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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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8일 월요일
Zubiri(수비리) > pamplona(팜플로나), 알베르게 : Albegue plaza catedral
20.4km, 흐림(비 소식 없음)
수리비에서 시작한 오늘의 길은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아침의 기온이 쌀쌀하여 겹겹이 옷을 끼어입을 정도이다.
숲길 터널이 오래 이어지니 시원한 그늘 속에서 깊은 호흡을 하며 걷는다.
숲 터널은 울창한 나무로 이루어진 숲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낙엽들 사이로 비집고 나온 야생화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앉아 생경한 자태를 감상한다.
오늘의 순례길의 여정은 또 이렇게 위로받아 힘찬 발걸음을 띄운다.
숲은 옆으로 흐르는 강 덕분에 더욱 청명하다.
바닥까지 맑게 투영되는 물의 투명함과 햇빛에 반사된 푸르른 나뭇잎의 자태가 싱그러움 그 자체이다.
걷는 도중에 만나는 각양각색의 야생화 꽃들의 다양한 자태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케메라에 담는다.
너는 햇빛의 노란 기운만 받아 노란 꽃으로
너는 햇빛의 하얀 기운만 받아 하얀 꽃으로
모양도, 색깔도 제각각 정갈한 모습으로 무엇을 유혹하고 있는 것일까?
'나를 봐 주세요'
미술치료에서 꽃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의미한다.
꽃이 나를 부르고, 내가 꽃으로부터 위로받는다.
무더기로 피어있는 꽃무지는 어찌 보면 헤식어 보이지만 그들이 주는 마음의 정화는
즐거움
아름다움
정갈함
고고함 그 자체이다.
첫 휴식지 카페에서 착즙주스를 마시고, 양말을 벗어 발을 말린 후 바셀린을 바른다.
발에 물집이 생기지 않도록 이런 의식을 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의식이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양말을 벗어 발을 말리고 쓰다듬었는데도 물집이 생겼다.
이너 양말이 문제였다.
발가락 양말이 그렇듯이, 스타킹처럼 생긴 이너양말이 발의 열기를 식혀주고 양모 양말의 습기를 차단해 주리라 믿었는데 아니었다. 발의 작은 상처조차 걷는 데 큰 무리가 올 수 있는데 어쩐다.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서 그럴 리 없다고 자신했는데 초반부터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우를 범하다니.
관리를 잘하여 여행을 순조롭게 마칠 수밖에.
숲길을 걷다가 어느 집의 마당에 놓인 원목 나무로 만든 장난감 수레들이 눈에 들어온다.
앙증맞기가 그지없다.
아마도 손주가 있을 거야. 근데 왜 정원에 진열해 놓았을까?
나도 모르게 의구심이 인다.
필요할 때 만들어 보려고 클로즈업해 본다.
사발티카 강물이 이어지는 곳에 트리니다드 다리가 있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마을이 아름답다.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카톡에 올라온 문자를 확인하면서 남편을 생각했다.
얼마 전에 고춧모를 사기 위해 장을 보는데 서툴렀노라 했다. 그동안은 흥정하는 내 옆에 서있다가 주인이 싸 주는 모판을 들기만 한 것이다.
나의 최애, 옥수수는 심었을까?
팜플로나에 들어가는 도심 거리를 걷다가 플라타너스 나무를 만났다.
두 개, 세 개의 나무가 연결된 연리지이다.
연리지란 본디 그리워 서로를 껴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연리지를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연리지로 만든 플라타너스 터널을 지나면서 어떤 의미로 이들은 이렇게 나무를 키우는지 궁금했다.
한 여름에 잎들이 무성해지면 다른 풍경을 자아낼지 모르지만, 인위적인 만들기로 탄생했을 것이어서 상쾌하지만은 않았다.
같이 걷는 동무가 있어 좋다.
팜플로나의 알베르게에 짐을 놓고 식사를 하러 나왔다.
식당을 찾던 중 중앙 광장에 운집한 대중과 만났다.
궁금하여 옆에 선 여인에게 물었더니, 스페인의 팜프로나를 연고로 하는 오사수나 축구팀을 환영하는 인파라 한다.
저 멀리 3층 건물의 테라스에서 환호를 보내는 선수들이 보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뜬다' 출판으로 유명한 팜플로나 광장에 헤밍웨이의 단골집 '이루나'가 단톡에 올라와 찾았으나 시에스타로 식사는 안 된다 했다.
카페 이루나 근처 광장에 혜초여행사, 바스톤투어 소속의 한국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도 식당을 찾고 있으리.
이곳 광장에도 사람들이 많다. 이 시간(오후 3시)에 많은 인파가 카페에 앉아 커피와 맥주, 간식을 즐긴다.
바 안은 서서, 테이블에 기대어서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바 밖의 많은 야외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꽉 찾다.
간식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왔다.
오후 3시 30분! 광장을 두어 바퀴 돌은 후에야 식사가 가능한 식당을 찾아 앉았다.
길 위의 풍경들
따로 물병을 챙겨 걸음을 멈추고 같이 걷는 개에게 물을 주는 여자.
길 가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맞추는 연인.
같이 걷는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크고 뚱뚱한 배낭과 함게 걷는 사람들.
그렇게 요즘은 하루 평균 333명이 걷는단다.
그러나 내게는 그 많은 사람들은 그저 스쳐갈 뿐.
우리 팀원들은 같이 걷게 되면 서로를 공개하기도 하고, 이틀 만에 친해져서 길동무를 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은 함께 하는 언니들이다.
같이 호흡하며 얼마나 큰 것들이 내게 올지 자못 기대가 크다.
사람과 관계 맺는다는 건 길을 같이 걷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