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마리나 쯔베따예바(1892-1941)
푸른 하늘로…
마리나 쯔베따예바
푸른 하늘로 눈을 크게 뜨며
당신은 외친다 : 뇌우가 있으리라!
비열한에게 눈살 찌푸리며
당신은 외친다 : 사랑이 있으리라!
무관심의 회색 이끼를 통해
나 또한 외친다 : 시가 있으리라!
석영중 옮기고 엮음, 『레퀴엠』-혁명기 러시아 여성시인 선집(고려대학교 출판부, 2004) 中
뇌우와 사랑과 시
마리나 쯔베따예바(Marina Tsvetaeva)의 이 짧고 강렬한 시는 비극적인 생애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시인의 치열한 삶의 의지와 시작(詩作)에 대한 자부심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시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작품의 배경과 시평을 간단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1. 작품의 배경:
혁명과 고독의 소용돌이
마리나 쯔베따예바는 20세기 초 러시아의 격동기인 볼셰비키 혁명과 내전을 온몸으로 겪어낸 시인입니다.
◇ 시대적 고립: 혁명 이후 그녀는 귀족계급의 성장배경 때문에 ‘백군’ 지지자로 몰려 극심한 가난과 굶주림을 겪었습니다. 한때 남편은 실종되고 어린 딸을 굶주림으로 잃는 등 삶은 황폐해졌지만, 그녀는 결코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 시적 신념: 당시 러시아 문단은 선동과 구호가 난무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쯔베따예바는 집단의 목소리에 매몰되지 않고, 개인의 순수한 열정과 고통을 노래했습니다. 이 시는 바로 그러한 ‘세상과의 불화’ 속에서 탄생한 작품입니다.
2. [시평]
"있으리라!"라는 외침의 저항
이 시는 '당신'과 '나'의 대조를 통해 보이지 않는 가치를 긍정하고 주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 뇌우와 사랑: 외부 세계의 역동성
•뇌우: 평온하게 보이는 푸른 하늘 속에서 파괴적인 뇌우와 폭풍을 예견하는 것은 예언자적인 통찰력을 의미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입니다.
•사랑: 비열함과 속물이 가득한 세상에서 '사랑'을 외치는 것은 그에 대한 강력한 저항입니다. 인간성을 상실한 시대에 던지는 일갈이기도 합니다.
◇ 회색 이끼와 시: 시인의 실존적 결단
•회색 이끼: 무관심과 권태, 정체된 일상을 상징합니다. 시인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고통 그 자체보다도, 예술과 영혼에 대해 무관심한 세상의 냉대였습니다.
•시가 있으리라!: 쯔베따예바에게 '시'는 단순한 문학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이자 목적이었습니다. 뇌우와 사랑이 세상을 흔들듯, 시 또한 무관심의 이끼를 뚫고 솟아나 세상을 깨울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줍니다.
3. 요약 및 특징
(구분: 주요 내용)
•핵심 정서: 강렬한 생명력, 저항 정신, 예술에 대한 확신.
•시적 장치: "있으리라!"라는 반복적 선언을 통한 리듬감과 단호함.
•상징: 푸른 하늘 vs 회색 이끼 = 이상 vs 무관심한 현실
"시가 있으리라!"라는 마지막 구절은 그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지켰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차갑게 식어버려도, 시인의 신념과 언어는 결코 죽지 않는다’라는 선언입니다.
나 또한 외친다 :
시가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