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실을 안다!

by 마리나 츠베타예바

by 김양훈

나는 진실을 안다!

마리나 츠베타예바


나는 진실을 안다! 낡은 진실은―꺼져라!

지상에서 사람은 사람과 싸우지 말라.

보아라: 저녁을, 보아라: 이제 곧 밤이다.

뭐라 지껄이는 게냐

―시인들아, 연인들아, 사령관들아?


바람이 낮게 분다, 땅에 이슬이 맺힌다,

하늘에는 별의 눈보라가 맺힐 것이다,

우리는 땅 아래 잠들 것이다,

땅 위에서 서로 잠 못 들게 했던 우리.

(1915년 10월 3일)


마리나 이바노브나 츠베타예바 지음 『끝의 시』

(이종현 옮김, 「읻다」 2020)


러시아의 위대한 여성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리나 츠베타예바(Marina Tsvetaeva)의 이 시는 1915년, 인류 역사가 가장 잔혹한 시기로 접어들던 무렵에 쓰였습니다. 츠베타예바의 시 『나는 진실을 안다!』는 뜨거운 생명력과 비극적인 운명론을 결합한 독특한 서정성을 보여줍니다.
1. 작품의 시대적 배경:
전쟁의 포화 속에서

이 시가 쓰인 1915년 10월은 다음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유럽 전체가 전쟁의 참화 속에 있었고, 러시아 제국 역시 수많은 젊은이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었습니다.

•죽음의 예감: 츠베타예바는 개인적인 삶에서도 늘 고독과 격정 사이에 있었으며, 전쟁이라는 거대한 죽음의 그림자 아래에서 "인간이 왜 서로 싸워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진실에 대한 갈망: 당시 러시아 지식인들은 이념과 애국심을 논했지만, 츠베타예바는 그런 거창한 담론이 아닌 '죽음 앞의 평등'이라는 날것의 진실을 목격합니다.

2. 시평:
"잠들지 못하는 자들의 영원한 안식"

"나는 진실을 안다!" - 선언적 외침

시의 도입부는 매우 강렬합니다. 그녀가 말하는 '낡은 진실'은 명예, 승리, 애국심, 혹은 시인들의 감상적인 노래를 뜻합니다. 그녀는 이런 것들을 "꺼져라!"라고 일축하며, 자신이 깨달은 새로운 진실을 제시합니다.

저녁과 밤: 죽음의 은유

"저녁을 보아라, 이제 곧 밤이다": 여기서 '밤'은 하루의 끝이기도 하지만, 우리 인생의 끝인 죽음을 의미합니다. 곧 모두가 죽음이라는 밤을 맞이할 텐데, 왜 낮(삶) 동안 서로 싸우며 에너지를 낭비하느냐고 꾸짖습니다.

•대상자들: 시인(예술), 연인(사랑), 사령관(권력) 등 세상의 모든 가치를 대변하는 이들에게 "뭐라 지껄이는 게냐"며 그들의 담론이 죽음 앞에서는 얼마나 무력한지를 꼬집습니다.

땅 아래의 화해

•"별의 눈보라": 츠베타예바 특유의 화려하고도 서늘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표현입니다. 지상의 이슬과 하늘의 별은 우주적인 질서를 보여줍니다.

•"땅 위에서 서로 잠 못 들게 했던 우리": 이 구절이 이 시의 핵심입니다. 살아생전 우리는 증오, 질투, 전쟁으로 서로를 괴롭히며 잠 못 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땅 아래' 무덤 속에서 나란히 잠들게 될 존재라는 것입니다.

3. 총평:
허무를 넘어선 휴머니즘

이 시는 허무주의적인 색채를 띠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깔려있습니다. 어차피 모두가 흙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살아 있는 동안 서로를 향한 칼날을 거두고 평화를 찾자는 절박한 호소입니다.

Marina Tsvetayeva by Evgenia Drabk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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