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저는 요즘 많이 내려놓은 것 같아요."
얼마전, 친한 동생과 이야기 나누며 들은 말이다.
그 친구는 아이가 영유아기때 엄마표 영어를 열심히 하다가 아이의 거부로 모든 것을 중단한 적이 있었다. 엄마표 영어를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 그맘때만 해도 비슷한 개월수의 우리 딸과 비교했을 때 저 집 딸은 천재가 아닐까 했었다.
하지만 몇년 후 울먹이며 이제 그만 두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
얼마나 열심히 해왔던 것인줄 알기에.. 게다가 그게 모두 아이를 위한 마음이었던 것임을 잘 알기에.. 엄마의 진실한 사랑 표현의 한 방법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그만 두는 결심도 대단하고 온전히 아이의 그릇대로 아이를 봐주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 또한 참 대단한 친구였다.
그 친구의 내려놓았다는 말을 듣고 내가 한 대답은.
"나는 아닌 것 같아. 아직 내려놓지 못했어." 였다.
나 또한 아이가 1학년에 들어간 후 6개월 정도 이것 저것 참 많이도 시켰다. 생전 공부라곤 시키지 않았고 영어유치원은 커녕 배움이라고는 노는 방법만 배우는 생태 어린이집을 7세까지 보냈던 내가 갑자기 어학원을 보내고, 악기도 시키고, 운동도 막 시켰던 터였다. 아이도 잘 따라주었고, 열심히 했고, 잘하고 있다는 피드백도 받고 있던 터라 무언가 잘못되어간다는 느낌조차 받지 못했다.
하지만 여름 방학, 숙제로 시작된 트러블이 학원 보충으로, 학원 보충에서 커진 트러블이 결국은 학원을 그만두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영어 학원을 그만두니 피아노 학원도 그만두고.. 피아노 학원을 가지 않으니 또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을 이것 저것 다 그만 하게 되었다.
아, 그때의 나의 마음이란.. 아이가 이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대로 매일 집에서 놀기만 하면 어떡하지? 등 온갖 걱정과 아이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생각들로 매일 무척이나 괴로웠다.
아무튼 그 일로 학원에 의지하며 아이가 알아서 잘 클거라 생각했던 나는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아이를 키우는데 나를 갈아 넣자. 내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육아에 대해 공부하며 진정한 양육을 해 나가자. 이런 마음으로.
그래서 나는 아직 내려놓지 못했다.
온전히 아이의 그릇을 바라보고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육아가 행복하다.
아이에게 쏟고있는 이 관심이 행복하고 아이의 감정을 진심으로 읽어주고 아이가 내는 짜증과 화가 이해가 된다.
때로는 그것 때문에 내가 속상하기도 하고 아이의 행동이 마음이 들지 않을 때도 있어 괴롭기도 하다.
아직 내려 놓지 못했구나를 스스로 느끼고 있지만 그것은 나의 노력 때문이다.
지금 육아를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내려놓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노력하는 내 자신을 칭찬한다.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가 책을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거실에 책을 깔아두고, 아이가 영어를 쉽게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침 시간 좋아하는 영어 CD를 트는 이런 노력들..
누군가가 보면 아둥바둥 하는 듯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감정을 살피고 아이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록 이것이 나를 갈아넣고 있는 것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