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나스에서 보아디야 델 까미노까지, 양귀비 꽃
2023년 05월 19일, 14일차
Hontanas (온타나스) --> Boadilla del camino(보아디야 델 까미노), 알베르게 : El Camino
거리 : 28.6km
날씨 : 구름 조금
그 넓은 알베르게는 후문이 있다. 정문은 어제저녁 주인장이 잠그고 퇴근한 이후 열리지 않았으니 후문으로 나가야 한다.
같이 아침 식사하고 화장실 갔다가 입구를 못 찾았다는 언니 말에 방향감각 없기가 어찌 그리 나랑 같은지 웃었다.
내 상황이었으면 아팠을지도 모를 일에 웃은 걸 후회도 하며 시작.
온타나스 표지 있는 담벼락에서 사진 찍고 시작.
마을마다 있는 성당이다.
10km가 육박하게 걷다가 만난 첫 마을 Castrojeriz( 까스트로헤리스)이다.
걸음이 빠른 ☆☆언니가 카페에 먼저 도착했고 주스와 파이로 식사가 끝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도착하는 시점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카페로 들어갔다. 우물쭈물하다가 너무 오래 줄을 서게 된 것이다.
커피와 주스, 사과파이 두 쪽 주문했고, 드디어 내 접시가 차려졌다.
빠르게 하고 싶은 마음에 접시 두 개, 커피, 주스의 실물을 가리키며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놈들, 크게 웃는다.
비웃음으로 해석했다. 빨리빨리를 채근하는 한국인에 대한.
비웃음을 받았다는 것에 대한 것이 화도 화지만, 항의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받은 것이 더 아파서 오래오래 푸념했다.
언니의 무릎 통증으로 가다가 기다리고, 가다가 기다렸다.
천천히 걷는 것이라 여기고 뒤돌아 보면 뭔가를 하느라 지체되는 냥으로 보이는 지점에서 나는 나를 괴롭혔다. 힘들어졌다.
언니는 먼저 가라 했지만, 좀 빨리 와 줬으면 하는 마음 컸기 때문이다.
카스트로헤리스 마을 지나 언덕을 하나 올랐다.
어제 순례길을 시작했다는 79세의 일본인 남자와 발걸음이 겹친다.
우리가 쉬는 지점에서 같이 쉬는 것도 아닌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계속 만난다.
이 언덕 위에서, 이 경치를 두고 길게 누운 사람들이 보인다.
언니의 무릎이 아프다.
불편한 모습으로 느리게 걷는 걸 보고 사람들이 연신 괜찮냐고 묻는데, 언니는 우아하다.
"그럼요, 괜찮아요"
발걸음이 늦어 사람들보다 한 시간 늦게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을에서 묵는단다.
알베르게에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체크인이 지체되고 있었다.
먼저 온 팀원들 거의가 숙소 자리를 잡는 대신 식사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씨에스타 때문이다.
나중에 합류한 우리도 같은 요리를 시켰다.
병아리콩 수프와 스테이크와 샐러드가 곁들여진 일명 순례자 메뉴이다.
먼저 온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보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을 즈음, 셰프가 나왔다.
'음식이 동나서 안 된다. 대신에 불을 쓰지 않는 메뉴는 가능하다.'
양상추와 토마토 두 조각 위에 참치 통조림을 얹은 접시가 나왔다.
단백질 부족이라며 투덜거렸다.
요거 먹고는 안 될 듯했지만, 오늘 너무 피곤한 관계로 저녁은 먹지 않기로 했다.
안녕!
지금은 발렌시아. 5°C.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순례객들이 넘쳐나는 곳이야.
북새통에 잠자리가 없어 로비까지 가득 매트리스 깔았어.
빨래를 걷으러 마당으로 나가려는데 남는 식탁세트를 쌓아 놓은 0층에도 매트리스를 깔았더라고.
거기는 외부와 통하는 허술한 문이 전부인데다가 지하랑 같은 곳이어서 냉기가 셌는데도 말이야.
그 매트리스의 주인인즉슨, 자전거를 세운 학생인 듯한 남녀였어.
자전거, 전동 자전거로 혼자 또는 두 서넛, 네 다섯 명이 쌩쌩 달리는 건 많이 봤지만, 먼지 잔뜩 뒤집에 쓴 자전거를 세우고 잠자리에 드는 걸 본 건 처음이었지.
여긴 사람들은 너무 많은데 슈퍼도 없어.
유일한 알베르게 식당엔 넘쳐나는 사람 덕에 음식도 동나고.
꼴찌로 들어온 우린 샐러드만.
한데서 자는 사람들도 있는데 뭐.
모두들 숙면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