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의 중심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에 '김 작가'라는 폭풍이 불어 닥쳤다. 2023년 11월이었을까.
노래 작사와 시를 쓰는 활동을 했던 정은 언니의 소개로 시작된 김 작가와의 인연은, 곧 우리의 전부가 되었다. 김 작가를 중심으로 작가 둘과 그들의 매니저 역할을 전담하게 된 나. 우리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잠까지 같은 공간에서 청했다면, 진정 '가족'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어문 공모전 투고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날들, 그리고 그 중심에 늘 바쁘게 움직이던 '김 대표'가 있었다.
그는 이미 작가 매니지먼트 회사를 창업한 어엿한 대표였다.
벼락같은 아침, 엇나간 한 박자
모든 것이 낯설고 벅찼던 시간. 매일매일이 브레이크 없는 질주 같았다.
2024년 7월 12일 아침 6시 30분, 평소 알람이 아닌 휴대폰 진동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발신자는 김 대표. 살짝 긴장했지만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며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쏟아지는 일 분담 지시가 나의 아침을 흔들었다. 때마침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던 정은 작가 또한 는 갑작스러운 업무 변경에 불만을 터뜨렸고, 대표는 짜증을 삼킬 새도 없이 "다 그만두자"라고 쏘아붙였다.
아침부터 내 세상의 중심이 쿵, 하고 크게 흔들렸다.
왜 아침은 늘 이토록 벼락같은 시간일까.
그날 내내 나는 차 안에서 정은 작가와 김 대표의 대화를 되감았다. 서울 일정을 겨우 마친 대표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늘 그랬듯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하고 새 책을 빌려 나왔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던 길, 휴대폰 화면에 '정은언니 정은작가'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반사적으로 전화를 받자마자 언니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먼저 솔직하게 말해봐." 나는 순간 긴장하며 업무 톤으로 전환했고, 그 찰나의 과정에서 말이 엇나갔다. "회사 카페, 곡 전부 내리라는 거야? 계약 파기하자는 거야?" 언니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고, 나는 순간적으로 "맞아"라고 답해버렸다. 정확히 말해야 하는 그 한 박자를, 또 놓친 것이다.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습니다. "누가 계약 파기란 말을 했어!" 대표는 소리 지르며 정은 작가 집 앞으로 달려왔고, 그의 손에 들린 계약서는 눈앞에서 산산조각 났습니다. "너희 둘 다 꺼져!"라는 말을 남긴 채, 그는 엘리베이터로 사라졌다.
남겨진 공간에는 종이 찢기는 소리와 내 심장 고동만이 미친 듯이 진동했다.
잠시 후, 집 근처 편의점 앞에서 대표와 다시 마주쳤을 때, 그는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습니다. "네가 사장이야, 넌 사탄이야?"
찢어진 계약서, 흔들리는 나
매니저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했을 뿐인데, '사탄'이라는 극한의 비난을 듣는 상황이라니. 나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벼랑 끝에 몰린 대표가 모든 책임감을 나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더욱 휘청였다.
내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말문이 막혔다. 실장, 딸, 엄마, 아내, 그리고 '지실장'—이 모든 이름이 동시에 어깨 위에 무겁게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이름이 많을수록, 내 목소리는 작아졌다.
침묵, 또 다른 나의 언어
에피소드 3. 어떻게 하면 관계가 끝이 날까?
중간에 낀 사람, 미움과 감사가 섞인 잔
단순한 업무 관계가 아니었다. 6월 초 대표의 해외 출장 기간에도, 그의 집안 사정은 잠잠할 날이 없었다. 어머니와 대표, 두 분이 함께 사는데 공간의 벽은 남한과 북한 사이 같다. 서로의 말은 계속 어긋났고, 나는 그 간격을 좁히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대표는 해외 출장 출국 당일 날까지 싸우다가, 심지어 귀국 사실까지 숨긴 채 한국에 들어와 호텔에 투숙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어머니는 내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쏟아냈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대표는 필요할 때마다 자신이 투숙 중인 호텔로 나를 수시로 불러냈다. 두 사람 그 중간에서 나는, 마치 지우개가 되어 서로의 잘잘못을 지우며 점점 닳아 없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 대표는 내 삶으로 때까치처럼 계속 진입했다.
그는 때로는 나를 지지했고, 때로는 날카롭게 긁어댔다.
날카롭게 긁을 때는 "넌 내가 말한 건 안 한다. 넌 고집스럽다. 넌 이상하다." 그렇게 말해놓고는 명함 지갑과 옷을 챙겨주며 지지했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넌 나 없으면 어떻게 할래." 나는 고마움 마음이 먼저 들긴 했지만 동시에 서운함을 안고 서 있었다.
미움과 감사가 한 잔에 섞이면, 마지막에 남는 건 늘 쓸쓸함과 쓴맛이었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 그리고 멈춰야 할 순간
2025년 7월 13일, 나는 오늘 김 대표가 정말이지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예전에 이렇게 말했었다. "같이 일을 시작해도 결실을 맺는 속도가 서로 다르면 함께 못 가." 그 말을 들을 때는 내가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랬다. 그때 나는 우리가 오래갈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브레이크 없는 지금은 확신이 없다. 버틸 자신이 없었다. 특히 대표가 출장에서 돌아온 이후 3주 동안, 나는 쉼 없이 악소리를 들었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웃기게도 미워하면서도 그의 어떤 면은 닮고 싶었습니다. 존경과 반감이 같은 주머니에 들어 있는데, 오늘은 어느 쪽으로 손을 넣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 삶에서 어머니를 돌보는 시간만으로도 하루의 절반을 쓰는 나였는데, 엄마를 조금씩 포기하면서까지 대표에게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대표는 버거웠다. 대표까지 내가 관리할 수는 없다는 것을. 대표는 내 시간과 내 방식과 너무나도 달랐다.
오늘의 대표는 마치 루시퍼처럼 느껴졌지만, 언젠가 그가 천사를 사모하던 사람이었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놓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임을 깨달은 이상, 나는 이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이제는 관계보다 절차, 감정보다 사실, 오해보다 정정이 먼저다.
나의 결론은 명확하다. 나는 경계를 놓쳤고, 전달을 그르쳤다. 다음에는 내가 먼저 정확히 말하겠다.
이제는 단호함으로 순서를 세운다.
말하기—정정—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