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조지프 브로드스키(Joseph Broadsky)
Seven Strophes
Joseph Broadsky
I was but what you’d brush
with your palm, what your leaning
brow would hunch to in evening’s
raven-black hush.
I was but what your gaze
in that dark could distinguish:
a dim shape to begin with,
later – features, a face.
It was you, on my right,
on my left, with your heated
sighs, who molded my helix,
whispering at my side.
It was you by that black
window’s trembling tulle pattern
who laid in my raw cavern
a voice calling you back.
I was practically blind.
You, appearing, then hiding,
gave me my sight and heightened
it. Thus some leave behind
a trace. Thus they make worlds.
Thus, having done so, at random
wastefully they abandon
their work to its whirls.
Thus, prey to speeds
of light, heat, cold, or darkness,
a sphere in space without markers
spins and spins.
나는 그저 당신의 손바닥이 스치고 지나갈 무엇,
저녁의 칠흑 같은 침묵 속에서
당신의 숙인 이마가 가닿을 무엇이었을 뿐.
나는 그저 그 어둠 속에서
당신의 시선이 분별해 낼 수 있는 무엇:
처음엔 희미한 형체였다가,
나중엔 이목구비와 얼굴이 된 무엇이었을 뿐.
내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있었던 건 당신이었지,
뜨거운 숨결로 나의 귓바퀴를 빚어내고
내 곁에서 속삭이던 이.
떨리는 망사 커튼이 드리운 그 검은 창가에서,
나의 가공되지 않은 동굴 속에
당신을 다시 부르는 목소리를 심어준 것도
바로 당신이었지.
나는 거의 눈이 먼 상태였으나,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던 당신이
내게 시력을 주었고,
그것을 고조시켰지.
그렇게 누군가는 흔적을 남기고,
그렇게 누군가는 세상을 만든다네.
그렇게 세상을 다 만들고 나면,
그들은 무심하게 자신이 만든 것을
그 소용돌이 속에 낭비하듯
내버려 두고 떠나가는 법이지.
그리하여 빛과 열기, 추위,
혹은 어둠의 속도에 제물로 바쳐진 채,
이정표 하나 없는 우주의 한 구체는
돌고 돌아가네.
이 시는 '나'라는 존재가 '당신'이라는 타자(또는 절대자, 연인, 예술적 영감)를 통해 어떻게 물리적·정신적 형체를 갖게 되는지를 7개의 연으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詩評]
1. 형성의 육체성: 1연 ~ 4연
초반부에서 시인은 존재의 탄생을 매우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나'는 처음엔 형태 없는 '무엇(what)'에 불과했으나, 당신의 손바닥, 이마, 숨결, 속삭임을 통해 구체적인 존재로 빚어진다. 특히 '귓바퀴(helix)'를 빚고 '목소리(voice)'를 심었다는 대목은, 인간이 언어를 가진 존재로 진화하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여기서 '당신'은 조각가이자 창조주다.
2. 시각의 획득과 계몽: 5연
"나는 거의 눈이 먼 상태였다"는 고백은 인식론적 무지 상태를 의미한다. '당신'은 단순히 육체만 만든 것이 아니라, 시력을 주고 그것을 '고조(heightened)'시켰다. 이는 세상을 관찰하고 예술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의식'의 탄생을 의미한다.
3. 버려짐과 고독: 6연 ~ 7연
반전은 마지막 두 연에서 일어난다. 창조는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낭비(wastefully)'이자 '무작위(at random)'한 행위로 묘사된다. 세상을 만든 존재는 자신이 만든 것을 책임지지 않고 '소용돌이(whirls)' 속에 던져버린다.
마지막 7연에서 '나' 혹은 '지구'로 상징되는 구체는 '이정표 없는(without markers)' 공간에서 빛과 추위의 '제물(prey)'이 되어 끝없이 회전한다. 이는 정체성을 부여받은 인간이 마주해야 할 궁극적인 운명—즉, 압도적인 우주적 공허와 고독 속에 홀로 남겨짐—을 차갑고도 아름답게 형상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