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막심 고리키
검은방울새의 노래
막심 고리키
우리에 의해 창조된 밤의 암흑 속에서
잿빛 부엉이들만 휭휭 날아다니네…
그들의 음울한 눈동자만 번뜩이네,
흉흉하고 불길하고 섬뜩하게!…
그들의 외침만이 낮고 길게 울려 퍼지고,
그들은 웃고 흐느끼며,
낮에는 그들을 저주하는 소리가 울리지만,
그들은 웃으며 밤을 맞이하네…
오, 어둠의 족쇄만
우리 신생의 숲에서 벗어버릴 수 있다면,
저 야만스러운 부엉이도 사라지고
오로지 매들이나 날아다닐 텐데!…
그러나 매들은 약하고 무력해
두려워서 계곡에 몸이나 숨기고
남의 즐거운 소리 아래에서
명예도 힘도 없이 저주나 하지.
그들의 날개는 서글프게 매달려 있고,
그들의 심장은 부끄럽게 졸고 있어,
명예와 사상의 목소리를
자유로운 새들은 들을 수가 없다네…
-막심 고리키의 단편소설 <거짓말하는 검은방울새와 진실의 애호가 딱따구리> 中.
(이강은 옮김, 막심 고리키 소설 <은둔자>, 문학동네)
검은방울새(siskin)는 되새과에 속하며 학명은 Carduelis pinus다. 날개길이 7cm, 꼬리 4.5cm가량의 작은 새로, 등은 황록색에 흑갈색 줄무늬가 있다. 눈가와 꼬리 끝이 검고 배는 산뜻한 노란색을 띤다. 암컷은 수컷보다 색이 엷고 잿빛이 더 강하다. 주로 침엽수의 씨를 먹으며 민들레와 같은 식물의 씨도 먹는다. 유럽과 극동지역의 침엽수림에서 번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 볼 수 있다. 우는 소리가 아름다워 애완용으로서 인기가 있다.
[詩評]
막심 고리키의 단편소설 <거짓말하는 검은방울새와 진실의 애호가 딱따구리>에 삽입된 이 시는 19세기 말 러시아 사회의 암울한 현실과 지식인들의 무력함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리키는 이 우화적인 소설을 통해 당시 러시아의 혁명적 변화를 갈망하는 열망과 현실의 벽 사이의 괴리를 새들의 노래로 표현했다.
1. 주요 상징의 의미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하는 세 부류의 상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 잿빛 부엉이(기득권과 수구 세력): 밤의 어둠(억압적 통치) 속에서만 활개 치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변화를 거부하며, 민중의 고통을 비웃고 어둠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지배 계급이나 반동 세력을 상징한다.
□ 매(무력한 지식인): 강인한 날개와 발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때문에 계곡에 숨어 입으로만 저주를 퍼붓는 존재들이다. 이는 높은 이상과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실천적인 용기가 없어 침묵하거나 비겁하게 숨어 있는 당시 러시아의 자유주의 지식인 계급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 밤의 암흑과 숲(시대적 배경): '우리에 의해 창조된 밤'은 차르 체제의 전제 정치와 그로 인한 사회적 정체를 의미한다. '신생의 숲'은 변화가 필요한 러시아 사회를 뜻하지만, 여전히 '어둠의 족쇄'에 묶여 있다.
2. 노래의 배경: "거짓과 진실"의 역설
소설 속에서 검은방울새는 새들에게 "곧 태양이 뜨고 아름다운 세상이 올 것"이라고 노래하며 희망을 준다. 반면 딱따구리는 "현실은 시궁창이고 고통뿐이다"라는 차가운 진실만을 말한다.
□ 검은방울새의 역할: 고리키는 여기서 검은방울새의 '거짓말'을 단순한 사기라고 보지 않았다. 그것은 절망적인 현실을 견디게 하는 '희망의 찬가'이자, 잠든 영혼을 깨우기 위한 '혁명적 선동'이다.
□ 비판의 대상: 위 시의 내용은 검은방울새가 노래하는 비극적인 현실이다. "매들은 약하고 무력해... 명예와 사상의 목소리를 자유로운 새들은 들을 수가 없다"라는 구절은, 진정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할 이들이 비겁하게 졸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는 고리키의 목소리다.
3. 숨은 의미: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죄악이다"
이 시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비겁함에 대한 경멸이다.
고리키는 부엉이(악인)보다 더 나쁜 것은, 충분히 날 수 있는 힘(지능과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때문에 계곡에 숨어 있는 매(지식인)라고 말한다.
"그들의 심장은 부끄럽게 졸고 있어"
이 대목은 당시 러시아 민중을 일깨워야 할 교육받은 계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드러낸다. 결국 이 노래는 독자들에게 "어둠의 족쇄를 벗어던지기 위해 비겁한 침묵을 깨고 날아오르라"는 혁명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딱따구리
막심 고리키의 소설 <거짓말하는 검은방울새와 진실의 애호가 딱따구리>에서 딱따구리는 검은방울새와 완벽한 대척점을 이루는 인물(새)로 설정되어 있다. 그는 ‘냉혹하고 건조한 현실주의’를 상징한다. 딱따구리의 역할과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한다.
1. ‘차가운 진실’의 전달자
딱따구리는 이름 그대로 '진실의 애호가'다. 그는 검은방울새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희망(태양, 자유, 행복)을 단칼에 부정하며,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비참한 현실만을 강조한다.
□ 역할: 검은방울새의 노래에 도취한 새들에게 "우리는 춥고, 배고프고, 곧 죽을 것이다"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 의미: 딱따구리의 진실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그 진실에는 '영혼'이 없다. 그는 문제를 지적할 뿐,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나 타인에 대한 공감이 결여된 지식인을 상징한다.
2. 변화를 가로막는 ‘비관적 회의주의’
딱따구리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지만, 그 결과는 항상 절망과 정체다. 그는 새들이 희망을 품고 날아오르려 할 때마다 "그건 불가능해"라고 말하며 날개를 꺾어버린다.
□ 고리키의 비판: 고리키는 딱따구리를 통해 당시 러시아 사회의 냉소적인 지식인들을 비판했다. 그들은 사회의 모순을 정확히 짚어내지만, 정작 민중에게 필요한 '살아가야 할 이유'나 '혁명의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기력증만 확산시키는 존재들이다.
3. 검은방울새와 딱따구리의 변증법적 관계
고리키는 이 소설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 인간에게 필요한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 딱따구리의 진실: 기반이 없는 맹목적인 희망(검은방울새)을 경계하게 하지만, 독이 든 약처럼 사람을 마비시킨다.
□ 검은방울새의 거짓: 비록 현실과 다를지라도 인간을 행동하게 하고 고통을 견디게 하는 '창조적 환상'이다.
요약하자면 딱따구리는 "진실이 항상 선한 것은 아니다"라는 고리키의 통찰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희망이 거세된 진실, 대안 없는 비판은 결국 공동체를 죽음과 같은 정적 속에 가둘 뿐이라는 것이 고리키의 경고다.
고리키는 이후 이 딱따구리 같은 태도를 버리고, 비록 거친 폭풍우가 몰아칠지라도 그 속으로 뛰어드는 바다제비(海燕)와 같은 적극적인 행동주의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