그는 공공보다 시장, 민주적 감시보다 기술적 통제의 우위를 믿는다. 팔란티어는 그 철학을 구현한 기업이다. 그러나 기술적 효율이 곧 사회적 정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보는 언제나 권력의 언어로 사용된다. 그것이 테러리스트를 잡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시민의 일상을 감시하는 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지금 디지털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데이터는 미래의 자원이며, AI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흐름 속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데이터의 민주주의다. 정보가 권력이 되는 시대에, 그 권력이 투명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기술에 종속된 껍데기로 전락할 것이다.

팔란티어는 우리에게 묻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디까지 볼 것인가?”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그 눈은 누구의 것인가?”

한국이 진정한 데이터 주권 국가로 남기 위해서는, 효율보다 인간의 존엄, 기술보다 시민의 통제를 우선시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기술이 권력이 되는 시대일수록, ‘누가 감시자를 감시하는가’라는 오래된 물음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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