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시

by 마리아 이바노브나 츠베타예바

by 김양훈

끝의 시

마리아 츠베타예바

1

양철보다 녹슨 하늘,

기둥의 손가락.

약속 장소에 운명처럼,

솟아오른 그.


ㅡ15분 전. 안 늦었지?

ㅡ죽음은 기다리지 않아.

과장되게 –매끄러운

모자의 비행.


눈썹 털끝마다ㅡ결투를 신청함.

입술의 경련.

과장되게-공손히

허리 굽혀 인사.


ㅡ15분 전. 맞지?ㅡ

거짓말하는 목소리.

심장이 툭 떨어졌다: 그가 어쩐 일로?

뇌: 위험! 위험!


조짐이 나쁜 하늘:

녹과 양철.

그는 항상 보던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 6시.


소리 없는 키스:

파상풍 걸린 입술.

숙녀에겐 손으로 이렇게,

죽은 사람한테는 또 이렇게…


마냥 질주하는 사람들

팔꿈치로ㅡ옆구리를 찌르는 사람들.

과장되게-지겨운

사이랜 짖는 소리.


사이렌은ㅡ개처럼 깽깽거린다,

성내며, 늘어진다.

(죽음의 때에 찾아오는

삶의 과장성)


어제는ㅡ허리에 오던 것이

갑자기ㅡ별들까지 닿는다.

(과장적이야, 그러니까:

바등거리며 몸을 쭉.)


속으론: 내 사랑, 나의 사랑.

ㅡ몇 시냐고? 6시 좀 지났어.

극장에나 갈까요?ㅡ

폭발ㅡ집으로!


2

보라, 방랑하는 형제들이―

어디로 데려왔나!

머리를 치는 뇌우,

칼집을 벗겨낸 군도,

우리가 기다리는 단어들이

모든 공포,

무너지는 집 같은―

단어: 집.


길 잃은 응석받이의

비명 집으로!한 살 배기의 말:

“내놔”, “내 꺼야”!

내 방탕의 형제,

나의 혹한, 나의 폭염은,

집에서 찢겨 나온다,

네가―집으로 달아나듯!


힘껏 말뚝을 잡아당기는 말처럼―

높이!―밧줄은 먼지가 된다.

―그런데 아무 집도 없잖아!

―있어,―열 걸음 떨어진 곳에:


산에 있는 집.―더 높지 않아?

―산꼭대기에 있는 집:

창문은 지붕 바로 밑에.

―“오직 노을만으로


타오르지 않은가”¹ 그렇게 새로 사는

삶 어때?―시는 참 순진해!

집, 그건 말이지: 집에서

밤으로 가는 거야.

(오, 누구에게 알리나


나의 슬픔, 나의 불행²,

얼음보다 푸른 공포?…)

―당신은 너무 깊이 생각하는군.―

역시나 생각에 잠겨:―네, 맞아요.


3

그리하여 강둑. 물을

꼭 쥔다, 두께라도 있는 양.

세미라스 정원³들이

걸려 있다―당신들처럼!


물을 (물은 죽음의 뉘앙스를

띤 강철의 선(線))

꼭 쥔다, 여가수가―

악보를 쥐듯, 맹인이―

벽 끝을 더듬듯… 안 돌려줄 거야?

싫다고? 몸을 숙여줄게―들리니?

모든 갈증을 풀어주는 그것

꼭 쥔다. 광인이


지붕 끝을 잡듯…

내가 떨고 있는 건

강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나는 나이아데스니⁴까!

강물을 꼭 쥘 것, 곁에 있는,

그의 손을 쥐듯―

믿음직스러운 그…

죽은 이들은 믿음직스러워.

그렇다고, 다들 지하창고로 갈 건 없잖아…

죽음은 왼쪽에서, 오른쪽에선―

네가 온다. 오른쪽 옆구리가 죽은 것 같다.

볏단처럼 와락 쏟아지는 빛.

싸구려 방울처럼 딸랑거리는 웃음.

―나와 당신은 아무래도…

(오한)

―우리 용감할 수 있을까?


4

얇은 주름 장식처럼 비치는

금발 안개의 파도.

호호 부르는 숨소리, 골초들의 줄 담배,

무엇보다―멈출 줄 모르는 잡담!

무슨 냄새지? 너무 서두르는 냄새,

눈감아주는 냄새, 죄악의 냄새:

상업적 비밀의 냄새

무도회 분가루 냄새.

결혼반지를 낀

총각들, 노련한 풋내기를…

끝없는 농담, 실없는 박장대소,

무엇보다―영악한 계산!

어마어마한 것, 그리고 자잘한 것의 냄새,

주둥이 냄새, 솜털 냄새.

…상업적 흥정의 냄새

무도회 분가루 냄새.


(되돌아서서: 자 여기가―

우리 집이라고?―난 집주인이 못 돼!)

하나는―수표를 들여다보고

다른 하나는―염소 가죽 두른 작은 손을,

또 다른 하나는―에나멜가죽 감싼 작은 발을

은밀히 작업한다.

…상업적 결혼의 냄새

무도회 분가루 냄새


창문에 서린 은빛

톱니 모양―몰타의 별⁵

미친 듯이 애무하고, 사랑하고,

무엇보다―숨 막히게 껴안아야지!

쥐어뜯기도 하고…(어제 먹은 건

―탓하지 마. 냄새나긴 했지만!)

…상업적 음모의 냄새

무도회 분가루 냄새.


목줄이 너무 짧다고?

그래도 합금이 아니라 백금이잖아!

후덕한 삼중 턱을 후들거리면서

송아지들이―송아지 고기를

씹는다. 달짝지근한 목살 위엔

가스램프―같은 뿔 달린 악마.

…상업적 파산의 냄새

그리고 베르톨트 슈바르츠⁶의―

이상한 가루 냄새…

꽤 재능

있던―그 인류의 옹호자.

―나와 당신은 이제 말해야 해.

우리 용감할 수 있을까?


5

입술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알아―그는 먼저 말하지 않을 거야.

―사랑하지 않죠?―아니, 사랑하오.

―사랑하지 않잖아요!―난 만신창이,

만취, 녹초가 되었다고.

(독수리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있잖아, 여기가―우리 집이에요?

―집은―내 심장 속에 있다오.―말은 참 잘해!


사랑―그것은 살과 피.

자신의 피로 흘려낸 꽃.

자기는 사랑이―작은 탁자 하나 두고

수다 더는 거라고 생각하나요?

시간 되면―집에 돌아가는 거 아닐까?

저 신사숙녀들처럼?

사랑, 그건 말이지…

―사원?

우리 아가, 사랑이라는 것을


상처 위의 상처로 바꿔보세요!―하인들이랑

술꾼들이 다 쳐다보고 있는데 말이오?(나는 소리 없이:

“사랑―그것은 활,

팽팽하게 당긴―활:풀어지면 이별.”)⁶

―사랑, 그건 말이지―연결.

우리는 모든 게 따로따로: 입도 삶도.

(그렇게 애원했잖아: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그때, 보물처럼 소중하고 가까웠던,

높은 산과 정열의 절정에 오른

그때, 메멘토―수증기와도 같은:

사랑―그것은 선물들을 몽땅

불 속에 내

던지는 것,―언제나―헛되이!)


입가에 조개 모양으로 난 틈이

창백하다. 비웃는 게 아니라―명세서.

―무엇보다 일단 침대

하나,


―그걸 말하고 싶었던 거죠? 낭떠러지를

기어코 원했던 거죠?―북을 두드리는

손가락들.―산을 옮길 순 없소!

사랑, 그건 말이지…

나의 것.

나는 당신을 이해해요. 그럼, 결론?


북 치는 손가락 소리가

자라난다. (교수대와 광장)

―떠납시다.―그럼 난: 같이 죽어요,

언제나 바랐어요. 그게 더 간단하니까!


싸구려 잡동사니는 됐고:

각운이니, 여행길이니, 호텔 방, 기차역…

―사랑, 그건 말이지: 삶.

―아니, 다르게 불렀어요.


옛날 사람들은…

―뭐라고?―

주먹으로

꼭 쥔 생선처럼, 너절한 손수건.

―같이 가는 겁니까?―어디로 갈 건데요?

독, 철도, 납―골라 보세요!


죽음―그것 말곤 계획이 없어요!

―삶!―그건 마치 로마 장군처럼,

독수리의 눈으로 패잔병들을

뒤돌아보는 것.

그럼 우리 헤어져요.


6

―난 이걸 원한 게 아니오.

이게 아니라고. (조용: 들어봐!

원한다는 것―이건 몸의 일이야,

우리는 서로에게―이제부터


영혼들이야…)―내가 말한 것도 아니잖소.

(그래, 기차가 떠날 때,

당신들은 여자들에게 떠나게 되어

슬프다는 명예를 와인 잔처럼


안겨주지…)―어쩌면, 헛소리였나?

잘못 들은 건가? (사려 깊은 거짓말쟁이,

연인에게 꽃다발 같은.

결렬의 피 묻은 명예를


안겨주는…)―신중하게: 한마디

한마디, 그러니까―헤어지자고,

당신이 말한 겁니까? (손수건 같아.

달콤하게 무례하던 그때.


떨어뜨린…)―이 전투에서

카이사르는―당신이야. (오, 뻔뻔한 일격!

적이 찌른 장검을―전리품처럼,

적에게 되돌려


주다니!)―전투가 계속되고 있군. (귓가에

울릴 뿐인 소리…)―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오:

처음이군, 헤어질 때

먼저 허를 찔린 건.―여자들한테 항상 그렇게 말하죠?


반박하지 마요! 러블레이스⁷에게나

복수의 자격이 있는 거지.

당신을 명예롭게 만드는 제스처가,

나에겐 뼈에서 살점을


뜯어내는 것.―희미한 웃음, 웃음 사이로―

죽음. 제스처. (원하는 건 없어.

원한다는 것. 그것은 그들의―일이야,

우리는 서로에게―이제부터

죽은 그늘일 뿐이니까…) 마지막 못이

박힌다. 아니 나사야, 납으로 만든 관이니까.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하지.

―내가 부탁할게요.―결코, 우리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에게도…그러니까…

앞으로 만날 사람들한테는.(그렇게 부상자들은

들것에 실려 와도―봄을 향하여!)

―나야말로 부탁하고 싶었어요.

반지는 기념으로 줄래요?

―아니.―넓게 벌어진 채,

부재하는 시선. (그대의 심장에

인장처럼, 반지처럼


그대의 팔에⁸…그만!

내가 먹어버릴 거야.) 아첨하듯 나긋나긋:

―그럼 책이라도 줄까?―아무한테나 주는 거죠?

제발, 쓰지 마요,


그 책들…


그러니까, 그러지 마.

그러니까, 그러지 마.

눈물만은 흘리지 마.


방랑하는 우리

어부 형제들은

춤을 추지―울지 않아

술을 마시자―울지 않아

펄펄 끓는 피로

되갚아주지―울지 않아

진주를 잔에 담아

녹이고―세상을

호령하지―울지 않아.

―그럼 난 가도 되겠소?―나는

꿰뚫어 본다. 아를레키노는, 정숙함의

대가로 피에레타⁹에게―가장 좋은 것 중 가장

경멸하는 것을 뼈다귀처럼

던져준다: 끝의 명예,

커튼의 제스처. 마지막으로 또

흔한 말. 가슴에 박히는

1인치 납덩어리: 더 훌륭하고, 더 뜨겁고


더―깨끗할 수 없을까…

이빨을

입술 사이로 파묻었다.

절대 울지 않아.


부드러운 과육에―

파고드는 견고한 성채.

그래도 우는 것만은 안 돼.

방랑하는 형제들은

죽어버리지, 울지 않아,

태워버리지, 울지 않아.

잿더미 속으로 노래 속으로

죽은 자를 숨겨버리지

방랑하는 형제들은.


―먼저 선을 잡았다 이겁니까? 첫 수다 이거지?

그러니까 체스 두듯? 뭐 좋아,

교수대에 가서도

맨 먼저 우리를 부르겠지…

―긴급하게


부탁해요, 쳐다보지 마요!―그 시선.―

(이미 우박처럼 쏟아진다!

어떻게 다시 눈 속으로

되돌리지?!)―내가 말하잖아, 제발


쳐다보지 마!!!


또렷하고 큰 소리로,

시선은 높은 데로:

―내 사랑, 떠나요,

이제 울 거니까!


깜빡했다! 살아 있는 저금통들

사이에서(상인들―말이야!)

금발의 뒤통수가 3번쩍였어:

옥수수, 옥수수, 그리고 호밀!


시나이의 모든 계율들¹⁰을

씻어내면서―마이나데스의 모피¹¹

털로 만든 골콘다¹²,

쾌락의 보물창고―

(모두를 위하여!) 자연은 이유 없이

저축하지 않아, 인색하기만 하진 않아!

사냥꾼들이여, 이 금발의 오솔길 가운데서

―되돌아가는 길이


어디 있지요? 천박한 나체로

치근대는 눈물 날 정도로 눈부신,

금빛 찬란한 불륜이

깔깔대며 쏟아져 흘렀다.

―그렇지 않아?― 달라붙어 은근히 짓누르는

시선, 속눈썹마다―간지러움,

―정말 멋져―이 탐스러운 머리칼!

새끼줄을 꼬아대는 제스처.


오, 옷을 갈기갈기 찢어내는―

제스처! 마시고 먹는 것보다

비웃는 게 간단해! (저런, 그대에게

구원의 희망 있도다!)


자매들처럼 아니면 형제들처럼?

동맹을 맺자: 단결!

―파묻지 않고―웃을 것!

(파묻어버리고―난 웃는다.)


7

그리하여―강둑, 마지막 강둑.

그게 다야. 우리는 따로따로 손도 없이,

서로를 피하는 이웃들처럼

헤맨다. 강 쪽에서 들리는―

울음, 떨어져 내리는 짜디짠

수은을 걱정 없이 핥는다:

저 창공이 눈물을 위하여

거대한 솔로몬의 달을 보낸 것은 아닐 텐데.

기둥, 어째서 피가 나도록 이마를 들이박지

않아? 아니, 피 나는 정도가 아니라 산산조각!

우리는 겁에 질린 공범들처럼

헤맨다. (살해된 것은―사랑)


그만! 이게 정말 사랑하는 두 사람이야?

한밤에? 따로따로? 다른 사람하고 자는데?

―당신은 미래가, 저기 있다는 걸―

이해하시죠?―나는 몸을 쭉 펴 뒤로 젖힌다.

―잘 것!―신혼부부처럼 카펫 위에…

―잘 것!―우리는 박자 맞춰, 걷지

못한다. 고통에 차 내뱉은:―내 손을 잡아줘요!

우린 죄수가 아니잖아요!…

전류. (그가 바로 내 영혼처럼―손에

누웠다!―손 위에 손을 덮었다.) 전류가

두드린다. 열병의 도선들을

잡아 뜯는다,―그가 손이 되어 내 영혼에 누웠다!

달라붙는다. 무지개로 빛나는 모든 것! 눈물보다 더

무지갯빛인 것이 있을까? 커튼처럼, 유리구슬보다 더,

빽빽한 비.―나는 그렇게 끝나버리는 강둑들은

모른다오.―저기 다리예요:

그래?

여기 말이오? (영구차가 준비되었다.)

날아오르는 고―인들의

눈동자.―집까지 가볼까?

마―지막으로!


8

마―지막 다리.

(손은 주지도 빼지도 않을래!)

마지막 다리,

마지막 통행료.

물―과 육지.

동전들을 꺼낸다.

죽―음의 값,

레테를 건네주는 하론의 뱃삯.

동―전의 그늘이

그늘진 손아귀에. 소리도 안 나는

그 동―전들.

그렇게, 그늘진 손아귀로―

동―전의 그늘.

반짝이지도 않고 짤랑거리지도 않고.

동―전은―저들에게.

죽은 자들에겐 양귀비면 충분하니까.


다리.


희망 없는 연인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다리여, 너는―정열과 같아라:

너의 미덕은: 오로지 사이에만 있을 것.

둥지를 튼다: 따뜻해,

갈비뼈네―그래서 난 달라붙어 있는 거야.

언제 언제까지 그러겠다는 게 아니고: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만큼만!


팔도 없고, 다리도 없어.

모든 뼈를 모아 버팀목을 만들고:

옆구리만 살아 있네,

내가 바싹 붙어야지.


삶은 모두―옆구리야!

옆구리는―귀, 그야말로―메아리.

노른자가 흰자에 달라붙듯 난

달라붙어, 사모예드가 모피에


파고들듯, 달라붙고,

덮을 거야. 시암의 쌍둥이들아,

너희를 연결하는 것은 무어니?

저 여자―기억하지: 엄마라고

불렀나?―그녀는 모든 걸

잊고 부동의 장엄 속에서

너―를 옮기면서도,

너를 바싹 끌어안지는 않았어.

생각해 봐! 우린 가까웠잖아!

함께였잖아!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줬잖아!

아래로 뛰어들지 않을―거야!

뛰어들면―네 손을 놓아야


하―니까. 난 꼭 쥐어,

또 꼭 쥐어… 떼어낼 수 없어.

다리여, 너는 남편이 아니라:

애인―지나갈 뿐인 것!


다리여, 너는 우리 뒤로 흐르고!

우리는 강에게 몸을 먹인다!

난 담―쟁이처럼 달라붙었어,

진드기처럼―뿌리째 뽑아보세요!


담쟁이처럼! 진드기처럼!

신도 없어! 인간도 없어!

물건처럼, 나를

던―질 것, 퉁퉁 부어오른

물질의 세계에서 그 어떤 물건도

존중하지 않은 나를!

말해줘, 꿈이라고!

밤이라고, 밤이 가면―아침이 온다고,

엑―스프레스와 로마!

그레나다 섬? 난 정말 모르겠어,

깃털 이불에 앉은 몽블랑과

히말라야를 털고 나니까.


빈―터가 깊다:

마지막 피로 데운다.

옆구리를 경―청하라!

실로 이것이야말로 시보다


진―실하노니…정말

데워졌니? 내일은 누구에게 종살이를 할 거야?

말해―줘, 헛소리라고!

다리에 끝은 없다고 없을 거라고

끝―은…

―끝.


―여기 말이야?―어린이와 신의

제스처.―뭐라고?―달라붙었다고.

―아―직 조금만 더:

마지막으로!


9

공장들, 웅성거리는 건물들

언제나 대답 잘하는 건물들처럼…

소중히 혀 밑에 감춘 비밀을

남편들은 모르는 부인들의 비밀, 친구들은


모르는 과부들의 비밀을―이브가

나무에게도 숨긴 손톱 밑의 비밀을―너에게:

나는 누군가 때문에 배를 다친

동물이다.


타오른다… 마치 피부에서 영혼을

벗겨낸 듯! 수증기가 되어 구멍으로 나갔다.

말 많고 헛소리만 하는 이단자,

영혼이라는.


그리스도의 창백한 무력(無力)!

수증기! 찜질이나 좀 해볼까!

그래 영혼 같은 건 원래 없었어!

몸만 존재했고, 살기를 원했어.



이젠 살고 싶지 않대.


용서해 줘! 이걸 원한 게 아니야!

찢겨진 내장의 비명!

그렇게 사형수들은 사격을 기다린다

새벽 세 시가 지난 시각


체스를 두면서… 복도의 눈동자를

비웃고 놀려대면서.

그래 우린 졸(卒)들이야!

누군가 우리를 두고 있어.

누구냐고? 자비로운 신들? 도둑들?

작은 눈이 볼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눈, 덜덜거리는

붉은 복도. 내던져진 판때기.


마호르카 담배¹³ 한 모금.

침을 찍, 살아냈다 이거야, 찍.

…바둑을 둘 만한 보도블록을 따라

쭉 뻗은 대로는: 참호


그리고 피를 향하여. 비밀의 눈동자:

달의 눈은 소리를 듣는다…

. . . . . . . . . . . . . . . . . . . . . . .

옆구리를 한번 째려본다:

―너는 이미 얼마나 먼지!


10

함께 그리고 달라붙어

전율.―우리의 우유 가게야!

우리의 섬, 우리의 사원,

그곳에서 아침마다 우리는―

한패의 부랑자! 순간의 한 쌍!―

아침 예배도 들락날락.


시장 그리고 시큼털털한 냄새,

꿈―곁에 그리고 봄…

여기 커피는 완전 싸구려였어,―

귀리로 만든 커피!


(귀리로는 말 안 듣는

말이나 길들여지!)

아라비아는 아니고―

아르카디아¹⁴ 향이 났던

그 커피…

그때 그녀가 우리를 나란히

앉혀놓고 어떻게 웃어주었는지

머리가 센 정부(情婦)들이나 짓는,―

노련하고 애잔한

조심스러운 미소:

곧 시들 테니! 즐겁게들 사시게!

미치거나 돈이 없거나

지루하거나 사랑하거나,―

어쨌든―젊음이니!

피식 웃는데―이유 없고,

쪼개는데―나쁜 뜻 없고,

얼굴에는―주름 없으니,―


오, 어쨌든―젊음이니!

정열에 날씨 소용없으니!

불어오는 어딘가에서,

쏟아 드는 어딘가에서

희뿌연 우유 가게로:

―부르누스¹⁵와 튀니지!―

낡은 제의 아래

희망과 근육에게…

(소중한 친구야, 나는 불평 안 해:

흉터 위에는 흉터)

오, 실내모를 쓴 여주인이

어떻게 우리를 배웅했는지


홀란드식으로 다림질한 그 실내모…


미처 기억도 못하고, 미처 알지도 못하고,

한바탕 놀다 끌려 나온 우리…

―우리의 거리야―이젠 우리 거가 아니야―…

―얼마나 자주 왔는지―…이젠 우리가 아니라고…―

―내일은 서쪽에서 해가 뜰거야!

―다윗도 야훼를 버리겠지!¹⁶

―우리가 뭘 하고 있지?―헤어지는 중이야.

―그건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극도로 의미 없는 말:

헤어―지자.―100에서 숫자 1을 지우자고?¹⁷

그냥 네 글자의 단어.

그 뒤엔 아무것도 없어.


잠깐! 세르비아어, 크로아티아어인가,

아니면 체코가 우리한테 농간을 부리나?

헤어―짐. 헤어지다…

극도로 초자연적인 난센스!


그 말소리에 귀가 찢겨나가,

슬픔의 경계 너머로 끌려간다…

헤어짐―이건 러시아어가 아니야!

여자들의 말도 아니야! 남자들의 말도 아니야!

신들의 말도 아니야! 우리는―식탁에서,

하품이나 하는 양들인 걸까?

헤어짐―어느 나라 말일까?

그런 말뜻조차 존재하지 않아,


그런 말소리도 없어! 그냥 그냥 텅 빈,

소음이야―톱질 소리, 예를 들면, 꿈결에 들리는.

헤어짐―그냥 흘레브니코프¹⁸의

꾀꼬리가 신음하는 소리,


백조를 따라 한다나…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바싹 마른 저수지가―

공기가 된 듯! 손에 손을 얹는 소리가 들린다.

헤어지다―이건 정말 머리 위에


터지는 천둥… 선실에 들이닥친 대양!

오세아니아 극단의 곶!

이 거리들―너무 가팔라:

헤어지다―이건 말 그대로 아래로,


산 아래로… 1푸투짜리¹⁹ 신발 깔창 두 개가

내쉬는 한숨… 손바닥, 그리고 마침내 못!

결과를 뒤집는 논증:

헤어지다―이건 정말 따로따로잖아.


한 몸으로 자란―우리인데…

11

단번에 지는 것보다―

깔끔한 건 없어!

도시 넘어, 교외로:

다 끝났어, 우리의 날들.

우리의 행복(이라 쓰고 돌이라고 읽는다.)

우리의 나날, 집들, 그리고 우리도 끝났어.

비어 가는 별장들! 그 별장들을 난

늙은―어머니처럼 존경해.


있잖아 이 행위―비워낸다는 건 말이야:

속이 빈 건 비워낼 수 없어.


(3분의 1이 비어 가는 우리의 별장들,

차라리 불태워 무너뜨려라!)


상처를 열어젖히고

부들거릴 건 없어.

도시 넘어, 도시 너머로,

봉합을 찢어내라!

왜냐면―쓸데없이 들뜬

말조차 없다면―사랑은 그냥 봉합이거든.


봉합, 붕대가 아니라, 봉합은―방패가 아니야.

―오, 지켜 달라고 구걸하지 마!

죽은 이들도 그 봉합으로 땅에 꿰매졌고,

난 너에게 꿰매져 있어.


(시간은 보여줄 거야, 그게 어떤 건지:

한 번 꿰맸는지 세 번 꿰맸는지!)

친구여, 그냥 아무렇게나,―봉합된 거야!

쨍그랑하면 산산조각!

자절로 금이 간 건, 잘된 일:

금이 가긴 했지만, 너덜너덜하진 않아!

시침질 아래로―살아 있는 붉은

핏줄, 그래도 고름은 아니네!


오, 찢어내는 자는―

결코 패배하지 않아!

도시 넘어, 교외로:

결별하는 두 이마,


요즘 마을들마다

처형은 한대,―뇌에 바람이 새어 든대!

오, 떠나는 사람은 결코 패배하지 않아―

노을이 닥칠 무렵이라면.

하룻밤 만에 난 온 생을 너에게 꿰맸어

아주 깨끗하게, 시침질도 안 하고.

삐뚤삐뚤하다고 나를 혼내지는 마.

교외라는 건: 봉합을 찢어내는 거야.


어수선한 영혼들은―

흉터 속에 남고!…

도시 넘어, 교외로…

교외의 진폭은


맹렬하도다. 너도 운명의 장화 소리가,

들리니―질척한 진흙탕을 따라?

…내 재빠른 손을 벌해줘,

친구여, 이 끈끈하고

살아 있는 실 한 가닥을―토끼려고 해도 틀렸어!

마―지막 가로등!


여기서? 음모 같은―

시선. 저열한 족속들의―

시선.―산에나 올라가 볼까?

마―지막으로!


12

빽빽한 갈기처럼

눈으로 떨어지는 비,―언덕들,

교외를 지났어.

도시 밖에 있는 우리.


있어―아니 우리에겐 없어!

새엄마가―엄마는 아니잖아!

더 이상 아무 곳도 없어.

여기서 뒈지자.


들판. 엉성한 울타리.

우리는 형제자매.

삶은 교외다.

도시 너머를 건설하라!

아이고, 다 망한

일입니다, 여러분!

모든 건―교외들이에요!

도시가 대체 어디 있습니까?!

비가 찢는다, 미쳐

날뛴다. 우리도 서서 찢는다.

3개월 만에

함께한 둘!


신이시여, 욥에게서도

빚을 얻으려 하셨어요?

그런데 마음대로 안 됐군요!


도시 너머! 알겠어? 너머라고!

바깥! 흙벽을 넘었다고!

삶―그건 살 수 없는 곳이야:

유―대인 구역…


차라리 영원한 유대인²⁰이 되는 게

백배는 더 가치 있지 않겠어?

왜냐면 악당이 아닌 한 누구에게나,

유―대인 박해가―


삶이니까, 삶은 배교자를 원해!

모든 믿음의 유다들을 원해!

나병에 걸린 섬들로 가버려!

지옥이든!―어디든!―하지만


삶만큼은 안 돼,―배교자들만 받아주니까

그저 양들은―푸주한에게!

내 삶의 거주등록증 종이 쪼가리를

내 발―로 밟을 거야!


지근지근 밟을 거야! 다윗의 방패²¹를 위한―

복수!―몸뚱이가 흐물흐물해지도록!

매혹적이지 않니, 유대인이

살기를―원하지 않았다는 것?


선택받은 자들의 게토! 흙벽과 참호.

자비를 구하지 마라!

모든 세계 중 가장 그리스도교적인 이 세계에선

시인이―유대인이다!


13

그렇게들 돌에 칼을 갈고,

그렇게들 빗자루로 쇳밥을

쓸어내, 손 아래―

무언가 털이 많고 축축해.


너희, 분신들은 어디 있니?:

남성다운 메마름, 위력 말이야.

손바닥 아래엔―

비가 아니라 눈물이 고인다!


유혹들에 대해―

어떤 얘기를 더 할 수 있지? 무릇 재산은―물과 같은 것!

손바닥 아래로 흐르는,

너의 다이아몬드 같은 눈들이 가고 나면,―

나는 잃을 것이

없다. 끝에 끝!

난 쓰다듬고―쓰다듬어―

얼굴을 쓰다듬어.


우리 마린카들, 우리 폴란드 여자들은²²

원래―그렇게 거만해.

손바닥 아래로 우는,

너의 독수리 같은 눈들이 가고 나면…

울고 있니? 나의 친구야!

모두 나의 것! 미안해!

오, 한 줌 안에 든 것이,

얼마나 거대하고 찝질한지!

남자의 눈물은 참담하다:

정수리를 내리찍는 도끼의 등!

울어라, 넌 다른 사람을 만나

나와 더불어 상실한 부끄러움을 벌충하겠지.


바다의―생선들! 몰아쳐 오르면:

…죽은 조개가 되어

입술을 덮치는 입술.


눈물 속에서

명아주의―

맛,

―근데 내일,

언제

난 깨어날까?


14

양들의 길을 따라―

내려간다. 도시의 소음.

길에서 마주친 세 명의 처녀들.

웃는다. 눈물에 대고

웃는다, ―심연의

한낮처럼, 파도의 이랑처럼!

웃는다!

―그러면 안 될,

치욕스러운, 남자의 눈물

너의 눈물, 빗줄기 사이

너의 눈물에 대고―두 개의 흉터에 대고!

진주란―병사의

청동검에는 수치이듯!


네 최초의, 최후의

눈물에,―오, 흘려라!―

너의 눈물에―내 왕관의

진주에 웃음을!


나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소나기 사이로―시선을 박는다.

비너스의 인형들아,

똑바로 쳐다보거라! 우리의

결합은 이끌려 눕는 것보다

훨씬 내밀한 것이다.

노래 중의 노래²³도

우리에게 말을 양보한다.

우리,

이름 모를 새들에게,

솔로몬도 부복하여 이마를

찧는다, 왜냐하면 함께

우는 것은―꿈보다도 거대하니까!


어둠의 텅 빈

파도 속으로―그가 자맥질한다―

흔적 없이, 말없이―

배가 가라앉듯.


1924년 프라하, 2월 1일―일로비시, 6월 8일

이현종 옮김. 마리나 이바노브나 츠베타예바의 시선집 끝의 시> 中.

[옮긴이 주]

1) 러시아 상징주의 시인 알렉산드로 블로크의 시 <하늘에는 청록색, 그리고 초승달의 파편이…>(1914) 2연에 나오는 다음 두 행을 변형한 구절이다. ‘높은 지붕 밑 가장 높은 층에/달린 창문은 오직 노을만으로 타오르지 않은가…?“

2) 러시아 민중종교시 <요셉의 애가>에 나오는 구절이다. 요셉은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로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다. 이에 다른 형제들이 요셉을 시기하여 그를 이스마엘 인들에게 은전 스무 닢에 팔아넘긴다. <요셉의 애가>는 구약 <창세기> 37장에 나오는 요셉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3) 고대 아시리아의 전설의 여왕인 세미라미스가 바빌로니아에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공중정원을 가리킨다.

4)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물의 요정으로 강과 호수에 산다.

5) 몰타 기사단을 상징하는 십자가로 ’V’자 네 개가 결합한 모양이다.

6) 러시아어로 ‘활’을 ‘루크(лук)’와 ’이별‘을 뜻하는 ’라즐루카(Разлука)‘로 이루어진 언어유희다. 여기서 라즈-(pаз-)’라는 접두사는 ‘분리, 분할, 분산’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이별은 ‘활이 풀어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7) 로버트 러블레이스(Robert Lovelace)는 영국의 작가 새뮤얼 리처드(Samuel Richardson, 1686-1761)의 서간체 소설 「클러리사 할로(Clarissa: Or The History of a Young Lady」(1747)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이다. 젊은 귀족인 러블레이스는 클러리사의 가문인 할로가와 적대 관계에 있다. 심지어 그는 클러리사의 오빠인 제임스 할로와 결투하기도 한다. 러블레이스는 할로가에 복수하기 위해 클러리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녀를 유혹하고 파멸로 이끈다 이후 유럽에서 ‘러블레이스’라는 이름은 여성을 유혹하는 호색한의 대명사가 되었다.

8) 구약성경 <아가(雅歌)> 8장에 나오는 노래 ”인장처럼 나를 당신의 가슴에, 인장처럼 나를 당신의 팔에 지니셔요“를 변형한 것이다.

9) 아를레키노(Arlecchino)는 이탈리아 ‘코메디아 델아르테(Commedia dell’arte, 즉흥극)’에 등장하는 인물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재치 있게 벗어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메디아 델아르테에는 멍청하고 순진한 하인 피에로도 등장한다. 아를레키노와 피에로는 피에로의 아내인 피에레타를 두고 정적 관계에 놓인다. 츠베타예바는 콘스탄틴 로드제비치(Константин Болеславович Родзевич, 1895~1988)에게 보내는 1923년 9월 22일 자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 아를레키노여! — 나는 당신의 이름을 이렇게 부르겠어요. 삶의 편에 선 최초의 아를레키노. 삶 속에서 피에로는 생각도 할 수 없어요. 나는 처음으로 행복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고, 어쩌면 처음으로 상실이 아니라 행복을 찾고 있고, 내주는 것이 아니라 가져가고 싶어 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고 싶어 해요. 나는 지금까지 내게 없던 힘을 당신에게서 느껴요.” 1923년 9월에 만난 두 사람은 3개월 정도 사귀었고, 당시 츠베타예바에게는 이미 세르게이 에프론(Сергей Яковлевич Эфрон, 1893~1941)이라는 남편이 있었다. <끝의 시>가 로드제비치와의 이별에서 탄생한 시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츠베타예바는 로드제비치를 아를레키노로, 에프론을 피에로로 설정해 자신을 아를레키노로부터 버림받는 피에레타로 여긴 듯하다.

10)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받은 십계명을 가리킨다.

11) 마이나데스는 그리스신화에서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따르는 여신도들이다. 그들은 사티로스들과 함께 디오니소스를 위한 납잡하고 광기 어린 숭배의 의식을 거행하는데, 짐승의 털가죽을 입고 다닌다.

12) 남부 인도에 위치한 중세 요새로 화려한 영묘들이 유명하다. 이 요새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13) 남아메리키 주술사들이 사용했던 담배인 마파초(mapacho, Nicotiana rustica)를 가리킨다. 일반 담배보다 아홉 배 더 많은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다. 마파초는 어느 토양에서든 잘 자라 러시아 전역에서 많이 재배되었는데, 가격도 싸고 독해서 주로 낮은 계층이 즐겨 피웠다. 러시아에서는 마파초를 ‘마호르카’라고 부르는데, 이는 17세기 담배 산업으로 유명했던 네델란드의 도시 아메르스포르트(Amersfoort)의 이름에서 온 말이다.

14) 아르카디아는 고대 그리스의 한 지방으로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유토피아로 여겨졌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와 칼리스토의 아들인 아르카스가 이 지방을 다스렸다.

15) 부르누스(burnous)는 후두가 달린 하얀 망토로 주로 아랍인들과 북아프리카 사람들이 입는다.

16) 다윗은 구약성경 시편에서 야훼를 찬미한다. 따라서 이 구절은 불가능한 일을 의미한다.

17) 러시아어로 ‘헤어지자’는 ‘라스타욤샤(pасcтаёмся)인데, 츠베타예바는 이 단어에 들어 있는 숫자와 비슷한 접두사와 어간을 활용해 말장난을 한다. ’라스(pас)‘와 발음이 같은 ’라스(pаэ)‘는 1을 가리키고, ’스토(cто)‘는 100을 가리킨다. 따라서 숫자 100에서 1을 지워버리면 남는 게 0, 즉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18) 벨리미르 흘레브니코프(1885-1922). 러시아 미래주의의 기초를 놓은 시인이다. 일반적인 이성과 언어를 넘어서는 초이성어(Zaum)로 시적 실험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웃음의 주문‧Заклятие смехом(자끌랴띠예 스몌홈)>에서 그는 ’웃음‘을 뜻하는 러시아어 “스메흐(смех)”에 다양한 접두사와 접미사를 붙여 러시아어에 없는 단어를 만들면서 극단적인 소리 실험을 보여 주었다.

시(詩) <웃음의 주문‧Заклятие смехом>의 도입부 (원문 일부)
О, рассмейтесь, смехачи! О, засмейтесь, смехачи! (오, 웃어라, 웃음꾼들아! / 오, 터뜨려라, 웃음꾼들아!)
이 작품은 마야콥스키가 시각적이고 정치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면, 흘레브니코프는 언어의 뿌리(어근)를 파헤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 했던 천재적인 시인이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19) ’푸트‘는 러시아의 옛 무게 단위로 1푸트는 약 16.38킬로그램이다.

20) 전설에 따르면, 예수가 십자가에 오를 때 그를 조롱한 어느 유대인을 가리킨다. 이 유대인은 예수를 조롱한 대가로 예수의 재림 때까지 영원히 지상을 방랑하는 벌을 받았다. 원래 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7세기부터 아하스베루스(Ahasverus)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독일어권과 러시아권에서는 ’“영원한 유대인”이라 불리고, 영어권과 로맨스어권에서는 “방랑하는 유대인”이라 불린다.

21) 유대 민족의 믿음과 힘을 상징한다.

22)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외할머니인 마리야 루키니치나 베르낫츠카야는 폴란드 출신이라고 한다.

23) 구약성경의 아가를 가리킨다. 여러 시편의 사랑 시를 모은 것이다.

마리아 츠베타예바의 <끝의 시(Poem of the End, Поэма конца)>는 20세기 러시아 문학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도 '이별'을 다룬 가장 처절하고도 형이상학적인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1924년 프라하 망명 시절에 쓰인 이 장시는 단순한 연애 사건의 종결을 넘어, 존재의 파괴와 언어의 한계를 시험하는 거대한 비극의 기록입니다.


Young Marina Tsvetaeva(左)
작품 배경과 시평
1. 작품의 배경: 프라하의 안개와 운명적 이별

이 시는 츠베타예바의 실제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프라하 망명 생활: 1924년, 츠베타예바는 혁명 후 러시아를 떠나 체코 프라하 인근의 가난한 교외 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녀는 전 남편 세르게이 에프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직 장교였던 콘스탄틴 로제비치(Konstantin Rodzevich)와 짧지만 폭풍 같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별의 다리: 이 시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프라하의 블타바강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들입니다. 실제 로제비치와의 결별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지옥을 14개의 장으로 구성하여 시각화했습니다.

•실존적 고립: 츠베타예바에게 이별은 단순한 연애의 끝이 아니었습니다. 고국으로부터 버림받고(망명), 가난에 시달리며, 유일한 안식처였던 사랑마저 붕괴되는 과정에서 느낀 '장소 없음(Utopian)'의 감각이 시 전체를 지배합니다.

2. 시평: 해체되는 언어, 고통의 기하학

◇ "사랑은 봉합이다" — 결합과 분리의 역설

시인은 사랑을 '봉합(Suture)'으로 정의합니다. 두 존재가 하나로 꿰매어져 있었기에, 헤어짐은 단순한 작별이 아니라 "살점을 뜯어내는" 고통이 됩니다. 11장에서 "도시 넘어, 교외로, 봉합을 찢어내라!"라고 외치는 것은, 사회적 공간(도시)에서 밀려나 존재의 가장자리(교외)에서 자신을 파괴하며 분리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 공간의 전치(轉置): 다리와 게토

•다리: 이 시에서 다리는 연결의 공간이 아니라 '이별의 제단'입니다. 하론의 뱃삯을 내야 하는 죽음의 통로이며, 정열과 고통 사이의 위태로운 경계입니다.

•유대인과 시인: 12장에서 시인은 "모든 세계 중 가장 그리스도교적인 이 세계에선 시인이 유대인이다!"라는 유명한 선언을 합니다. 이는 사회적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끊임없이 박해받으며 떠도는 '시인의 운명'을 유대인의 역사적 고난에 투사한 것입니다. 여기서 '유대인'은 인종적 의미를 넘어 '영원한 이방인'인 예술가를 상징합니다.

◇ 츠베타예바 특유의 '대시(—)' 미학

시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수많은 대시(—)와 파편화된 문장들은 시인의 숨 가쁜 호흡과 비명을 형상화합니다. 그녀에게 언어는 매끄러운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막거나 혹은 폭발시키는 장치입니다.

3. 러시아 시문학사적 의미

◇ 여성 시학의 정점

안나 아흐마토바가 '절제와 명징함'의 시학을 보여주었다면, 츠베타예바는 '과잉과 격정'의 시학을 완성했습니다. <끝의 시>는 여성의 내면 고백이 어떻게 보편적인 인류의 비극과 신화적 층위(오르페우스, 세미라미스, 솔로몬 등)로 격상될 수 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

◇ 미래주의와 상징주의의 초월

그녀는 마야콥스키의 미래주의적 에너지와 상징주의의 형이상학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구체적인 일상(우유 가게, 담배 냄새)에서 시작해 우주적인 절망(별들에 닿는 비명)으로 나아가는 독특한 '영적 리얼리즘'을 보여줍니다.

◇ '망명 문학'의 기념비

러시아 혁명 이후 흩어진 '은의 시대' 시인들 중, 고국을 떠난 상실감을 '사랑의 상실'이라는 개인적 서사로 완벽하게 치환하여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삶은 교외다"라는 선언은 정착하지 못하는 모든 현대적 영혼들의 실존적 선언문이 되었습니다.

4. 핵심 이미지 요약(상징물: 의미)

•녹슨 하늘/양철: 희망이 거세된 차갑고 딱딱한 현실

•다리(Bridge): 이별의 통과 의례,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의 선

•교외(Suburb): 문명에서 추방된 자들의 거처, 고통이 극대화되는 장소

•눈물/비: 구별 불가능한 슬픔의 액체화, 존재의 녹아내림

"헤어짐—이건 러시아어가 아니야!"라고 절규하는 츠베타예바의 외침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인간이 느끼는 '언어 불능'의 상태를 이보다 더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음을 보여 줍니다.


(전 14장) 감상 포인트
마리아 츠베타예바의 <끝의 시>는 총 14장에 걸쳐 사랑의 종말이 선포된 순간부터 영혼이 완전히 분리되는 과정을 '심리적 지옥의 연대기'처럼 그려냅니다. 각 장의 핵심 내용과 시평, 감상 포인트를 짚어드립니다.
제1장: 약속 장소, 죽음의 전조

•내용: 6시 정각, 녹슨 하늘 아래 약속 장소에서 그를 만남.

•시평: 시작부터 하늘은 '양철'처럼 차갑고 '녹'이 슬어 있습니다. "죽음은 기다리지 않아"라는 대사는 이 만남이 재회가 아닌 처형임을 암시합니다.

•감상 포인트: 일상적인 만남의 장소가 어떻게 순식간에 '결투장'이나 '사형장'으로 낯설게 변하는지 주목하세요.

제2장: '집'이라는 단어의 붕괴

•내용: 집으로 가고 싶어 하는 남자와 집이 없음을 깨닫는 여자.

•시평: 남자에게 집은 '안식처'지만, 시인에게 집은 '무너지는 건물'이자 공포입니다. 츠베타예바에게 정착(집)은 곧 예술적 죽음을 의미합니다.

•감상 포인트: "집, 그건 집에서 밤으로 가는 거야"라는 구절에서 느껴지는 존재론적 허무를 느껴보세요.

제3장: 강둑, 죽음을 쥔 손

•내용: 블타바 강둑을 걸으며 그의 손을 꼭 쥠.

•시평: 강물은 '강철의 선'이며 죽음의 뉘앙스를 띱니다. 시인은 강물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를 놓치는 것이 무서워 그의 손을 '광인'처럼 잡습니다.

•감상 포인트: 나이아데스(물요정)를 자처하면서도 인간의 손에 집착하는 강박적인 사랑의 물리적 촉감.

제4장: 카페의 소음과 천박한 세상

•내용: 카페 안, 상업적이고 속물적인 군중들 사이의 두 사람.

•시평: 주변은 온통 '분가루 냄새'와 '상업적 파산'의 냄새로 가득합니다. 숭고한 비극을 겪는 두 사람과 대비되는 세상의 천박한 생동감이 비극을 심화시킵니다.

•감상 포인트: "상업적 결혼의 냄새"와 같은 표현이 고귀한 사랑의 종말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분석해 보세요.

제5장: "사랑하지 않죠?" - 사랑의 정의

•내용: 사랑에 대한 서로 다른 정의와 충돌.

•시평: 남자는 사랑을 일상과 안락으로 보지만, 시인은 "자신의 피로 흘려낸 꽃"이자 "불 속에 던지는 선물"로 봅니다.

•감상 포인트: 사랑을 '팽팽하게 당긴 활'에 비유한 대목. 풀어지면 이별이라는 이 역설적인 긴장감이 백미입니다.

제6장: 손수건과 영혼의 결별

•내용: 헤어지자는 말이 공식화되고, 마지막 유품을 제안함.

•시평: "우리는 서로에게 이제부터 영혼들이야"라는 말은 육체적 결합이 끝났음을 선언하는 슬픈 위악입니다. 반지를 거절하고 책을 제안하는 과정이 처절합니다.

•감상 포인트: "눈물만은 흘리지 마"라고 반복하면서도 시 구절구절마다 이미 피눈물이 맺혀 있는 역설적 문체.

제7장: 살해된 사랑과 전류

•내용: 강둑을 헤매는 두 사람. 손을 잡았을 때 흐르는 전류.

•시평: 사랑은 이미 '살해'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공범처럼 걷습니다. 손을 잡는 순간 흐르는 '전류'는 마지막 생명의 불꽃입니다.

•감상 포인트: 사랑을 감정이 아닌 '물리적 전류'나 '열병의 도선'으로 묘사한 과학적 은유.

제8장: 마지막 다리, 하론의 동전

•내용: 다리를 건너며 지불하는 존재의 값.

•시평: 다리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경계입니다. 시인은 다리에 담쟁이처럼,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이 순간을 멈추려 합니다.

•감상 포인트: "삶은 모두 옆구리야!"라는 독특한 선언. 서로의 옆구리를 맞대고 온기를 느끼는 것만이 유일한 실존임을 강조합니다.

제9장: 영혼이라는 이단자

•내용: 몸의 비명과 영혼의 무력함.

•시평: 영혼은 "말 많고 헛소리만 하는 이단자"일 뿐입니다. 정작 고통받는 것은 찢겨진 내장과 피부입니다.

•감상 포인트: 관념적인 영혼보다 육체적인 통증이 더 진실하다고 믿는 시인의 처절한 리얼리즘.

제10장: 우리의 우유 가게, 과거의 습격

•내용: 단골이었던 우유 가게를 지나며 회상함.

•시평: 아라비아 향이 아닌 '귀리' 향이 났던 싸구려 커피점. 그 소박했던 행복이 이제는 "우리 거가 아니야"라는 절규로 돌아옵니다.

•감상 포인트: '헤어짐(Rasstanie/расстани)'이라는 단어가 러시아어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대목. 언어 자체를 거부할 만큼 큰 고통을 묘사합니다.

제11장: 교외, 봉합을 찢다

•내용: 도시를 벗어나 교외로 나감. 사랑의 봉합을 찢음.

•시평: 사랑은 상처를 꿰맨 '봉합'이었습니다. 이제 그 봉합을 찢어발겨야 합니다. 교외는 질서(도시)가 파괴된 해방과 절망의 공간입니다.

•감상 포인트: "교외라는 건: 봉합을 찢어내는 거야"라는 공간 미학적 정의.

제12장: 유대인 게토, 시인의 운명

•내용: 시인은 유대인이며, 삶은 유대인 거주구역(게토)이라는 선언.

•시평: 이 작품의 가장 유명한 장입니다. 소외된 자, 박해받는 자로서의 시인의 정체성을 유대인에 투사합니다.

•감상 포인트: "모든 세계 중 가장 그리스도교적인 이 세계에선 시인이 유대인이다!"라는 문장의 정치적·예술적 무게.

제13장: 남자의 눈물

•내용: 강한 남자가 흘리는 찝질하고 거대한 눈물.

•시평: 남자의 눈물은 도끼의 등처럼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여자는 그 눈물을 자신의 손바닥에 담으며 비로소 마지막을 수용합니다.

•감상 포인트: 남자의 눈물을 '조개'나 '명아주 맛'으로 감각화한 표현들.

제14장: 마지막 자맥질, 침몰

•내용: 남자가 어둠 속으로 가라앉으며 시가 끝남.

•시평: 시선은 이제 높은 곳으로 향합니다. "내 사랑, 떠나요, 이제 울 거니까!"라는 마지막 배려는 슬픔의 정점입니다.

•감상 포인트: 배가 가라앉듯 흔적 없이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절대적 고독.

◇ 종합 시평: "사랑의 종말에 세운 거대한 기념비"

츠베타예바의 <끝의 시>는 이별을 겪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언어적 자학'이자 동시에 '영혼의 승리'입니다. 그녀는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그 슬픔을 다리, 기둥, 소파, 커피, 유대인이라는 구체적인 사물과 역사로 낯설게 만듦으로써 우리에게 '이별'이라는 사태를 처음 보는 것처럼 목격하게 만듭니다.


<끝의 시>와 낯설게 하기
마리아 츠베타예바의 <끝의 시>를 빅토르 슈클로프스키의 '낯설게 하기(Ostranenie)'와 결합하여 분석하면, 이 작품이 왜 단순한 이별 노래를 넘어 '고통의 현상학'이라 불리는지 명확해집니다.
특히 12장(유대인 게토)과 8장(다리)을 중심으로, 그녀가 어떻게 익숙한 감정을 낯설게 하여 독자의 감각을 마비시키거나 깨우는지 깊이 있게 들어가 보겠습니다.
(1) 12장: 존재의 낯설게 하기
— "시인은 유대인이다"

슈클로프스키는 사물을 이름 붙이지 않고 '사회적 맥락을 비틀어 묘사'함으로써 낯설게 하기를 실천한다고 했습니다. 츠베타예바는 이 기법을 '정체성'에 적용합니다.

•기법의 적용: 시인은 자신과 연인이 처한 망명의 비참함과 소외감을 '유대인 게토(Ghetto)'라는 역사적 비극 속에 밀어 넣습니다.

•분석: "삶은 유대인 구역(게토)이다"라는 선언은, 우리가 안온하게 믿어온 '삶'이라는 단어를 '박해와 격리'의 이미지로 완전히 대체합니다. 독자는 '살아간다'는 평범한 단어에서 갑자기 나병 환자의 섬이나 참호를 떠올리게 됩니다.

•효과: 시인은 기독교 문명국가에서 가장 소외된 존재였던 유대인의 운명을 시인의 운명과 동일시함으로써, 예술가의 고립을 인류사적인 층위로 낯설게 확장합니다. "모든 시인은 유대인이다"라는 말은 언어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자가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사회적 추방'을 낯설고 강렬하게 각인시킵니다.

(2) 8장: 사물의 낯설게 하기
— "다리라는 정지된 정열"

슈클로프스키는 예술의 목적이 "사물을 '아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에 있다고 했습니다. 8장에서 츠베타예바는 '다리'라는 일상적인 건축물을 해체합니다.

•기법의 적용: 다리를 육지와 육지를 잇는 도구가 아니라, '죽음의 통행료를 받는 레테의 강'이자 '서로에게 달라붙은 갈비뼈'로 묘사합니다.

•분석: 다리는 움직이는 것이 아니지만, 시 속에서 다리는 "지나갈 뿐인 애인"이며 "우리 뒤로 흐르는" 유동적인 존재가 됩니다. 시인은 다리 위에서 느끼는 이별의 찰나를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만큼"의 영원으로 늘려놓습니다(지각의 지연).

•효과: 독자는 다리를 건너는 행위를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한 부분을 떼어내어 하론(죽음의 뱃사공)에게 바치는 제의적 행위로 낯설게 인식하게 됩니다.

(3) 언어의 난폭한 낯설게 하기
— "대시(—)와 파편화"

슈클로프스키는 '어렵게 만든 형식'이 예술적 감흥을 길게 유지한다고 보았습니다.

•분석: 츠베타예바의 시는 매끄럽지 않습니다.

“헤어―짐. 헤어지다… 극도로 초자연적인 난센스!” * 낯설게 하기: '헤어짐'이라는 일상어의 음절을 쪼개고(—), 그것을 러시아어가 아니라고 부정하며, 심지어 톱질 소리나 꾀꼬리의 신음 소리에 비유합니다.

•효과: 독자는 '이별'이라는 단어가 가진 관습적인 슬픔에 안주할 수 없습니다. 시인이 단어를 분절하고 거부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독자는 언어가 완전히 붕괴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침묵의 고통'을 생생하게 보게 됩니다.

(4) 종합: '교외'의 미학

마지막으로 츠베타예바가 '교외'를 다루는 방식은 낯설게 하기의 정점입니다. 도시(중심, 질서, 집)가 아닌 교외(가장자리, 무질서, 봉합이 터지는 곳)를 사랑의 마지막 장소로 설정함으로써, 그녀는 이별을 단순한 슬픔이 아닌 '중심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최후의 저항'으로 묘사합니다.

"삶은 교외다. 도시 너머를 건설하라!"

이 구절은 우리에게 익숙한 '삶=정착'의 공식을 깨고, '삶=영원한 방랑과 결핍'이라는 낯선 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볼 때, 츠베타예바의 시는 슈클로프스키가 꿈꿨던 '감각의 회복'을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성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현종 교수의 글>과 츠베타예바의 시에 곡을 부친 노래들

1. 쇼스타코비치가 츠베타예바의 시 여섯 편에 붙인 가곡들 중 첫 번째 곡

https://en-movement.net/291?category=754421


2. “나는 당신이 좋아졌어요” (젬피라)

https://en-movement.net/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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