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빤 꼰 또마떼

베가에서 라 라구나까지, 산타마리아 라 레알 교회

by 신유연향

2023년 06월 01일, 27일차

Vega de valcarce(베가 데 발카르쎄)→ La Laguna (라 라구나), 알베르게 : Albergue La Escuela

거리 : 9.3km

날씨 : 흐림 (최저 11, 최고 23)


10km. 너무 짧은 여정이니까 기상은 8시, 출발은 9시이다.

천천히 준비하고 천천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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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마을부터는 숲이다. 숲의 오른쪽으로 자전거 순례자를 위한 길이 따로 나 있다.

숲길은 축축하고 그늘져서 서늘한데 뜨거운 햇살이 숲 저 편에 있다.

오르막이지만 더운 날씨를 느낄 수 없게 하는 숲길이 고맙다.

언니는 이 길을 '적극 추천'으로 일정표에 적었다.

6월의 첫날답게 뜨거운 햇볕과 달리 숲이 주는 시원함으로 숲 안에 있는 우리에게서 입김이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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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벌써 숙소에 도착하였다.

너무 일찍이어서 알베르게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또르띠야와 주스로 요기하였다.

카페에서 나가 살펴보니 여태 오르막길을 걸어왔건만 오르막 산길이 계속 이어져 있었고, 숙소 앞으로 소목장이 있었는데 목동이 소를 몰아 우리로 넣고 있었다.

저 길까지 다 걸어서 닿는 곳에 알베르게를 정했으면 좋으련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오르막 중간에 숙소를 정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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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오 세브레이로 교회까지 오르막을 올랐다가 다시 돌아오기로 하였다.

왕복 5km이다.

내일의 순례길에 포함되어 가야 할 길이었지만 그곳에 있는 성당을 천천히 둘러보고 되돌아오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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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는 매일 빠짐없이 교회에 다니던 농부가 악천후를 이기고 교회에 도착하자 농부를 걱정하는 신부님이 포도주와 빵을 바라보니 피와 살로 변했다는 전설로 유명한데, 그 후 기적의 유물이 발견된 교회라 한다.

Screenshot_20230601-124716_Papago.jpg?type=w773 파파고로 번역된 오 세브레이로 교회 안내


여기에서도 기도를 올리고 촛불을 켠다.

내 기도의 주제는 항상 우리의 안녕이다.

평온한 일상이 주는 기쁨은 참으로 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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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나와 근처의 식당에서 갈리시아 수프, 마늘 수프, 송아지 스테이크, 햄이 곁들여진 계란프라이, 포도주를 여럿이 같이 먹었다.

식사 중에 비가 쏟아진다.

여기서부터는 레온이 끝나고 갈리시아 지방이 시작되는데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많은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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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갰다.

비 갠 후 되돌아오는 길은 청명하고 예쁘다.

교회 주변에 있는, 올라올 때는 보지 못했던 전망대로 올랐다.

산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대의 풍경은 말 그대로 환상이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확 트인 들판에서 오래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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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와 앉아 만보기를 보니 도합 15km를 걸었다.

빨래를 널고 어기적거리며 주변을 돌았다.

얼마 있으니 또 비가 온다. 빨래를 걷어야 한다.

역시 숙소에 돌아와 앉으면 비가 오는, 빨래가 거의 마를 즈음 비가 오는, 천혜의 날들이다.

오 세브레이로 교회로 저녁 미사 시간에 맞춰 올라갔던 사람들이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신부님께서 참석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쥐여주며 다정하게 인사를 해 주셨단다.

미사 시간 이전에 다녀온 우리는, 황홀한 표정으로 말하는 미사 참석자들을 부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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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ff4f8fe-00ed-450d-9e72-da225c825ad1.jpg?type=w773 신부님이 주셨다는 돌이다.


안녕!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감기 환자가 속출하고 있어.

어젯밤 내내 기침을 하던 사람이 있었어. 기침을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신음 소리를 내더라고.

그이가 얼마나 힘들지 상상하기도 어려운데, 오늘 밤, 내 잠 설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더라고. 그 걱정이 무서웠어.

이제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네.

아들이 산티아고 대성당의 지붕 투어를 예약해 줬다고 자랑했어.

버벅거리면서 내가 예약을 하거나, 현장 티켓팅을 해도 되지만 수월하고자 아들의 품을 샀다고 자랑했지.

당신이 밭에서 쭈그려 앉아 풀을 뽑는 모습을 상상하니 조금 미안해지네.

지주목을 매어 준 토마토가 많이 달려서 스페인식 빤 꼰 또마떼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논둑의 옥수수가 자리 잡고 있다니 어여 갈게.

오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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