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5월 20일, 15일차
Boadilla del camino (보아디야 델 까미노) --> Carrion de los condes(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알베르게 : Hostal Santiago
거리 : 24.4km
날씨 : 흐림
알베르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수로를 만났다.
첫 번째 마을인 프로미스타까지 쭉 수로 옆으로 길이 나 있다.
아침나절이라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다.
물가라서 쾌적한 공기로 더없이 좋다.
수로의 끝에 다다르니 선착장이 있고, 쿠르즈 매표소가 있다.
발렌시아 지방의회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오늘 5월 20일은 휴무라고, 순례자는 2유로라고 파파고가 번역해 준다.
배를 타고 수로를 건너면 어떨지 궁금하다. 얼마나 긴 거리일까?
수로 끝에서 만나는 마을 프로미스타(Fromista)를 알리는 안내판이다.
오늘은 거의 평지 길이다.
마을에서 만난 플라타너스, 한 나뭇가지를 서로 엮어서 모양을 ···
자작나무 숲에 앉아 쉬고 싶었으나 오늘은 같이 걷는 사람이 없다.
그동안은 쭉 둘이서, 셋이서 같이 걷다가 오늘은 혼자이다.
혼자 걷는 길에서의 사진엔 사람이 없다.
나는 사람도 드문 길 위에 있다.
꽃을 모아본다.
그대로 평원을 걷는다.
내가 걷는 길은 나무가 우거져 있는데, 갈림길에서 평원 쪽으로 길을 잡은 사람들은 그늘 없는 밀밭 사잇길을 걷고 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무가 있는 곳이 사람들이 걷는 길이다.
혼자서 쉰다.
그늘도 좋고, 바람도 좋은 데를 골라 앉았다.
가끔 유럽인들은 등을 땅에 대고 눕기도 하는데 나는 그게 안 된다.
돗자리를 깔고 오래 앉아 쉬었다. 핸드폰을 들고 소식을 전했다.
길 가던 까미오들이 인사를 건넨다.
역시 나만의 길이다.
점심때가 되어서 성당을 둘러보고 언니를 기다렸다.
박★★님 덕분에 빌라까조르 마을에서 격식 있는 식당을 찾고, 먹고, 칭찬하면서 한 시간을 보냈다.
스테이크랑 새우가 들어가 빠에야만을 주문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와인, 먹물 순대, 올리브까지 왔다.
좋다, 좋다 했더니 접시마다 값이 메겨져 있다. 결국 1인 22유로.
길은 이어지고
그 길엔 그늘은 없으나 날씨가 흐린 덕에 괜찮다.
오늘은 혼자서 걷고, 밥값을 각자 지불하였다.
혜초여행사에서 안내하기를 일 인당 2,000유로를 현금 등으로 준비하라 했었다. 현지 가이드 비용과 밥값, 알베르게 비용 등에 필요한 것이다.
나는 1,355유로(환율이 올라 1유로는 1477원, 약 200만 원)만 준비한 상태여서 걱정이 된다. 돈 때문에 식사를 거르고는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의 숙소는 호스텔이다.
한 방에 4인, 욕실도 있고, 코 고는 사람도 없는 쾌적함이 잘 재울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초저녁에 잠깐 자고, 11시에 깨어서는 잠 못 이루고 말았다.
생각이 이어지다 더 긴 시간을 뒤척인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으로 잠 못 이루다가 일어났다.
옷을 전부 갈아입고, 마침 객실에 비치된 욕실에서 옷을 다 빨았다. 침구 위에 침낭을 깔고 침낭 안에서 다시 잠을 청하였다.
(다음 날 물어보니, 배드 버그라면 몸에 물린 자국을 남겼을 거라 했다.)
과연 벌레는 있었을까?
일종의 심리적 고충인가?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